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암흑물질

[ dark matter ]

암흑물질은 질량이 현재 우주에너지의 27% 정도(물질의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나, 빛을 내지 않아 보이지 않으며, 정체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물질이다. 여러가지 천체물리적인 현상들에서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더 많은 물질이 필요한 중력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하여 암흑물질이 도입되었다. 갈색왜성, 행성, 블랙홀 등 잘 관측되기 어려운 마초(MACHO) 같은 천체들이나 전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아서 검출하기 어려운 윔프(WIMP)나 엑시온(Axion) 같은 소립자들이 암흑물질의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목차

암흑물질의 증거

나선은하의 안정성

1973년 피블스(P. James E. Peebles)와 오스트라이커(Jeremiah P. Ostriker)는 수치계산으로 무거운 구형 헤일로가 없는 나선은하의 원반은 역학적으로 불안정하므로 나선은하들은 보이지 않는 성분으로 이루어진 무거운 헤일로를 가질 가능성이 있음을 예측하였다.

은하회전속도

나선은하의 원반은 회전을 하고 있으며 그 회전 속도는 은하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총 질량에 의해 결정된다. 빛을 내는 물질들의 질량분포 만으로 추정된 은하 원반의 회전속도는 은하 중심에서 멀어짐에 따라 감소하여야 한다. 하지만 실제 관측으로 결정된 별이나 성간기체의 회전속도는 그와 달리 은하 중심에서의 거리에 상관없이 거의 일정함을 보인다(그림 1). 이는 은하가 매우 빨리 회전하고 있는데 빛을 내는 물질 만에 의한 중력은 이런 회전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빛을 내지 않는 어떤 물질들이 더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흑물질 대신 현재의 중력이론을 수정하여 은하회전속도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긴 하지만 은하회전속도 이외에 암흑물질이 요구되는 현상들을 잘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림 1. 루빈과 포드가 측정한 안드로메다은하의 회전속도 곡선. x-축은 은하 중심에서의 거리(단위: 각분), y-축은 회전속도(단위: km@@NAMATH_INLINE@@\,@@NAMATH_INLINE@@s-1). (출처: )

중력렌즈

은하나 은하단의 질량 분포는 먼 은하들의 모습이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일그러진 정도를 관측하여 질량분포를 결정하는 약한중력렌즈(weak gravitational lensing) 방법으로 결정될 수 있다. 이렇게 결정된 질량은 모든 종류 물질의 질량을 합한 양인데 천문관측으로 잘 확인되는 별이나 기체 등의 총 질량보다 훨씬 더 많다. 특히 일부 충돌하는 은하단의 경우 엑스선 관측으로 결정된 기체 등 일반물질의 분포는 두 은하단의 충돌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 일그러진 모습을 보인다. 반면, 약한중력렌즈 연구로 결정된 총 질량의 분포는 그와 달리 충돌에 의해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은 분포를 가지고 있다. 즉, 은하단의 대부분의 물질은 충돌시 서로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물질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경우가 1E 0657-56인데 총알은하단이라 불리는 이 은하단에 대한 관측 결과(그림 2)는 암흑물질이 존재해야 함을 잘 보여준다.

그림 2. 총알은하단 1E 0657-56의 사진과 질량 분포 지도. 붉은색은 엑스선을 방출하는 고온의 기체 분포, 푸른색은 약한중력렌즈효과로 계산된 전체 질량 분포를 나타낸다. 암흑물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체 질량과 빛으로 확인되는 기체 질량의 분포가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출처: )

우주거대구조형성

우주의 거대 구조는 초기우주에 존재하는 물질밀도의 섭동이 중력에 의하여 뭉치고 자라면서 별, 은하, 은하단과 같은 구조물을 만든다는 것이다. 일반물질은 빛과 상호작용하므로 원자가 재결합되는 시기 이전에는 물질밀도가 증가하지 못하므로 충분한 우주거대구조를 형성하지 못한다.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므로 재결합 이전에 밀도섭동이 꾸준히 자랄 수 있으며, 재결합 이후에는 일반물질을 끌어당겨서 현재의 우주거대 구조를 형성하는 씨앗 역할을 한다. 즉 현재 관측되는 우주거대구조는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으면서 천천히 움직이는 암흑물질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우주배경복사

우주배경복사는 초기우주에 존재하던 빛이 일반물질과의 상호작용에서 떨어져 나와 현재 전 우주적으로 관측되는 복사이다. 초기우주에 일반물질은 빛과 전자기적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우주배경복사의 미등방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반면, 암흑물질은 중력에 의해서만 배경복사의 비등방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일반물질과 암흑물질이 우주배경복사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대문에 우주배경복사의 정밀한 관측은 두 물질의 양을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준다. WMAP 위성과 Planck 위성의 관측에 의하면, 암흑물질은 일반물질보다 5배정도 많아야 한다.

암흑물질 후보

천체물리학 및 우주론 연구에서 요구되어지는 특성을 가진 암흑물질을 설명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약하게 상호작용하는(또는 중력상호작용만 하는) 새로운 물질을 도입하는 것이다. 암흑물질은 그 수명이 우주나이보다 길어야 하며, 빛과 반응하지 않고 일반물질과의 상호작용도 매우 작아야 한다. 동시에 현재 우주에서 암흑물질의 양은 일반물질의 5배 정도가 되어야 하며, 우주거대구조 형성 시기에 속도가 작은 차가운 상태여야 한다.

마초

마초(MACHO)는 Massive Astrophysical Compact Halo Object의 약자로 은하헤일로(halo)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어두운 별, 갈색왜성, 행성, 중성자별, 블랙홀 등 관측하기 어려운 밀집된(compact) 천체를 말한다. 미시중력렌즈 실험으로 우리은하 내 암흑물질 전부가 마초로 이루어져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윔프

윔프(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 WIMP)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를 의미한다. 약한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초기우주에서는 다른 일반물질과 열적평형상태를 유지하다가 우주 팽창에 의해 우주 온도가 내려가면서 평형상태에서 벗어나고 윔프의 양이 정해진다. 입자물리의 새로운 모형에서 여러가지 종류의 윔프가 암흑물질의 후보로 제안되었다. 초대칭이론의 뉴트랄리노가 대표적이다.

엑시온(axion)

엑시온은 입자물리의 표준모형에서 나타나는 강한상호작용의 전하-반전성 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입된 가상의 입자이다. 엑시온은 일반물질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작고 반감기가 현재 우주나이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암흑물질의 중요한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

암흑물질의 검출

다양한 천체물리현상들은 보이지 않는 물질이 많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암흑물질이 소립자로 이루어진 기본입자인지 입자들의 덩어리로 만들어진 물체인지, 질량은 무엇이고 중력 이외의 다른 상호작용을 하는지 등에 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론적 모형에서 제시된 여러 암흑물질의 특성을 이용하여 암흑물질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크게 직접검출, 간접검출, 그리고 가속기에서 검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직접검출

암흑물질의 직접검출은 우리은하 내에서 움직이고 있는 암흑물질이 지하의 검출기에 있는 원자핵에 부딪혀서 얻게 되는 원자핵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우주선(cosmic ray) 등으로 인한 주변 잡음을 줄이기 위하여 보통 지하 수 km 에 위치한 실험실에서 실험이 이루어지며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에 있다. 아직까지 확실한 암흑물질의 검출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암흑물질의 질량에 따라 암흑물질과 원자핵의 반응 강도에 대한 상한값만 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초과학연구원의 지하실험연구단에서 암흑물질을 찾기 위한 지하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간접검출

암흑물질의 간접검출은 우리 은하나 그 밖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이 소멸하거나 붕괴할 때 나오는 대전된 입자나 중성미자 또는 감마선, 엑스선과 같은 신호를 검출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암흑물질의 신호라고 확실시되는 신호는 검출되지 않았다.

가속기에서 검출

암흑물질을 지상의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내어 검출하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거대강입자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LHC)와 같은 고에너지 가속기에서 양성자를 가속하여 서로 충돌시킬 때, 암흑물질이 만들어지고 검출기에는 반응을 하지 않으므로 사라진 에너지의 양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암흑물질을 검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