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화

승화

[ sublimation ]

상전이(phase transition) 현상의 하나로 어떤 물질이 고체 상태에서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기체 상태로 직접 변화하는 현상이다.1) 반대로, 어떤 물질이 기체 상태에서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고체 상태로 변화하는 현상도 승화라고 부른다. 이는 영어로는 어떤 물질이 고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직접 변화하는 현상을 sublimation, 반대로 기체 상태에서 고체 상태로 직접 변화하는 현상을 deposition이라고 부르는 것과 차이가 있다. 고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변화하는 승화는 열 흡수에 의한 흡열반응이며, 상평형도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듯이 삼중점(triple point) 이상의 온도 조건에서는 불가능하며, 오로지 삼중점 이하의 온도에서만 가능하다. 삼중점 이상의 온도에서 고체는 반드시 중간 상태인 액체 상태를 거쳐야만 기체 상태로 상전이가 일어날 수 있으나, 삼중점 이하에서는 승화 현상이 가능하다.

흡열 반응인 승화에 필요한 승화 엔탈피(enthalpy of sublimation)는 용융 엔탈피(enthalpy of fusion: 고체 상태에서 액체 상태로 변화하는 데 필요한 열에너지)와 기화 엔탈피(enthalpy of vaporization: 액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변화하는 데 필요한 열에너지)의 합이다.

순수한 물질의 상평형도 ()

목차

승화의 예

이산화 탄소의 승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승화의 예는 이산화 탄소의 승화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드라이아이스(dry ice)가 고체 상태 이산화 탄소이다. 이산화 탄소의 삼중점은 5.2 atm, -56.4°C이므로, 대기압에서 드라이아이스는 액체를 거치지 않고 승화한다.

드라이아이스 ()

물의 승화

물의 삼중점은 -0.01°C (273.16 K), 0.0060366 atm이며, 이 온도, 압력보다 낮은 조건에서 승화가 일어난다. 물의 삼중점 압력이 낮은 것을 이용하여 진공 동결 건조(vacuum freeze drying process)를 한다. 동결 건조는 영어로 'lyophilization'이라고 하며, 생물학 분야에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동결 건조는 일단 물질을 낮은 온도로 낮추고 압력을 낮추면, 그 물질 내 물 분자들이 승화하여 건조된다. 이런 동결 건조 방법은 일상생활에서 상하기 쉬운 물질이나 운반상 편리하도록 물질을 건조하는 데 이용된다.

기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승화 물질로는 나프탈렌, 요오드 등을 들 수 있다. 나프탈렌은 살충제로 널리 이용되는데, 고체 상태 물질이 쉽게 승화하여 살충 효과를 낸다.

물질 분리 정제에 응용

승화는 물질의 정제에 응용된다. 고체 물질을 진공 상태 승화기에 넣은 후 온도를 높이면, 고체 물질이 활발히 승화하여 기체 상태로 변화하고, 기체 물질은 다른 쪽에 있는 차가운 표면에 흡착된다. 승화기를 식힌 후, 진공을 해제하면 정제된 물질을 차가운 표면에서 모을 수 있다. 이런 절차를 통해 정제할 수 있다. 정제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온도를 공간에 대해 점차 차이가 나게 하는 방식으로 정제 순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고순도 정제에는 진공의 유리관이 사용되는데, 시료가 있는 뜨거운 쪽과 차가운 쪽 사이에 점진적인 온도 경사를 만들면, 승화되기 어려운 (즉, 고체로 만들기 쉬운) 물질과 승화되기 쉬운 (즉, 고체가 되기 어려운) 물질이 유리관을 따라 점차 공간적으로 분리가 된다. 즉, 승화되기 어려운 물질은 뜨거운 유리관과 가까운 부분에 흡착되고, 승화되기 쉬운 물질은 뜨거운 유리관에서 먼 곳에 점차 흡착되어 정제된다. 이러한 진공 승화를 이용한 방법은 전자,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유기 물질을 고순도로 정제할 때 자주 이용되며, 이러한 방법을 통해 99.99% 이상의 고순도 물질을 분리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가전제품에 이용되는 유기 물질들을 고순도로 정제할 수 있다.

참고자료

1. General Chemistry,4th Ed. by Hill, Petrucci, McCreary, Perry, Prentice H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