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스펙트럼

흡수스펙트럼

[ absorption spectrum ]

흡수스펙트럼(absorption spectrum)은 연속스펙트럼 바탕 위에 어둡게 보이는 선, 곧 흡수선이 겹쳐 나타나는 스펙트럼이다. 스펙트럼에 관한 키르히호프법칙에 따르면, 연속스펙트럼으로 이루어진 빛이 차갑고, 밀도가 희박한 기체를 통과하고 나면, 연속스펙트럼이 흡수스펙트럼으로 바뀐다(그림 1 참조). 연속스펙트럼 광원과 관측자 사이에 있는 기체가 특정 파장의 빛을 일부 흡수함으로써, 그 파장의 빛이 주변 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져, 어두운 선들이 스펙트럼에 나타난다. 별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한 후 지상에서 관측되는 스펙트럼, 별빛이 성간물질을 통과한 후 지구에서 관측되는 스펙트럼은 특정 파장에서 흡수스펙트럼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구 대기와 성간물질의 효과를 배제했더라도, 항성의 스펙트럼은 일반적으로 흡수스펙트럼이다.

그림 1. 흡수스펙트럼. 스펙트럼에 관한 제3키르히호프법칙을 설명 (출처: 채종철/이지원/한국천문학회)

목차

흡수스페트럼의 물리적 조건

흡수스펙트럼은 연속스펙트럼 광원과 관측자 사이에 있는 기체가 관측자로 향하는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할 때 생긴다. 그런데 동일한 기체가 같은 파장의 빛을 관측자 방향으로 방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흡수스펙트럼은 관측자로 향하는 빛이 흡수에 의해 줄어드는 정도가, 방출에 의해 늘어나는 정도보다 클 때 생긴다.

그림 2. 들뜸 평형 모형. 원자가 에너지가 높아지는 것은 들뜸, 에너지가 낮아지는 것은 되가라앉음. (출처:채종철/한국천문학회)

저에너지 원자가 에너지를 흡수하면 들뜨게 되어 고에너지 원자가 되고, 고에너지 원자가 에너지를 잃으면 되가라앉아 저에너지 원자가 된다 (그림 2 참조). 이 중 광자를 흡수하여 들뜨는 과정을 복사들뜸(radiative excitation)이라 하고, 광자를 방출하며 되가라앉는 과정을 복사되가라앉음(radiative deexcitation)이라고 한다. 복사되가라앉음은 자발적방출(spontaneous emission)이라고도 한다.

만일 연속스펙트럼 광원에서 나온 광자들을 흡수하여 복사들뜬 원자들이 복사되가라앉으면서 같은 주파수의 광자들을 낸다면 흡수스펙트럼이 생길 수 있을까? 이 경우에 흡수되는 광자들의 개수와 방출되는 광자들의 개수는 같기 때문에, 언뜻 생각하면 흡수스펙트럼이 생기지 않을 것같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흡수스펙트럼은 만들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흡수되는 광자들은 모두 관측자를 향하고 있었으나, 방출되는 광자들은 모든 방향으로 똑같이 나가고 있어, 관측자를 향하는 것은 흡수된 광자들보다 개수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광자를 흡수한 원자가 들뜬 후에, 다시 같은 주파수의 광자를 내며 되가라앉는것을 원자산란이라고 한다. 연속스펙트럼 빛이 원자산란을 겪으면 결국 흡수스펙트럼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흡수스펙트럼이 생기는 조건은 복사전달방정식을 써서 조사할 수 있다. 연속스펙트럼 광원에서 나와 관측자로 향하는 빛의 복사세기를 @@NAMATH_INLINE@@I_\nu @@NAMATH_INLINE@@라고 하면 두께가 @@NAMATH_INLINE@@d s@@NAMATH_INLINE@@인 기체층을 통과하는 동안 흡수된 양은 @@NAMATH_INLINE@@ \kappa_\nu I_\nu d s @@NAMATH_INLINE@@으로 쓸 수 있고, 방출된 양은 @@NAMATH_INLINE@@j_\nu d s @@NAMATH_INLINE@@로 쓸 수 있다. 여기에서 @@NAMATH_INLINE@@ \kappa_\nu@@NAMATH_INLINE@@은 흡수계수(absorption coefficient)로서 저에너지 원자의 개수 밀도 @@NAMATH_INLINE@@ n_l@@NAMATH_INLINE@@에 비례하는 양이며, @@NAMATH_INLINE@@ j_\nu@@NAMATH_INLINE@@은 방출계수(emission coefficient)로서 고에너지 원자의 개수 밀도 @@NAMATH_INLINE@@ n_u@@NAMATH_INLINE@@에 비례하는 양이다. 따라서 기체에 의한 흡수와 방출의 종합적 효과는

@@NAMATH_DISPLAY@@ d I_\nu = - \kappa_\nu I_\nu d s + j_\nu d s = - \kappa_\nu d s(I_\nu - \frac{j_\nu}{\kappa_\nu} ) \qquad (1) @@NAMATH_DISPLAY@@

로 표시된다. @@NAMATH_INLINE@@d I_\nu <0@@NAMATH_INLINE@@이면, 곧

@@NAMATH_DISPLAY@@ I_\nu > \frac{j_\nu}{\kappa_\nu} \qquad (2) @@NAMATH_DISPLAY@@

이면 관측되는 빛의 스펙트럼은 흡수스펙트럼이 된다(부등호의 방향이 반대이면 방출스펙트럼이다).

식(2)를 보면 흡수스펙트럼이 생기는 물리적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복사세기 @@NAMATH_INLINE@@I_\nu@@NAMATH_INLINE@@이 강해야 한다. 즉 밝은 연속스페트럼 광원이 기체의 배경에 있어야 한다. 이 배경 광원의 빛이 밝으려면 이 광원의 온도는 충분히 높아야 한다. 2) @@NAMATH_INLINE@@j_\nu/\kappa_\nu @@NAMATH_INLINE@@가 낮아야 한다. 즉 @@NAMATH_INLINE@@n_u/n_l@@NAMATH_INLINE@@이 낮아야 한다. 기체는 들뜨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체의 온도는 낮아야 한다. 또 외부에서 조명을 받지 않아야 한다. 키르히호프법칙에서 언급된 연속스펙트럼으로 이루어진 빛이 차갑고, 밀도가 희박한 기체를 통과하는 경우는 이런 조건을 만족한다.

천체의 흡수스펙트럼

천문학에서 흡수스펙트럼은 연속스펙트럼을 내는 뜨거운 광원에서 나온 빛이 차가운 기체를 통과하여 관측되는 경우에 보인다. 세 가지 예가 있다. 첫 번째 항성의 스펙트럼 그 자체이다(그림 3). 항성의 내부는 연속스펙트럼을 내는 고온의 광원으로 볼 수 있고, 항성의 대기는 내부보다는 차가운 기체이기 때문에 항성의 스펙트럼은 흡수스펙트럼의 특징을 보인다. 두 번째, 항성에서 나온 빛이 차가운 성간물질을 통과하면 성간물질에 의한 흡수스펙트럼이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항성에서 나온 빛이 차가운 지구대기를 통과하면 지구대기에 의한 흡수스펙트럼이 만들어진다(그림 3 참조).

그림 3. 태양 지역의 H알파 파장대의 흡수스펙트럼. 두껍고 진하게 보이는 선은 H알파, 다른 가는 선들 중 삐뚤삐뚤하게 보이는 선들은 태양 광구에서 생긴 흡수선들이고, 곧게 보이는 선들은 지구 대기에서 생긴 흡수선들이다. (출처: 채종철/한국천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