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자포획과정

중성자포획과정

[ neutron capture process ]

중성자포획은 원자핵이 중성자와 결합하여 궁극적으로는 더 무거운 원소로 합성되는 과정을 뜻한다. 양의 전하를 띄고 있는 원자핵 두 개가 하나의 새로운 원소로 융합하기 위해서는 원자핵 사이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핵융합이 이루어지려면 별 내부와 같이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다. 반면에 중성자와 원자핵 간에는 전자기력의 반발이 작용하지 않기에 중성자포획은 비교적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중성자는 전하가 없기 때문이다.

중성자포획 과정은 철종족 원소(Iron group elements)보다 무거운 원소를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종족 원소는 가장 안정한 원소이기에 별 내부의 환경에서는 다른 원자핵과 결합할 수 없다. 반면 중성자는 전하가 없기에 쉽게 철 종족 원소와 결합할 수 있다.

중성자는 그 자체로는 불안정한 핵자로서 반감기가 10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별 내부에서 자유롭게 홀로 존재하기 어렵고 대부분 원자핵 내부에 갇혀있다. 중성자포획 과정이 활발하게 발생하기 위해서는 원자핵 내부에 갇혀있던 중성자들이 일시적으로 자유롭게 빠져나오는 상황이 필요하다. 자유중성자가 만들어져서 중성자포획 과정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으로는 점근거성가지 단계에 도달한 별의 헬륨껍질, 적색초거성 단계에 도달한 무거운 별의 헬륨핵 내부, 핵붕괴 초신성 폭발, 쌍중성자별의 충돌 등이 있다.

목차

베타붕괴의 역할

수소를 제외하면 모든 원소의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양성자의 개수는 흔히 원자번호라고 부르며 원자의 정체성을 결정한다(예. 탄소는 양성자 6개, 철은 양성자 26개). 원자번호는 같으면서 중성자의 개수가 다른 원소들은 동위원소라고 한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가 서로 엇비슷할 때 가장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중성자가 양성자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지면 원자핵은 불안정해지면서 중성자 일부가 양성자와 전자로 붕괴한다(베타붕괴). 원자의 정체성은 양성자의 수가 결정하기 때문에 베타붕괴에 따른 양성자 수의 변화는 곧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짐을 의미한다. 중성자와의 결합만있고 베타붕괴가 없다면 전보다 더 무거운 동위원소만 만들고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질 수 없을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중성자포획과정(neutron capture process)은 원자핵이 중성자와 결합하는 과정 뿐 아니라 그 이후 베타붕괴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원소가 생겨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중성자포획은 중성자가 원자핵과 결합하는 속도가 베타붕괴의 속도보다 느리거나 빠른지 여부에 따라 s-과정(s-process; 느린 과정)과 r-과정(r-proess; 빠른 과정)으로 나뉜다.

s-과정

중성자포획 세부적인 과정은 자유중성자의 밀도가 얼마나 높으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자유중성자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면 중성자포획으로 불안정한 동위원소에 이른 단계에서 새로운 중성자를 포획하기 전에 곧바로 베타붕괴하여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질 것이다(그림 1 참조). 이런 과정을 통한 원소 생성 방식을 s-과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s는 slow를 뜻하며 중성자포획이 베타붕괴보다 느리게 발생함을 의미이다.

그림 1: s-과정의 예. 가로축은 중성자의 개수, 세로축은 양성자의 개수(원자 번호)를 나타낸다. 실선으로 표시된 정사각형은 안정한 원소의 위치를 나타내며 공백인 부분에는 안정한 원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사각형 안에 표시된 숫자는 원자량(양성자와 중성자 개수의 합)을 나타낸다. (출처: 윤성철)

예를 들어 은(@@NAMATH_INLINE@@{^{109}_{47}\rm{Ag}}@@NAMATH_INLINE@@)의 원자핵이 중성자 하나를 포획하면 은의 동위원소 @@NAMATH_INLINE@@{^{110}_{47}\rm{Ag}}@@NAMATH_INLINE@@가 된다. @@NAMATH_INLINE@@{^{110}_{47}\rm{Ag}}@@NAMATH_INLINE@@는 반감기가 24.6초에 불과하기에 생성되자마자 베타붕괴하여 중성자 수는 하나가 줄고 양성자 수는 하나가 늘은 카드뮴의 동위원소 @@NAMATH_INLINE@@{^{110}_{48}\rm{Cd}}@@NAMATH_INLINE@@으로 변한다. 연이어 카드뮴에 중성자포획이 지속되면 안정한 동위원소인 @@NAMATH_INLINE@@{^{111}_{48}\rm{Cd}}@@NAMATH_INLINE@@, @@NAMATH_INLINE@@{^{112}_{48}\rm{Cd}}@@NAMATH_INLINE@@, @@NAMATH_INLINE@@{^{113}_{48}\rm{Cd}}@@NAMATH_INLINE@@, @@NAMATH_INLINE@@{^{114}_{48}\rm{Cd}}@@NAMATH_INLINE@@가 생성될 수 있다. @@NAMATH_INLINE@@{^{115}_{48}\rm{Cd}}@@NAMATH_INLINE@@는 불안정하기에 생성된 후 곧 베타붕괴하여 인듐(@@NAMATH_INLINE@@{^{115}_{49}\rm{In}}@@NAMATH_INLINE@@)으로 변한다(그림 1).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원자 번호 82인 납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s-과정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천체로는 점근거성가지별이 있다. 질량이 태양의 8배 이하인 별들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탄소와 산소로 구성된 중심부 핵이 전자축퇴된 단계에 이른 별들이다. 이 때 헬륨껍질의 핵융합 반응이 불안정해지면 수소 표피층 물질의 일부와 헬륨핵반응으로 만들어진 탄소가 함께 섞인다. 이렇게 서로 만난 탄소와 수소가 반응을 일으키면서 많은 양의 탄소의 동위원소 @@NAMATH_INLINE@@{^{13}\rm{C}}@@NAMATH_INLINE@@가 만들어진다.

@@NAMATH_DISPLAY@@ {^{12}\rm{C}} + p \rightarrow {^{13}\rm{N}} \rightarrow {^{13}\rm{C}}+ \nu_e + e^+ @@NAMATH_DISPLAY@@

이 탄소 @@NAMATH_INLINE@@{^{13}\rm{C}}@@NAMATH_INLINE@@가 다시 헬륨과 결합하면서 자유중성자를 방출하게 된다.

@@NAMATH_DISPLAY@@ {^{13}\rm{C}} + {^{4}\rm{He}} \rightarrow {^{16}\rm{O}} + n \qquad (1) @@NAMATH_DISPLAY@@

자유중성자가 만들어지는 또 다른 방식은 네온의 동위원소인 @@NAMATH_INLINE@@{^{22}\rm{Ne}}@@NAMATH_INLINE@@이 헬륨과 결합하는 것이다.

@@NAMATH_DISPLAY@@ {^{22}\rm{Ne}} + {^{4}\rm{He}} \rightarrow {^{25}\rm{Mg}} + n \qquad (2) @@NAMATH_DISPLAY@@

이렇게 만들어진 자유중성자가 주변에 있는 철 등 중금속과 결합하면 s-과정이 발생하게 된다.

s-과정은 질량이 태양의 8배 이상인 무거운 별들이 주계열을 지나 적색초거성 단계에 도달했을 때 헬륨으로 구성된 중심핵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자유중성자는 식(2)의 반응으로 만들어진다.

s-과정으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원소로는 스트론튬(@@NAMATH_INLINE@@\rm{Sr}@@NAMATH_INLINE@@), 이트륨(@@NAMATH_INLINE@@\rm{Y}@@NAMATH_INLINE@@), 바륨(@@NAMATH_INLINE@@\rm{Ba}@@NAMATH_INLINE@@) 등이 있다.

점근거성에서 발견되는 테크니시움(@@NAMATH_INLINE@@{^{98}\rm{Tc}}@@NAMATH_INLINE@@)는 s-과정의 대표적인 관측적 증거다. (@@NAMATH_INLINE@@{^{98}\rm{Tc}}@@NAMATH_INLINE@@)는 반감기가 약 사백이십만 년에 불과하기에 지구 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원소이다. 또한 주계열에 있는 별에서도 발견된 바 없다. 점근거성의 나이가 최소한 수억 년 이상임을 감안할 때(@@NAMATH_INLINE@@{^{98}\rm{Tc}}@@NAMATH_INLINE@@)의 존재는 점근거성 단계에서 s-과정으로 철보다 무거운 중금속들이 최근에 생성되었음을 보여준다.

r-과정

그림 2: r-과정의 도식적 설명. (출처: 윤성철)

만일 자유중성자의 방출이 순간적으로 격렬하게 일어나서 자유중성자의 밀도가 충분히 높다면 중성자포획은 베타붕괴보다 자주 혹은 빨리(rapid) 발생한다. 이 경우 원자핵은 순식간에 많은 양의 중성자를 흡수하여 양성자 수에 비해 중성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원자핵은 중성자의 개수가 많을수록 중성자를 포획하는 빈도는 낮아지고, 동시에 강한 감마선에의해 중성자를 쉽게 방출하게 된다. 그렇기에 자유중성자의 밀도가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원자핵은 무한히 많은 중성자를 포획할 수 없고 중성자의 개수의 증가는 특정한 한계지점에서 멈추게 된다. 일단 한계지점에 도달한 원자핵은 매우 불안정하기에 빠르게 베타붕괴하여 양성자 수가 증가하고 또 다시 중성자포획, 베타붕괴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원래보다 더 원자 번호가 큰 다양한 동위원소들이 만들어진다. 자유중성자들이 모두 다 포획되어 사라지면 한계지점 근처에서 새롭게 생성된 동위원소들이 서서히 베타붕괴하여 안정한 원소로 변한다(그림 2).

r-과정은 이렇게 빠른 중성자포획에 따른 중성자 수의 급격한 증가가 있은 후 베타붕괴로 새로운 원소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r-과정으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원소로는 금(@@NAMATH_INLINE@@\rm{Au}@@NAMATH_INLINE@@), 유로튬(@@NAMATH_INLINE@@\rm{Eu}@@NAMATH_INLINE@@), 우라늄(@@NAMATH_INLINE@@\rm{U}@@NAMATH_INLINE@@), 백금(@@NAMATH_INLINE@@\rm{Pt}@@NAMATH_INLINE@@) 등이 있다.

r-과정은 자유중성자가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환경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 이런 환경이 발생하는 천체현상으로는 초신성 폭발, 쌍중성자별의 충돌,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충돌 등이 있다.

r-과정의 관측적 증거로서 대표적인 예는 2017년 8월 17일에 중력파로 발견된 쌍중성자별의 충돌이다.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발을 킬로노바(kilonova)라 부른다. 이 과정에서 분출된 물질이 중력파의 발견과 함께 관측되었는데 킬로노바의 스펙트럼은 쌍중성자별 충돌 시 r-과정으로 중금속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확증해 주었다.

s-과정과 r-과정 원소들

그림 3: r-과정 및 s-과정의 예. 가로축은 중성자의 개수, 세로축은 양성자의 개수(원자번호)를 나타낸다. 실선으로 표시된 정사각형은 안정한 원소의 위치를 나타내며 공백인 부분에는 안정한 원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사각형 안에 표시된 기호는 s-과정이나 r-과정으로 만들어지는 원소임을 나타낸다. s, r로 표시된 것들은 s-과정과 r-과정이 모두 생성에 기여할 수 있는 원소들이다. p로 표시된 것은 p-과정 원소들을 의미한다. (출처: 윤성철)

s-과정과 r-과정으로 원소가 합성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중성자포획과 베타붕괴를 거치는 과정이지만, 그 결과로 생성되는 동위원소의 종류에는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그림 3에서 s-과정으로만 생성될 수 있는 동위원소들(그림에서 s로 표시된 것들), 혹은 r-과정으로만 생성될 수 있는 동위원소들(그림에서 r로 표시된 것들)의 예를 도식적으로 보여준다. s-과정과 r-과정이 모두 생성에 관여하는 동위원소들도 있다(그림에서 s, r로 표시된 것들). s-과정으로만 생성될 수 있는 동위원소들은 그림에서와 같이 베타붕괴의 경로가 안정한 원소에 가로막혀 있는 경우이다. 반면 r-과정으로만 생성될 수 있는 동위원소들은, 중성자 수가 하나 적은 동위원소가 불안정하여 s-과정을 통한 생성이 불가능한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