시상

시상

[ seeing ]

시상(seeing)은 지구 대기를 통해 관측되는 천체의 상이 퍼지고 흔들리는 현상 또는 그 정도를 말한다. 멀리 있는 대상이 어른거려 보이는 아지랑이와 같은 현상이다. 대기의 온도와 바람 속도가 대기 층과 위치에 따라 달라지면 밀도 변화로 굴절율이 불규칙하게 변하게 되어 빛의 진행 방향이 달라지면서 상이 또렷하게 맺히지 못하고 쪼개지고 흔들리게 된다. 별이 반짝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상에서 관측할 경우 천체의 상은 대기에 의해 언제나 퍼져 보이게 되어 천문관측의 각분해능을 나쁘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이렇게 퍼져 보이는 상의 각직경을 시상이라 정의한다. 시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대기 중에 발생하는 난류(turbulence)이다. 이런 난류는 지표면 가열로 생기는 대류 또는 층밀림(shear)이 있는 제트류 같은 바람에서 발생한다.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천문학자들은 시상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술을 개발했다.

목차

대기의 효과

대기가 없을 경우 망원경은 안정된 회절무늬를 만든다. 하지만 대기 굴절율이 불규칙적으로 변하게 되면 광학계는 불완전해져서 천체의 상, 즉 회절무늬는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고 매우 빠르게 흔들리게 된다. 그림 1은 노르딕광학망원경(Nordic Optical Telescope)으로 촬영한 독수리자리 엡실론별(epsilon Aquilae)의 동영상으로 관측된 별의 상이 시상에 의해 여러 스페클(speckle, 작은 조각)로 나누어져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짧은 시간 노출로 관측할 경우 별처럼 각크기가 작은 천체의 상과 위치는 끊임없이 변하게 되어 깜빡거리는 현상(scintillation)이 나타난다. 별이 반짝반짝하는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천문관측은 이 스페클의 변화 시간보다 오래 노출을 주어 촬영하므로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상은 여러 스페클 상이 겹쳐 퍼져 보이는 상이 된다.

그림 1: 대기에 의해 불규칙하게 변하는 별의 모습.(출처 : )

시상의 크기

대기에 의해 천체의 상은 회절원반 대신 시상원반(seeing disk)로 퍼져 보이게 된다. 시상원반이 작을수록 천체는 상대적으로 또렷하게 보이고 시상원반이 클수록 천체의 상은 더 퍼져 보이게 된다. 시상에 의해 상이 퍼진 정도는 시상원반의 각직경으로 표시한다. 시상원반은 점퍼짐함수(point spread function: 점광원이 퍼져 보이는 모습을 나타내는 함수)라고도 불리는데 이 점퍼짐함수의 반치전폭(full width at half maximum, FWHM: 최대값의 반이 되는 지점의 폭)을 시상원반의 직경으로 사용한다. 보통 각초(″)로 표시되는 이 각직경을 보통 시상으로 정의한다.

대기의 상태는 천문대의 위치와 계절, 시간에 따라 매번 달라지므로 시상은 늘 변한다. 시상의 값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시상이 좋은 밤, 시상이 나쁜 밤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구 상의 몇몇 장소는 대기가 매우 안정되어 평균적으로 시상이 좋게, 즉 작게 나타난다. 하와이 화산섬의 정상들과 칠레의 안데스산맥의 정상들은 맑은 날씨가 많고 건조하며 시상이 좋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이런 곳에서는 시상이 0.4″ 정도까지 좋은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1.8m 망원경이 위치한 보현산천문대의 시상은 대체로 2″ 에서 3″ 사이이다. 그림 2는 같은 성단을 시상이 2.5″로 나쁠 때 촬영한 사진(왼쪽)과 시상이 1.0″로 좋을 때 촬영한 사진(오른쪽)을 보여준다. 시상이 좋으면 별의 상이 작고 또렷해지고 더 어두운 별도 관측됨을 알 수 있다.

그림 2: 구상성단 NGC5466을 시상이 2.5″로 나쁠 때 촬영한 사진(왼쪽)과 1.0″ 로 좋을 때 촬영한 사진(오른쪽).(출처 : 전영범)

특정 관측의 각분해능은 시상원반과 망원경의 회절원반의 각크기 중 더 큰 값에 의해 결정된다. 망원경이 작아서 회절에 의해 퍼지는 정도(회절원반)가 시상에 의해 퍼지는 정도(시상원반)보다 더 심하면 각분해능은 회절에 의해 결정되고, 망원경이 커서 회절에 의해 퍼지는 정도보다 시상에 의해 퍼지는 정도가 심하면 시상과 같은 각분해능을 가지게 된다. 천문학자들이 사용하는 광학(가시광선)망원경들은 크기가 커서 대부분의 지상관측은 시상때문에 망원경의 원래 성능보다 더 나쁜 한계분해능을 가지게 된다. 즉 시상때문에 아무리 크고 좋은 망원경으로 관측해도 망원경이 설치된 장소의 최고 시상보다 더 또렷하게 볼 수는 없다.

극복방법

우주망원경

시상은 대기에 의해 생기므로 시상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기 위, 즉 우주에 망원경을 올리는 것이다. 지구 대기에 의해 흡수되지 않는 가시광선을 관측하는 광학망원경도 우주에 올리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직경 2.4m인 허블우주망원경의 각분해능은 회절한계분해능인 0.05″ 정도이다. 같은 망원경을 지상에 두었다면 대체로 1″ 내외의 나쁜 각분해능을 가지게 될 것이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천체 사진이 또렷하고 근사하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시상효과를 겪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에 망원경을 올리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유지 보수하기도 어렵기에 특별한 경우에만 시도한다.

세심한 천문대 입지 선정 및 망원경 설계

지상에 망원경을 설치할 때는 천문대의 위치를 매우 세심하게 선정해야 한다. 야간 관측의 경우 대개 높은 산이 유리하다. 또 가까운데 큰 바다가 있는 경우가 유리하다. 하와이나 카나리아 제도, 칠레 안데스 산맥에 있는 높은 산에 대형 망원경이 많은 이유이다. 산의 정상은 비교적 편평하여 회오리 바람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돔 내부 또는 망원경 내부에 열이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는 망원경과 돔을 개방하여, 주변과 같은 온도로 맞추고, 균일한 바람이 불어 난류를 씻어낼수 있도록 제작하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스페클촬영

대기에 의한 천체 상의 변화는 0.01초 이하의 짧은 시간 동안 변하기 때문에 이보다 길게 노출시간을 주어 촬영하면 상이 퍼지게 된다. 따라서 시상 변화의 시간보다 더 짧은 노출시간으로 천체을 여러 번 촬영하여 획득한 그림 1 같은 스페클 상들을 컴퓨터로 처리하여 잘 이동하고 변형하여 겹치면 시상에 의한 퍼짐을 최소화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밝은 천체에 대해서만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된다.

적응광학계

1990년부터는 변형할 수 있는 반사경(주로 부경)을 이용하여 시상으로 인해 생긴 파면(wavefront)의 왜곡을 보정하는 적응광학계(adaptive optics)가 개발되어 현재 대형망원경들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적응광학계는 특히 근적외선에서 매우 효과적이어서 회절한계분해능에 가까운 각분해능에 도달할 수 있다. 적응광학계에서는 파면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밝은 광원이 필요하므로 레이저를 관측 대상 근처에 쏘아 15 ~ 25km 상공에 인공별을 만들어 이를 이용한다(그림 3).

그림 3: 칠레의 ESO 파라날천문대에서 은하 중심부를 관측하기 위해 레이저로 인공별을 만드는 모습.(출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