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망원경

태양망원경

[ solar telescope ]

태양망원경은 태양을 관측하는데 쓰는 망원경이다. 태양은 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이기 때문에, 태양망원경은 야간 관측용 천체망원경에 비해서 구경이 작다. 하지만 태양망원경도 구경이 클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구경이 큰 망원경은 집광력과 각해상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는대, 어두운 별을 관측하는 천체망원경에서는 빛을 모아주는 집광력이 중요하고, 태양망원경에서는 미세 형체를 분별할 수 있게 해주는 각해상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태양망원경은 천문학적 시상을 가장 좋은 조건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햇빛이 지표면을 가열시켜 대기 중에 대류와 난류를 일으켜 상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햇빛은 또한 망원경 광학계와 경통 내부의 공기를 가열하여, 광학계를 변형하거나 내부 공기흐름을 만들어 상을 나쁘게 한다. 따라서 망원경과 광학계가 열을 잘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망원경 구조물과 광학계가 태양빛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며, 노출 부위는 흰색으로 칠함으로써 빛이 흡수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한 경통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어, 대류가 일어나지 않게 하면 좋다. 또한 망원경과 실험실에서의 광경로를 최소화해야 한다. 망원경 내부 가열은 주로 렌즈를 사용하는 굴절식 망원경 보다는 거울을 사용하는 반사식 망원경에서 더 문제가 된다. 렌즈는 태양 빛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데 비해 반사경에 사용되는 거울은 태양 빛의 10-15%를 흡수하여 가열된다. 따라서 반사식 태양망원경은 상의 질이 굴절망원경에 비해 나쁘다. 하지만 대형 태양망원경은 반사식으로 제작되어야 하기 때문에, 거울에 쌓이는 열을 제거하는 정교한 열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태양망원경을 세우는 곳은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지표면이나 대기가 열을 쌓아두지 않도록 하는 곳이어야 한다. 대양 중에 있는 섬, 호숫가, 높은 산, 지표면에서 많이 떨어진 높은 타워는 이런 조건에 부합한다.

지상에 세운 태양망원경은 시상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므로 고 각해상도 관측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관측할 때는 시상 효과를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적응광학을 적용해야 하며, 관측 후에는 스페클재건기법 같은 영상처리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목차

태양망원경의 입지조건

태양망원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좋은 입지조건이다. 태양에 의한 지표면 가열은 대류와 난류를 일으키므로, 온도의 역전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물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태양천문학자들은 일찍이 태양망원경을 저수지나 호수 주변에 위치시키고자 하였다. 산악지역은 산악성 난류 때문에 불리한 입지이며 바다 근처의 산이라 하더라도 산악성 난류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다. 해변은 좋은 시상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잦은 구름과 연무, 염분에 의한 부식 등으로 좋지 않다. 반면 호수는 표면이 서늘하여 지표면에 비해 상승기류가 없고 난류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좋은 입지조건이 된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태양망원경들

윌슨산 태양천문대 망원경들

윌슨산 태양천문대(Mount Wilson Solar Observatory)에는 세가지 태양망원경이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60피트 태양망원경 타워(60 foot Solar Tower)만이 태양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스노우 태양망원경(Snow Solar Telescope)은 윌슨산 태양천문대에 첫 번째로 설치된 세계 최초의 고정형 태양망원경이다. 시카고의 헬렌 스노우(Helen Snow)가 여키즈 천문대(Yerkes Observatory)에 기증한 것이다. 당시 여키즈 천문대의 대장이었던 헤일(George E. Hale)이 이 망원경을 윌슨산으로 옮겨 과학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스노우 태양망원경에 이어 건설된 60피트 태양망원경 타워는 1908년에 완공되었다. 수직 타워 디자인은 지표면 가열에 의한 대기의 효과를 줄여 스노우 태양망원경 보다 훨씬 좋은 해상도의 태양 영상과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었다. 60피트(18미터)의 초점거리를 가진 24인치(61센티미터) 반사경은 분광기와 함께 사용되었다. 흑점의 분광관측, 태양의 자전에 의한 도플러이동 관측 등의 많은 성과를 내었다. 장시간 노출시킨 다른 밝은 별의 분광관측에도 활용되었다. 1908년 헤일은 흑점 스펙트럼에서 제에만 분리(Zeeman splitting)를 관측하여 지구 이외의 곳에 자기장이 있음을 최초로 보여주었고 1912년 태양주기에서 흑점의 자기장 극성이 뒤바뀜을 발견하였다. 1960년대에는 레이튼(Robert Leighton)이 태양의 5분진동을 발견하였다. 이로부터 태양진동학(helioseismology)이 탄생하였다. 세 번째 망웡경인150피트(46미터) 태양망원경 타워는 두개의 거울이 30센티미터의 렌즈로 빛을 이끌어 지상에 초점을 맺게 한다. 1910년에 완공되어 태양자전, 흑점의 자기장 극성, 일일 흑점 스케치 등 많은 태양 자기장 연구에 기여하였다.

아인슈타인 타워

아인슈타인 타워(Einstein Tower)는 1924년부터 운영된 천체관측소로 독일의 포츠담에 있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과학공원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망원경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관측과 실험에 활용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이곳에서 일한 적이 없지만, 망원경의 건설과 운영을 지원하였다. 망원경을 거친 빛은 수직통로를 따라 관측기와 실험실이 있는 지하실로 들어가게 된다. 아인슈타인 타워에는 실로스탯(Coelostat)이 있어서 빛을 대물렌즈로 보낸다. 실로스탯은 두개의 반사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이 태양을 추적하여 고정된 대물렌즈로 빛이 도달할 수 있게 한다. 아인슈타인 타워의 대물렌즈는 60센티미터이며 초점거리는 14미터이다. 원래 아인슈타인 타워의 과학적 목적은 1911년에 발표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된 중력적색편이(gravitational red shift)를 태양에서 확인하는 것이었으나 망원경을 가동한 후 태양대기에서 일어나는 대기난류에 의해 관측이 쉽지 않음이 드러났다. 태양대기의 난류현상은 곧바로 아인슈타인 타워의 주된 연구주제가 되었다. 현재까지 아인슈타인 타워는 태양활동을 이해하기 위한 자기장의 특성과 행태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키트피크 천문대 망원경

맥매스-피어스 태양망원경(McMath-Pierce solar telescope)은 미국 아리조나의 키트피크(Kitt Peak) 국립천문대에 있는 구경 1.6미터의 반사식 태양망원경 이다. 망원경은 3단으로 이루어져서 2미터의 헬리오스탯(Heliostat; 하나의 거울이 태양을 추적하는 관측 장치)이 1.6미터의 주반사경에 빛을 유도하며 그 옆에 0.8미터의 헬리오스탯이 빛을 유도하는 두개의 주반사경(구경 1.07미터와 0.91미터)들이 있다. 주 망원경은 0.07 각초의 이론적인 분해능을 갖고 있지만 대기의 왜곡에 의해 달성될 수 없는 분해능이다. 2002년 이후 태양관측에서 해상도를 높이기 위하여 적응광학기술을 개발해 왔다.

1900년 이후 건설된 전 세계의 태양망원경 목록이 에 있다.

운영중인 대형 태양망원경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구경 1미터 이상의 태양망원경으로는 구경 1미터의 (SST), 구경 1미터 New Vacuum Solar Telescope(NVST), 구경 1.6미터 (GST), 구경 1.5미터 가 있으며 계획중인 망원경으로는 4미터 구경의 (DKIST)와 역시 4미터 구경의 (European Solar Telescope; EST)이 있다.

그림 1. 1미터 구경의 Swedish Solar Telescope의 모습.()

그림 2. 스페인 카나리제도 테네리페섬의 테이데천문대에 설치되어 있는 GREGOR 태양망원경.()

Goode 태양망원경(Goode Solar Telescope; GST)

GST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미국의 태양망원경이다. 원래 명칭은 New Solar Telescope(NST) 이었으며 2017년 GST로 명칭을 바꾸었다. GST는 해발고도 약 2000미터의 빅베어 호수(Big Bear Lake)에 위치하고 있어서 태양관측에 매우 좋은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 GST는 주경에 입사하는 빛의 경로가 반사되는 빛의 경로와 평행하지 않은 비축(off-axis) 그레고리안 방식이다. 이러한 비축 설계는 부경이 광축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광경로의 중심이 가려지지 않으며 산란광의 효과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채택되었다. GST는 적도의식 마운트에 개방된 구조를 갖고 있다. 큰 구경의 망원경 설계에서 핵심은 반사경의 온도를 주변과 비슷하게 또는 낮게 유지하기 위한 열 제어 시스템이다. 망원경 돔에는 바람통로와 배기시스템을 두어서 일정한 공기흐름을 만들어 주어 돔 내부와 외부의 온도를 같게 유지한다. 또한 주 반사경의 냉각시스템이 거울의 난류 셀을 없애고 주반사경을 냉각한다. 매일 관측 후에는 주 반사경이 밤새 냉각되어 아침에 주변보다 서늘하게 유지되게 된다. 주반사경은 36개의 액츄에이터(actuator)가 지지하여 중력이나 열에 의한 변형을 보정한다. 이와 더불어 GST는 적응광학(adaptive optics) 시스템을 활용하여 대기 난류에 의한 효과를 보정하여 한계 분해능을 달성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링크( )를 참고하면 된다.

그림 3. GST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빅베어태양천문대(Big Bear Solar Observatory; BBSO)의 돔(dome) 모습.()

그림 4. 2011년 9월 20일 GST로 관측한 태양 흑점군(NOAA AR 11108)의 모습.(출처: )

실로스탯과 헬리오스탯

실로스탯(Coelostat)은 두개의 반사경을 이용해 태양 빛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장치로서 타워 형의 태양망원경에 자주 쓰인다. 실로스탯을 이루는 2개의 반사경 중 하나가 태양을 추적하며 실로스탯으로 만들어진 태양상은 회전하지 않는다. 반면 헬리오스탯(Heliostat)은 하나의 반사경을 사용하며 이 반사경이 태양을 추적한다. 헬리오스탯으로 만들어지는 태양상은 회전을 한다는 점이 실로스탯의 경우와 다르다.

다른 종류의 태양망원경과 태양필터

태양도 다른 별들과 같이 모든 파장의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다양한 빛을 통하여 태양을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들이 있다. 태양이 내는 전파를 관측하는 태양전파망원경이 있고, 우주선에 실어 태양이 내는 극자외선, 엑스선, 감마선을 관측하는 망원경은 태양극자외선망원경, 태양엑스선망원경, 태양감마선망원경이라 부를 수 있다. 또한 태양대기는 각기 다른 온도와 밀도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종류의 빛을 내므로 태양대기를 구별하여 관측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빛만을 투과하는 매우 다양한 태양필터를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태양 채층홍염을 관측할 때 활용하는 에이취알파(Hα)필터가 있으며 현대의 대형 태양망원경들은 가시광선의 여러 파장들과 적외선에 이르는 다양한 필터를 장착하여 태양대기의 다른 층들을 관측하고 있다. 한편 태양의 가장 바깥 대기인 코로나를 관측하기 위하여 지상이나 우주에 태양 코로나그래프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