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cid ]

산은 우리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쓰임새도 또한 다양하다. 영어로 산은 acid라 하는데, 이는 시큼하다는 의미가 있는'acidus'라는 라틴어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대표적인 산은 오렌지나 레몬과 같은 과일에 포함된 것으로, 산이 많이 포함된 과일은 acid의 어원처럼 신맛이 난다. 라부아지에가 산을 만드는 원소라는 의미에서 산소를 명명했듯이 일반적으로 산화의 결과가 산이다.

목차

산에 관한 여러가지 정의

산은 여러 가지 모형으로 정의를 한다.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는 정의는 아레니우스(Arrhenius) 산, 브뢴스테드-로우리(Brønsted–Lowry) 산,그리고 루이스 (Lewis) 산이 있다.

아레니우스 산

산-염기를 최초로 정의한 화학자 Svante Arrhenius

1884년 스웨덴의 화학자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는 산의 성질을 수소 이온(H+)과 연관지어, 산이란 물에 녹였을 때 수소 이온 (H+)[수용액에서는 하이드로늄 이온(H3O+)]의 농도를 순수한 물에서보다 증가시키는 물질로 정의하였다. 이에 반해 염기는 물에 녹았을때 수용액에서 수산화 이온(OH-)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물질로 정의하였다. 산의 예로는 염산, 질산, 그리고 아세트산 등이 대표적이다.

HCl(aq) + H2O(l)  → H3O+(aq) + Cl-(aq)

CH3COOH(aq) + H2O(l) ⇌ H3O+(aq) + CH3COO-(aq)

브뢴스테드-로우리 산

산과 염기에 대한 보다 더 넓은 정의는 1923년 덴마크의 물리화학자 브뢴스테드와 영국의 화학자 로우리가 각각 독립적으로 정의하였는데, 산(acid)은 수소 이온을 제공할 수 있는 물질로 염기(base)는 수소 이온을 받을 수 있는 물질로 정의하였다. 예를 들어 아세트산이 물에 용해될 때 수소 이온은 아세트산에서 물로 이동한다.

CH3COOH(aq) + H2O(l) ⇌ H3O+(aq) + CH3COO-(aq)

따라서 아세트산은 산이고 물은 염기이다. 이때 아세트산은 물과 반응하여 하이드로늄 이온을 생성하므로 아레니우스의 정의에 의해서도 산이 된다.

아세트산이 암모니아와 반응하는 아래의 경우를 살펴보자.

CH3COOH(aq) + NH3(g) ⇌ CH3COO-(aq) + NH4+(aq)

브뢴스테드-로우리 정의에 의해 아세트산은 암모니아에 수소 이온을 제공하므로 산이고 암모니아는 수소 이온을 제공받으므로 염기이다. 그러나 위 반응에서 아세트산은 하이드로늄 이온을 생성하지 않으므로 아레니우스의 정의에 따르면 산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브뢴스테드-로우리의 정의가 아레니우스 정의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브뢴스테드-로우리의 정의는 수용액에서 뿐만 아니라 비수용액과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분자 화합물의 산-염기 반응을 기술하는데도 쓰일 수 있다.

HCl(g) + NH3(g) → NH4Cl(s)

루이스 산

루이스 모형을 이용하면 산-염기를 아레니우스 및 브뢴스테드-로우리에 의한 정의보다 더 일반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루이스(Lewis) 산은 고립 전자쌍을 받는 화학종을 말하며 루이스 염기는 고립 전자쌍을 주는 화학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자가 부족한 BF3는 전자가 많은 F-와 반응하여 BF4-를 생성하는 반응에서 BF3는 루이스 산이고 F- 는 염기로 작용한다. 질소가 수소 이온과 반응하는 경우는 전자가 부족한 수소 이온은 전자가 풍부한 암모니아로 부터 전자쌍을 받으므로 루이스 산이고 암모니아는 루이스 염기로 작용한다.

루이스 산-염기 반응

산의 세기

순수한 물에는 적지만 같은 양의 수소 이온(H+)과 수산화 이온(OH-)이 존재하는데 이는 물 분자들이 서로 반응하여 동일한 개수의 양이온(하이드로늄 이온)과 음이온(수산화 이온)이 만들어지며 이러한 반응을 물의 자동 이온화 반응 (autoionization)이라 부른다. 화학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2 H2O(l) → H3O+(aq) + OH-(aq)

일반적인 조건(25℃, 1기압)에서 물의 자동 이온화 반응으로 생성되는 두 이온의 농도는 각각 10-7M(몰농도: mol/L)이다. 용액의 pH는 -log[H3O+]로 정의하므로 순수한 순수한 물의 pH는 7이다. 그러므로 산성 용액의 pH는 7보다 작으며 염기성은 7보다 크다. 비교 대상의 수용액에서 만약 pH가 1만큼 차이가 난다면 두 용액에 존재하는 하이드로늄 이온의 농도는 10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산은 용액 속에서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이온화하는가에 따라 강산(strong acid)이나 약산 (weak acid)으로 분류된다. 즉 강산은 용매에 녹아 있는 모든 산 분자들이 수소 이온인 양이온과 수소 이온을 제외한 분자의 나머지 부분으로 구성된 음이온으로 완전히 분리되는 산을 말한다. 반면에 약산은 많은 산 분자들이 분자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일부 분자만 해리되는 산을 말한다. 따라서 강산과 약산의 구분은 산의 농도가 아니라 산 분자의 해리되는 정도로 결정되므로, 농도가 진한 약산 혹은 농도가 묽은 강산도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산인 염산(HCl)의 경우에는 물에서 수소 이온(H+)과 염소이온(Cl-)으로 거의 100% 해리된다. 그렇지만 약산인 아세트산 분자(CH3COOH)는 일부의 분자만이 수소 이온(H+)과 아세트산 이온(CH3COO-)으로 해리되며, 나머지는 해리되지 않은 형태로 존재한다.

수용액에서 산(HA로 표시함)의 이온화는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HA(aq) + H2O(l) ⇌ H3O+(aq) + A-(aq)

여기서 A-는 HA의 짝염기(conjugate base)이다. 이 화학 반응의 평형식은 다음과 같다.

[H3O+][A-]/[HA] = Ka

이때 Ka산 해리 상수 (acid dissociation constant)라 불리며 강산은 Ka가 1 보다 크고 약산은 1 보다 작다. 약산의 산 해리 상수는 산의 종류와 분자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고유한 값이다. 그러므로 해리 상수가 큰 약산은 약산 중에서도 비교적 센 약산이 된다. 여러 중요한 산들의 Ka값은 교과서나 백과사전에 쉽게 찾아 볼수 있는데 pKa = -logKa값이 통상적으로 널리 활용된다. 따라서 강산의 pKa는 약산의 pKa보다 작다. 강산의 대표적인 예로는 HCl, HBr, HI, HNO3, HClO3, HClO4, H2SO4 등이 있다.

산의 종류

산은 크게 무기산(inorganic acid)과 유기산(organic acid),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무기산은 질소, 염소, 황, 인과 같이 비금속 원소가 포함된 무기 화합물 중에서 산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을 무기산이라 하며 황산, 질산, 염산, 인산, 붕산 등이 대표적이다. 유기산은 탄소를 포함하는 유기 화합물 중에서 산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유기산에는 개미산, 아세트산, 구연산, 아스코르브산 등이 있으며, 최근 혈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DHA와 EPA도 유기산의 한 종류인 지방산(fatty acid)이다. 탄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탄산은 예외적으로 무기산으로 분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