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재이온화

우주재이온화

[ cosmic reionization ]

우주재이온화(cosmic reionization)는 오랜 과거 우리 우주에 고르게 퍼져 있던 중성수소 원자가 이온화된 현상을 의미한다. 아직 직접적인 관측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추산이 어렵지만, 우주재이온화의 시작 시점은 우주 나이가 약 7천만년에서 1억년 사이(적색이동 z=40~20)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재(再)이온화'라 불리는 이유는 수소 상태의 진화 역사 때문이다. 우주 탄생 후 우주의 온도가 높았을 때에는 양성자와 전자가 수소원자로 결합하지 않고 분리, 즉 이온화된 상태로 존재한다. 온도 높은 입자들이나 에너지가 큰 광자들과 충돌하면 쉽게 이온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주 나이 약 38만년(적색이동 z≈1100)이 되면 우주의 온도는 충분히 낮아져서 양성자와 전자는 중성 수소 원자로 재결합(recombination)된다. 이를 우주재결합시대라 한다. 그러다 그 이후에 다시 수소가 이온화되어 전자와 양성자로 분리되었으므로 재이온화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우주를 구성하는 원자(바리온) 중 수소(약 75%) 다음으로 많은 질량을 차지하는 헬륨(약 25%)도 역시 재이온화 과정을 겪지만, 이 현상은 따로 '헬륨 재이온화'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우주재이온화의 논의는 은하와 은하 사이에 분포하는 은하간 수소에 국한한다. 은하, , 행성에 존재하는 중성 수소는 은하간 수소에 비하면 훨씬 적은 양이고, 우주재이온화의 역사와도 그다지 관련이 없다.

목차

우주재이온화의 원인과 과정

우주재이온화가 발생한 원인으로 여겨지는 몇 가지 가능성 중, 가장 자연스러운 원인으로는 별에서 방출되는 자외선이 꼽힌다. 중성수소가 이온화 하려면 최소 13.6 eV(=2.18×10-18 Joule) 이상의 에너지를 가지는 광자(빛의 입자)가 필요한데, 이러한 수소 이온화 광자는 어느 별에서나 방출되고, 별의 표면온도가 높을수록 별의 질량당 방출되는 수소 이온화 광자수가 많다. 이외 다른 가능성으로 퀘이사 등에서 발생하는 엑스선, 암흑물질의 소멸에 의한 엑스선이나 감마선도 거론되지만, 별에서 방출되는 자외선의 양이 다른 가능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우주재이온화의 과정은 별의 시공간적 분포에 따라 결정된다. 현대우주론에 의하면, 최초의 별들이 우주에 탄생한 후 점차 별의 개수가 증가하고, 별은 주로 은하 내에 존재하며 은하의 공간분포는 균일하지 않다. 따라서, 수소가 이온화되는 양상도 은하 주위에서 생성된 개별적인 HII영역(수소가 이온화 되어있는 공간)이 점차 부피가 커지고, 이후에는 이 개별적인 HII영역들이 중첩되어 더욱 커다른 HII영역이 만들어지며, 마침내 모든 은하 사이의 수소(은하간 수소)가 이온화하게 된다. 이 과정의 시작과 끝을 우주재이온화의 시작과 끝(우주 나이 약 10억년, 적색이동 z≈6)이라고 부른다. 우주재이온화가 끝난 이후에는 충분히 많은 수소 이온화 광자가 별에서 계속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도 모든 은하간 수소가 이온화되어 있다.

영상 1.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한 우주재이온화의 역사. 은하(황백색)에서 방출된 자외선에 의하여 중성(흑색, 적색)이던 은하간 수소가 점차 이온화하며 HII영역(청백색)을 형성하고, 이들 HII영역이 중첩하며 마침내 우주재이온화가 완결(영상 45초)된다. 그 이후에도 은하간 수소는 이온화되어 있지만, 영상제작자가 은하의 분포를 보이고자 다시 흑색으로 처리하였다. (출처:, 제작자: R. Kaehler, M. Alvarez, T. Abel)

우주재이온화의 시작과 끝

모든 별이 수소 이온화 광자를 방출하므로, 우주재이온화의 '시작'은 곧 우주에서 처음 별이 생성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단,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별이 단 한 개 탄생하여 아주 작은 영역만 이온화된 시점을 우주재이온화의 시작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보통 최소 1% 가량의 은하간 수소가 이온화된 시점을 시작으로 정의한다. 우주 초기에 생성된 별은 비교적 작은 질량(태양질량의 10만배~1억배)의 헤일로 안에서 탄생할 것으로 여겨지며, 이들 별에 의하여 1% 가량의 수소 이온화가 일어나는 시점의 우주나이가 곧 7천만년~1억년인 것이다.

현대우주론에 의하면 헤일로와 은하의 탄생은 점차 활발해지므로, 수소 이온화 광자의 수 역시 점차 증가한다. 이에 따라 HII영역이 점차 커지며 이들이 중첩되고 마침내 우주재이온화의 '끝'에 다다른다. 단, 은하간 수소의 밀도가 고르지 않아 국부적으로 밀도가 아주 높은 영역은 이온화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우주재이온화의 끝은 은하간 수소가 약 99% 이상 이온화된 시점으로 잡는다.

그림 1. 우주 진화 역사의 모식도. 별이 생성되지 않았던 암흑시대는 별의 탄생과 함께 끝나며, 이는 곧 재이온화의 시작을 의미한다.(출처: )

우주재이온화의 관측

우주재이온화는 아직까지도 그 과정이 직접적으로 관측된 바 없다. 직접적 관측은 중성수소의 시공간적 분포를 관측하여야 가능한데, 이는 (Square Kilometre Array), (Hydrogen Epoch of Reionization Array) 등의 차세대 고감도 전파망원경의 관측목표이다.

간접적인 관측 결과로는 (1) 퀘이사 스펙트럼, (2) 우주마이크로파 배경복사의 비등방성, (3) 수소 라이먼 알파선 방출원에 대한 전천 탐사 등이 존재한다. (1)은 우주재이온화의 끝은 적색이동 z가 6 이상임을, (2)는 우주재이온화에 의한 자유전자가 먼 과거에 다량 존재함을, (3)은 우주재이온화의 끝이 적색이동 z가 7 이하임을 암시한다. 아직은 간접적 관측 결과에 대한 분석에 있어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질 직접적 관측으로 우주재이온화 현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