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 상태

전이 상태

[ transition state ]

화학 반응의 전이 상태1)는 반응물이 반응 좌표(reaction coordinate)를 따라 생성물로 변화할 때 가장 높은 퍼텐셜 에너지를 갖는 특별한 구조(configuration)2)의 물질로 정의된다. 전이 상태가 되면 완전히 비가역적인 변화가 진행되어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고 가정한다. 즉, 반응물이 전이 상태가 되면 모두 생성물이 된다고 가정하므로, 반응 속도는 반응물이 전이 상태가 되는 확률과 관계된다고 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브로모메테인과 수산화 이온의 SN2 반응3)을 보여준다.

반응 좌표.()

삼각 쌍뿔(trigonal bipyramid) 구조를 갖는 전이 상태에서 C–Br 결합의 길이는 반응물의 C–Br 결합보다 조금 길며, C– O 결합의 길이 역시 생성물의 C–O 결합보다 약간 길다. 전이 상태에 해당하는 퍼텐셜 에너지 표면(potential energy surface)의 가장 낮은 부분을 안장점(saddle point)이라고 부른다. 양자 역학적 계산이나 극초단 펄스 레이저(ultrashort pulse laser)를 이용하는 실험을 통해 전이 상태의 정확한 구조를 알 수 있다.

목차

역사

전이 상태는 화학 반응속도론(chemical kinetics)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전이 상태를 이용하여 반응 속도를 설명하는 이론을 전이 상태 이론4)(transition state theory)이라고 하는데, 이 이론은 1935년쯤 아이링(Henry Eyring, 1901-1981), 에반스(Meredith Gwynne Evans, 1904-1952), 폴라니(Michael Polanyi, 1891-1976)5)에 의해 처음 발전되었으며, 오늘날에도 화학 반응 속도를 설명하는데 널리 쓰인다.

전이 상태 이론

전이 상태 이론은 단일 단계 반응의 반응 속도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반응물과 전이 상태 사이에 준평형(quasi-equilibrium)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한다. 이 이론을 통해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방식에 관한 정성적인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반응 속도에 관한 정량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전이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전이 상태의 수명은 매우 짧기 때문에 정확한 구조를 알기 쉽지 않다. 극초단 펄스 레이저를 이용하는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전이 상태에 대해 반응 속도 실험 결과에 기초하여 추측하였는데, 최근에는 전이 상태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실험 기술을 발전시켰다. (아래 실험적 관찰 부분 참조)

전이 상태 이론은 단일 단계 반응에 대한 이해에는 유용하지만, 짧은 수명을 가진 반응 중간물질(reaction intermediate)이 존재하는 다단계 반응의 이해에는 적절하지 않다. 또한, 전이 상태 이론은 터널링(tunneling) 등 양자 효과(quantum effect)가 두드러진 반응이나 아주 높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설명하지 못한다.

효소 반응

전이 상태로 잘 이해되는 화학 반응의 전형적인 예는 효소(enzyme) 반응이다. 효소는 생물체에서 작동하는 가장 중요한 촉매이다.

효소의 작동.()

효소(E)는 반응물인 기질(S, substrate)과 결합하여 전이 상태(ES)를 만들어 기질을 생성물(P)로 변화시킨다. 전이 상태를 위첨자 이중 십자가(‡)로 표시하기도 한다. 효소의 작용으로 인해 전이 상태의 에너지가 낮아지며, 이로 인해 활성화 에너지(activation energy)가 낮아져 반응이 빠르게 일어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반응이 반응 좌표를 따라 일어날 때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갖는 상태가 전이 상태이며, 활성화 에너지는 반응물과 전이 상태의 에너지 차이를 가리킨다. 효소가 전이 상태를 안정화한다고 설명할 수도 있고, 효소로 인해 낮은 활성화 에너지를 갖는 새로운 반응 경로가 열렸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실험적 관찰

빠른 컴퓨터와 알고리즘의 개발로 크게 발전한 계산 화학을 통해 전이 상태를 규명하는 작업도 가능하며, 그 결과들이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다. 아울러 전이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실험 연구들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전이 상태에 대한 실험 연구의 대표적인 예는 펨토화학(Femtochemistry)이라고 부르는 극초단 펄스 레이저를 이용하는 연구이다. 전형적인 연구 방법의 하나는 펌프-탐침(pump and probe) 기술인데 그 원리가 동영상 16)에 나와 있다. 수 펨토초(femtosecond(fs), 1 fs = 10-15 sec)의 극초단 펄스 레이저7)로 변화를 일으킨 후(pump) 뒤따르는 또 다른 극초단 펄스 레이저로 그 변화를 관찰한다(probe). 이 분야의 선구자는 199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쯔웨일(Ahmed Zewail, 1946-2016)이다. 이러한 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NaI8), Br29)와 같은 작은 분자의 분해 반응의 전이 상태부터 단백질과 같은 거대분자의 변화를 추적하는 연구들이10) 수행되고 있다.

동영상 1. pump probe technique

참고 문헌

1. 전이 상태와 상태 전이(transition of state)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상태 전이는 분자나 원자가 놓여있는 미시적인 상태가 달라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2. 전자 배치의 경우처럼 ‘configuration’을 배열로 옮기기도 한다.
3. 두 개 화학종이 반응 속도 결정 단계에 포함되는 친핵성 치환(nucleophilic substitution) 반응을 가리킨다. 반응 속도 결정 단계가 일분자 반응(unimolecular reaction)인 친핵성 치환 반응은 SN1 반응으로 쓴다.
4. 전이 상태 이론을 활성화물 이론(activated complex theory)이라고도 한다. 전이 상태를 활성화물이라고 하는데, 활성화물은 지금은 널리 쓰이지 않는다.
5. 마이클 폴라니는 198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폴라니(John Polanyi, 1929-)의 아버지이며, 경제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의 동생이다.
6.
7. 최근에는 아토초(attosecond(as) 1 as = 10-18 sec) 펄스 레이저가 개발되어 매우 빠른 과정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8. A. H. Zewail, Science 242, 1645 (1988)
9. W. Li et al PNAS 107, 20219 (2015).
10. J. Lu, et al Biochemistry 50, 5042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