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배지

영양배지는 세균, 곰팡이, 효모 등의 미생물 또는 식물과 동물세포의 배양을 위해 필요한 영양물질을 인위적으로 혼합한 배지를 말한다. 배지에서의 생장은 그 생물의 종에 따라 영양분의 적정 농도 외에도 산소 농도, 습도, pH, 온도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미생물의 생장에 필요한 주요 영양분은 탄소, 질소, 유기 인, 황, 미량금속, 그리고 물과 비타민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영양분은 세포 성장, 증식 및 분화에 필수적인 ‘생장인자’로서 기능을 한다.

영양배지는 주로 실험실이나 산업적 목적으로 미생물 또는 동∙식물 세포에게 필요한 생장인자를 제공하여 인공적으로 배양할 때 이용된다. 미생물 영양배지는 세균학(bacteriology)이 시작된 19세기로부터 기원한다. 당시 세균학자들은 음식이나 미생물이 처음 발견된 물질을 직접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미생물 배양을 시도했다. 주로 소고기 기반의 불확정 물질들을 이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미생물을 처음으로 재현성 있게 배지 상에서 배양한 인물은 프랑스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이다. 1860년, 파스퇴르는 École Normale에서 과학자로서 연구의 관리감독을 맡아 하던 중 효모, 재, 사탕수수, 그리고 암모늄염으로 배지를 만들었다. 이 배지는 미생물의 생장에 필수적인 기본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파스퇴르의 이 발효배지는 후에 Ferdinand Cohn에 의해 정제되어 더욱 다양한 종류의 당을 포함하는 기초배지들이 개발되었다.

영양배지는 로버트 코흐(Robert Koch, 1843~1910)가 최적 생장조건을 위해 소고기 혈청과 육즙을 이용하여 액체상태의 배지를 만들면서부터 큰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액체배지로는 특정 균주를 분리해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코흐는 탄저병의 원인균인 Bacillus anthracis 를 분리하기 위해 고체배지의 필요성을 느꼈다. 처음에는 젤라틴을 이용해 반고체상태의 배지를 개발하다가 동료인 Dr. Walther Hesse의 부인이 젤라틴 대신 한천(agar)를 제안했고, 그것을 계기로 한천배지를 이용해 colony라는 순수 균종을 분리해낼 수 있었다. 배지가 세균학과 함께 발전하면서 감염병의 연구가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모든 화학적 구성성분을 알 수 있는 배지를 제한배지 또는 합성배지(defined or synthetic medium)라고 한다. 배지의 성분이 분명하므로 미생물이 대사하는 물질과 과정에 대해 정확히 알고자 하는 실험에 주로 이용된다. 균이 필요로 하는 영양물질이 최소 한가지 이상 결핍되어 있는 최소배지(Minimal medium)이 대표적인 제한배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몇몇 화학적 구성성분을 알 수 없는 배지는 복합배지(complex medium)이라 하며, 생장이 까다로운 미생물이나 생장인자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미생물을 키우고자 할 때 유용하게 이용된다. 복합배지의 대표적인 예로는 맥콘키배지(MacConkey agar), 트립틱 소이배지(Tryptic soy broth)가 있다.

배지의 물리적 성질에 따라서는 액체배지와 고체배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액체배지는 균의 생장과 증식을 확인하거나 대사산물을 추출하는 목적으로 이용되며, 액체배지에 1~2% 정도의 한천을 첨가한 (반)고체배지는 colony 단위의 순수배양 혹은 fungi의 경우 포자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된다. 배지의 사용 목적에 따라서 선택배지(selective medium) 혹은 감별배지(differential medium)로 나뉜다. 선택배지는 특정 미생물의 생장만을 가능하게 만들어진 배지이다. 예를 들어 그람음성균의 선택배양을 위해 담즙염 또는 크리스탈 바이올렛이 포함된 선택배지에서 키우면 그람양성균의 생장은 저해된다. EMB (Eosin methylene blue) 한천배지나 맥콘키 (MacConkey) 한천배지 등이 대장균의 선택배지로서 널리 쓰이고 있다. 감별배지는 미생물의 생물학적 특성을 이용해 표현형 등에 따라 서로 다른 미생물 군을 구별하기 위한 배지로, 혈액한천배지와 같은 배지는 용혈균과 비용혈균을 clear zone 형성 여부로 구별 할 수 있다.

영양배지는 일반적으로 증류수에 필요한 각종 영양성분을 첨가하고 pH를 맞추어 고온 고압 상태에서 멸균한 후, 상온까지 식힌 후에 원하는 균을 배양한다. 

그림 1. 맥콘키 아가 배지에 배양된 대장균. Streaking 기법으로 배양하여 colony가 자란 모습이다. 락토오스 발효로 인해 붉은색을 띤다. (출처: GettyImages-vis25879)

그림 2. 혈액한천배지에 배양된 황색포도상구균의 항생제 저항성 검사 (출처: GettyImages-183889561)

목차

세균(bacterium), 복수는 bacteria), 진균(fungi), 효모(Yeast), 코흐의 가설(Koch’s postulate), 탄저병(anthracnose), 바실러스(Bacillus), 한천배지, 선택배지(Selective Culture Medium), 그람양성균(Gram-positive bacteria), 멸균(sterilization)

윤철원/고려대학교

석영재/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