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합성

핵합성

[ Nucleosynthesis ]

핵합성은 핵융합을 비롯한 다양한 핵반응으로 새로운 원소가 생성되는 과정이다. 수소핵융합으로 헬륨이 생성되거나 헬륨의 핵융합으로 탄소가 생성되는 방식처럼 더 가벼운 원소들이 융합하여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 핵합성 과정이다. 무거운 원소가 헬륨입자를 포획하거나 방출하는 알파포획과 알파붕괴, 중성자를 포획하는 중성자포획, 원자핵 내부의 중성자가 전자와 양성자로 붕괴하는 베타붕괴, 혹은 양성자가 에너지를 흡수하여 중성자와 양전자로 바뀌는 베타플러스붕괴 등 다양한 과정이 모두 원소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주의 역사에서 원소가 만들어지는 방법에는 빅뱅 핵합성, 별 내부의 핵합성, 초신성, 중성자별 충돌 등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폭발적 핵합성,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cosmic ray)에 의한 원소들의 파쇄가 있다(그림 1). 각 원소가 어떤 경로로 만들어졌는지는 그림 2에 표시되어 있다.

그림 1: 원소의 생성과 순환을 나타내는 도식.(출처: 윤성철)

그림 2: 주기율표. 각 원소들에 표시된 색은 원소들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나타낸다.(출처: )

목차

역사적 배경

19세기 말 프랑스의 물리학자 베크렐(Henri Becquerel)이 방사능을 처음 발견하였다. 20세기 초 영국의 러더포드(Ernest Rutherford), 프랑스의 퀴리(Marie Curie), 퀴리(Pierre Curie) 등이 이 방사능의 물리적 과정을 자세히 연구하는 과정에서, 한 원소가 다른 종류의 원소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에 핵융합의 가능성까지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은 지구의 구성물질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각종 원소들의 기원을 설명하는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는 과학적 주제가 아니었다.

1925년 미국 하바드 천문대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페인(Cecilia Payne-Gaposchkin)이 별의 스펙트럼 분석으로 별들의 주요 구성물질은 지구와 달리 수소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에 관한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울러 지구의 지질학적 나이가 최소한 수억 년 이상이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졌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태양을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빛나게 유지시켜줄 수 있는 에너지의 근원을 설명하기 위해 수소핵융합의 가능성이 진지하게 연구되기 시작했다.

별 내부의 수소핵융합은 영국의 천문학자 에팅턴(Arthur Eddington)이 1920년 처음 제안하였다. 하지만 양성자 두 개가 융합하는 과정에서 서로간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에 따른 반발을 이길 수 있기 위해서는 적어도 십억 도의 온도가 필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수천만 도에 불과한 태양의 중심 환경에서는 수소핵융합이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 후 1927-1928년 훈트(Friedrich Hund), 가모프(George Gamow), 거니(Ronald Gurney), 콘던(Edward Condon) 등이 방사능 붕괴의 일종인 알파 붕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양자터널효과를 발견했고, 이로써 핵융합이론은 급격한 발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양자터널효과란, 전하를 띈 입자가 비교적 에너지가 낮은 상태에서도 원자핵을 둘러싸고 있는 전자기력에 의한 높은 에너지 장벽을 간헐적으로 뚫고 통과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원래는 방사능 붕괴를 설명할 수 있는 물리적 과정이었지만 반대로 핵융합 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1929년 영국의 앳킨슨(Robert Atkinson)과 독일의 호우터만스(Fritz Houtermans)는 양자터널효과를 적용할 경우 태양의 중심부 환경에서도 수소핵융합반응이 효율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처음 밝혔다. 1938-1939년에는 독일의 베테(Hans Bethe)와 폰 바이츠제커(Karl Friedrich van Weizsacker)에 의해 수소핵융합 과정인 pp연쇄반응과 CNO순환반응의 이론이 완성되어 태양과 별의 에너지 근원이 밝혀졌다.

이후 핵융합과정을 통한 새로운 원소 생성 과정이 활발하게 연구되었다. 빅뱅 우주론을 지지했던 가모프(George Gamow)와 그의 학생 알퍼(Ralph Alpher)는 1948에 발표한 논문에서 빅뱅의 순간 모든 원소가 생성되었다는 주장을 했다. 그들의 이론은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와 헬륨의 함량비를 잘 설명했지만 원자량이 5와 8인 원소가 극도로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에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에는 큰 결함이 있었다. 정상 우주론을 제안했던 영국의 호일(Fred Hoyle)은 별 내부에서 발생하는 핵융합반응으로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의 기원을 설명하려고 했고 이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이룬다. 특히 탄소의 합성을 위한 삼중알파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탄소의 공명에너지 준위를 발견한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또한 파울러(William A. Fowler), 버비지(Eleanor Margaret Burbidge), 버비지(Geoffrey Burbidge)등과 함께 우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원소의 기원을 별 내부의 핵합성으로 설명하는 1958년도의 논문(저자들의 성을 따서 @@NAMATH_INLINE@@\rm{B^2FH}@@NAMATH_INLINE@@ 논문이라 불린다)은 지금도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남아있고 결국 윌리암 파울러는 1984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림 3은 태양계를 구성하는 원소들의 함량비를 보여준다. 이 원소들의 기원은 오늘날 대부분 다 밝혀졌지만 핵합성의 연구는 우주의 화학적 진화를 살피는 데 여전히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r-과정으로 만들어지는 중금속이나 p-과정으로 만들어지는 몇몇 희귀 원소들의 기원은 아직도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그림 3: 태양계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상대적인 함량비. 가로축은 원소의 원자번호(양성자 수), 세로축은 상대적인 함량비를 로그 단위로 나타낸다.(출처: )

빅뱅 핵합성

빅뱅이 일어난 직후 백만분의 일초가 지나면 쿼크입자들이 강한 핵력에 의해 뭉치면서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약 1초가 지난 이후 온도가 백억 도 이하로 떨어지면 그 때부터 서서히 양성자와 중성자들의 결합으로 헬륨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빅뱅 이후 3분 정도가 지나면 빅뱅의 핵합성은 완결된다. 빅뱅 핵합성의 결과로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NAMATH_INLINE@@{^1\rm{H}}@@NAMATH_INLINE@@)와 헬륨(@@NAMATH_INLINE@@{^4\rm{He}}@@NAMATH_INLINE@@)의 질량비는 약 3: 1이 되고 아주 소량의 중수소(@@NAMATH_INLINE@@{^2\rm{H}}@@NAMATH_INLINE@@) 및 @@NAMATH_INLINE@@{^3\rm{H}}@@NAMATH_INLINE@@, @@NAMATH_INLINE@@{^3\rm{He}}@@NAMATH_INLINE@@, @@NAMATH_INLINE@@{^7\rm{Li}}@@NAMATH_INLINE@@ 등이 만들어진다.

별 내부의 핵합성

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는 헬륨보다 무거운 다양한 원소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별 내부의 핵합성은 수백만 년에서 수십억 년에 걸쳐 진행되는 별의 진화 단계와 함께 한다. 태양과 같이 주계열에 있는 별 내부에서는 수소핵융합 반응으로 헬륨이 형성된다. 중심부의 수소가 고갈되면 별은 적색거성 단계로 도달하여 중심부에서 헬륨의 핵반응으로 탄소와 산소가 생성된다. 중심부의 헬륨이 고갈되면 탄소핵이 형성되고 헬륨핵이나 탄소핵 위에서도 수소껍질 핵반응 및 헬륨껍질 핵반응으로 많은 양의 질소, 탄소 등이 생성된다. 별의 질량이 태양의 8배이하인 경우 별이 점근거성열 단계에 도달하면 s-과정으로 철보다 무거운 중금속들도 생성될 수 있다. 별이 일생을 마치는 과정에서 표피층의 물질들은 강한 항성풍에의해 우주 공간으로 흩뿌려지며 수소껍질, 헬륨껍질 등에서 생성된 질소, 탄소 및 s-과정으로 생성된 원소들이 성간물질에 공급된다(그림 1, 그림 2). 질량이 태양의 8배 이상인 별 내부에서는 탄소핵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핵반응이 일어나 네온, 산소, 마그네슘, 규소, 황, 칼슘, 인 등이 만들어지고 이렇게 만들어지는 물질들은 초신성폭발으로 성간물질에 공급된다(그림 1, 그림 2).

폭발적 핵합성

별이 진화 단계의 막바지에 이르면 다양한 형태의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신성 폭발이다. 이런 폭발은 수 초 이내에 발생하는 급격한 현상이고 매우 높은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발생하기에 별의 진화단계에서 오랜 기간동안 발생하는 핵합성과는 성질이 매우 다르다. 폭발적 핵합성의 예들은 다음과 같다.

  • Ia 형 초신성 – Ia형초신성은 백색왜성이 찬드라세카 한계질량에 도달하여 백색왜성 중심에서 거대한 핵폭발이 발생하여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과정으로 많은 양의 규소와 철이 만들어진다. 특히 우주에 존재하는 철의 50% 이상은 제Ia형초신성으로 생성되었다.
  • 핵붕괴 초신성 – 핵붕괴 초신성은 태양보다 8배 이상 무거운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철로 구성된 중심핵이 한계질량에 도달하여 중력적으로 붕괴할 때 발생한다. 핵붕괴 초신성의 반 이상은 II 형 초신성이며 나머지는 Ib 형과 Ic 형 초신성으로도 폭발한다. 핵붕괴 초신성은 무거운 별 내부에서 생성된 각종 중원소(질소, 탄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규소, 황, 인)를 우주 공간에 흩뿌릴 뿐만 아니라, 초신성 폭발과정에서도 칼슘, 망간, 크로뮴, 바나듐, 티타늄, 철, 니켈, 구리, 아연 등을 생성한다. r-과정으로 생성되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의 일부도 핵붕괴 초신성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중성자별 충돌 – 두 개의 중성자 별이 서로 쌍성 궤도 운동을 하고 있다가 중력파의 방출으로 각운동량을 서서히 일어버리면 결국 둘이 충돌하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중성자별의 충돌의 순간에도 폭발적인 핵합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수많은 자유중성자의 방출으로 r-과정이 쉽게 일어날 수 있으며 금, 백금 등과 같은 중금속들이 이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2017년 8월 17일에 중력파 검측으로 발견된 중성자별의 충돌에서는 킬로노바(Kilonova)라는 현상이 함께 발견된 바 있다. 이 킬로노바의 스펙트럼은 충돌과정으로 철보다 무거운 수많은 중금속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시사하며 금, 백금, 유로퓸, 우라늄 등과 같은 r-과정 원소들이 중성자별 충돌으로 생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첫 번째 관측적 증거가 되었다.

우주선 파쇄

우주선(cosmic ray)은 초신성이나 감마선 폭발, 활동은하핵 등으로 높은 에너지를 얻어 우주 공간을 떠돌아 다니는 입자다. 우주선이 성간물질에 존재하는 원소들과 충돌하면 원소들이 파쇄되면서 새로운 원소를 생성한다. 예를 들어 @@NAMATH_INLINE@@{^{12}\rm{C}}@@NAMATH_INLINE@@가 @@NAMATH_INLINE@@1~\rm{GeV}@@NAMATH_INLINE@@ 정도의 에너지를 갖는 양성자와 충돌하면 다음과 같은 반응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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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파쇄(Cosmic Ray Spallation)는 @@NAMATH_INLINE@@{^{10}\rm{B}}@@NAMATH_INLINE@@, @@NAMATH_INLINE@@{^{11}\rm{B}}@@NAMATH_INLINE@@, @@NAMATH_INLINE@@{^{9}\rm{Be}}@@NAMATH_INLINE@@, @@NAMATH_INLINE@@{^6\rm{Li}}@@NAMATH_INLINE@@, @@NAMATH_INLINE@@{^7\rm{Li}}@@NAMATH_INLINE@@ 등의 생성에 크게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