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우주전파관측망

한국우주전파관측망

[ Korean VLBI Network ]

약어 KVN

한국우주전파관측망(Korean VLBI Network, KVN)은 한국천문연구원이 서울, 울산, 제주에 설치하여 운영하는 구경 21미터급 전파망원경 3기로 구성된 우주전파 초장거리간섭계(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 VLBI) 관측 시설이다 (그림 1). 세계 최초로 4개의 주파수(22, 43, 86, 129 GHz)를 동시에 관측하는 수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KVN은 현재 동아시아 밀리미터초장거리간섭계(mm-VLBI) 관측망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초정밀 각해상도 관측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그림 1. 서울, 울산, 제주의 세 곳에 설치된 KVN 망원경의 모습과 기저선(출처: 한국천문연구원)

목차

건설 및 특징

KVN은 2대 이상의 망원경을 동시 가동해 대구경 망원경의 효과를 내는 간섭계 원리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10 km 떨어진 2대의 전파망원경으로 하나의 천체를 동시 관측하면 구경 10km인 대형망원경의 분해능을 얻는다. 분해능은 가까이 붙어 있는 두 천체를 구별하는 능력으로 망원경 구경이 클수록 좋아진다. 한국천문연구원은 380억원을 투자해 2001년부터 서울 연세대학교, 울산 울산대학교, 제주 서귀포시의 3곳에 직경 21m 전파 망원경을 설치, 2008년에 완공했다. 전파망원경 3대는 통합 운영되어 지름 476km 짜리 전파망원경과 같은 효과를 낸다. 접근성을 고려해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먼 기선을 이루는 서울, 울산, 제주등 세 곳으로 사이트를 정했다.

KVN은 간섭계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초장거리간섭계’(VLBI) 중 하나이다. KVN은 미국의 VLBA와 일본의 VERA 등과 비교하면 기저선의 거리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독특한 장점이 있다. VLBA는 미국 본토와 하와이 마우나케아, 푸에르토리코 버진아일랜드에 배치된 구경 25m 전파망원경 10 대로 구성된다. 한편, VERA는 일본 본토, 이시가키 섬, 오가사와라제도에 각각 건설된 구경 21m 전파망원경 4 대로 이뤄져 있다. VLBA는 직경이 8600km가 넘는 초대형 망원경의 성능을 발휘하며, VERA는 구경 2300km 거대 망원경의 성능과 맞먹는데 비해 KVN은 구경 476km 망원경의 성능에 비교할 수 있다. 476km는 서울 연세대에서 제주 서귀포까지 거리에 해당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4개채널-K 밴드(22 GHz), Q 밴드(43 GHz), W 밴드(83 GHz) D 밴드(129 GHz)를 동시 관측하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세계 최초로 동시 다주파수 mm-VLBI 관측망을 구현했다. 천체의 미세구조 연구를 통해 메이저, 별생성과정 및 활동은하핵의 연구와 같은 천문학 연구뿐 아니라 측지, 지구물리와 같은 VLBI 관련 국내외 연구활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VERA와 공동연구 및 동아시아 VLBI 연구센터

한국천문연구원은 2011년 7월 20일 일본 국립천문대와 공동으로 양국의 전파망원경 관측자료를 처리하는 '한일상관센터'의 공동운영을 위한 합의 각서에 조인했다. 이에 따라 KVN과 일본 VERA가 통합되어 지름 2,300 km의 거대 전파망원경의 효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선을 가진 KVN 3개의 안테나와 긴 기선을 갖고 있는 VERA의 4개 안테나를 합친 성능시험 결과, 시너지가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VLBI 관측 장비로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미국의 VLBA 성능에 필적할 만한 수준의 결과를 생산하고 있다.

KVN은 VLBA보다 기선이 짧지만 고도가 낮은 천체에 대해서 UV-coverage를 갖기 때문에 SgrA*와 같은 천체를 대상으로 미세구조를 조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구축된 동아시아 VLBI연구센터는 한,중,일에 각각 설치, 운영되는 VLBI 전파망원경을 연계하여 관측하는데 쓰인다. 또한 관측된 전파신호를 합성하는 핵심 장비인 상관처리시스템(전파신호 합성장치, correlator)를 운영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앞으로는 한국(한국우주전파관측망, Korean VLBI Network) , 일본(일본우주전파관측망, VLBI Exploration of Radio Astrometry - 미즈사와, 사쓰마센다이 시의 이리키, 오가사와라, 이시가키지마에 관측국 설치),중국(중국우주전파관측망, Chinese VLBI Network - 베이징, 상하이, 쿤밍, 우루무치에 관측국 설치) 3개국은 공동으로 세계최대 전파망원경 기지 구축을 위해 각국이 독자 개발한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기초로 동아시아 지역의 지름 6000 km 범위 안에 위치한 19대의 전파망원경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그림 2 참조).

그림 2. 동아시아 VLBI Network의 개념도.(출처: K. Wajima/한국천문학회; (배경그림))

연구분야

2008년 완공 후, 2009년부터 단일경을 활용한 연구관측이 시작되었으며, 2012년 3기의 안테나를 이용한 본격 연구가 시작되었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 또는 퀘이사(Quasar, 준성) 중심에는 일반적으로 초대질량블랙홀이 존재하는데, 이로부터 방출되는 물질에서 나오는 전파를 VLBI를 통해 관측해 은하와 초대질량블랙홀의 형성과 진화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은하와 별 주변에서 나타나는 여러 물리현상도 KVN의 주요 연구 대상에 속한다.

2013년부터 KVN을 이용한 연구성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천문연구원과 일본국립천문대는 KVN-VERA를 공동 활용해 세계 최초로 44GHz 대역의 메탄올 메이저 관측연구에 성공했다. 2012년에는 KVN의 4개 주파수용 VLBI 위상보정기법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KVN-VERA를 잇는 한일공동 VLBI 관측연구(KVN and VERA Array; KaVA)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VLBI 분야에서는 86GHz 이상 대역 연구가 아직 활성화 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주로 대기 중 수증기 때문에 생기는 신호의 빠른 변화 때문인데, KVN은 4개 주파수 동시 관측으로 낮은 주파수 대역인 22GHz 또는 43GHz에서 검출한 천체 신호를 이용해 높은 주파수 대역(86, 129GHz) 신호에서 수증기 때문에 생기는 신호의 빠른 변화를 보정할 수 있다. KVN은 이런 관측 기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그동안 86GHz 이상에서 VLBI로 조사할 수 없었던 많은 천체들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