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진동학

태양진동학

[ Helioseismology ]

그림 1. 진동하고 있는 태양의 도플러 속도 분포를 나타내는 스냅샷이다. 붉은 점과 푸른 점은 멀어지는 부분과 가까워지는 부분을 나타낸다.(출처: )

태양의 진동 혹은 파동의 전파를 이용하여 온도의 분포와 같은 태양 내부 구조와 자전 속도 등의 운동학적 특징을 알아내는 연구 분야이다(그림 1 참조). 지구에서 발생하는 지진파를 이용해 지구 내부의 특성을 알아내는 지진학의 분석 기술을 일부 채용해서 연구하였기 때문에 태양진동학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지만 두 학문은 유사점만큼 근본적인 차이점도 많다. 예를 들어, 진동에 해당하는 태양진동학적 파동은 대류층의 최상단인 광구의 난류(turbulence)가 생성한 음향학적 소음(acoustic noise)이 보강 간섭을 일으켜 형성한 것이지, 지구에서처럼 지진과 같은 어떤 특정한 사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태양진동학에서 얻은 경험을 적용하여 항성의 내부 구조와 운동학적 특징을 연구하는 학문을 항성진동학이라고 부른다.

목차

개념적 원리

파동에 관한 특성에 따르면 공명통에서는 공명통의 구조에 따라 결정되는 특정 진동수의 파동들만 정상파(standing wave)를 생성하는데 이런 고유 진동수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공명통의 생김새나 공명을 일으키는 물체의 밀도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음색과 음역을 들으면 어떤 악기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악기마다 공명통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독특한 정상파를 만들기 때문이다. 비슷한 원리로 태양이라는 공명통에서 만들어지는 정상파의 고유 진동수를 분석하여 태양 내부의 특성을 알 수 있다.

태양진동학의 활용 예

직접 관측할 수 없는 태양 내부를 직접적인 방법으로 탐사할 수 있는 이 획기적인 연구 분야는 1960년대 초 레이튼(Robert Leighton) 등이 태양 표면의 도플러 속도장을 관측하다가 5분 주기의 변화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주기적 변화가 표면 현상이 아니고 태양 내부를 지나온 음파들이 간섭을 거쳐 형성한 고유 진동 모드(normal mode)라고 해석되면서 태양의 고유 진동수를 측정하여 태양 내부 구조를 추정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내부 구조 탐사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급속히 진행되어 당시의 태양표준모델(standard solar model)이 대체로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태양의 대류층의 차등회전한다는 것도 알아 내었다. 결과적으로 태양진동학은 태양중성미자문제가 태양 내부의 모델이 정확하지 않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뿐만 아니라, 태양진동학으로 대류층과 복사층의 회전이 전혀 다른 양상이라는 것을 알아내어, 다이나모 작용이 두 층의 경계에 해당하는 타코클라인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관된 장기 관측으로 태양 진동의 진동수가 태양의 표면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알려졌는데, 태양 활동성의 11년 주기에 따라 태양 진동의 진동수를 비롯한 고유 진동 모드의 특징도 변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런 관계성에 근거해 태양진동학을 이용한 태양 자기장의 분포와 진화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최근 들어서는 태양 표면에서 전파되는 진행파를 분석하여 태양의 이면에서 발생하는 흑점이라든지, 내부에서 표면으로 막 떠오르려는 자기관(magnetic tube)을 검출하는 분석법이 개발되고 있다.

태양 진동과 양자수

그림 2. l=0 부터 l=4까지의 구면조화함수를 나타내었다. m=0이 아닌 이상 움직이는 것처럼 나타난다.(출처: )

비방사상 진동(nonradial oscillation)인 태양의 고유 진동 모드는 진폭이 매우 작기 때문에 슈뢰딩거 방정식의 파동 함수처럼 기술할 수 있다. 즉, 진동을 구형 극좌표계로 나타내면 수평 성분은 구면조화함수(spherical harmonics)의 중첩으로 기술할 수 있게 된다(그림 2 참조). 결과적으로 각 모드는 양자수에 해당하는 세 가지 숫자로 정의할 수 있다. 반지름 방향의 매듭 갯수를 정하는 위수(order) n, 표면의 수평면에 나타나는 매듭의 갯수를 정하는 차수(degree) l, 적도를 따라 나타나는 매듭의 수를 정하는 방위위수(azimuthal order) m이 그것이다. 따라서 파동 함수의 고윳값(eigen value)에 해당하는 고유 진동수는 n, l, m의 함수가 된다.

태양이 완벽한 구라면 m에 대해서는 구별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고유 진동수가 m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지를 보면 회전 등에 의해 구대칭(spherical symmetry)이 어느 정도 깨지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태양 진동의 분류

대류층에서 난류가 발생시킨 음향학적 소음에 해당하는 임의의 파동들은 태양 내부 조건에서 수 일 정도의 수명을 갖는다. 때문에 고유진동모드라고 불리는 정상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파동을 계속해서 들뜨게해야 한다. 고유 진동 모드는 파동 방정식에서 복원력(restoring force)의 종류와 고유 함수(eigenfunction)가 존재하는 영역에 따라 3 가지로 구분된다(그림 3 참조). 즉, 복원력이 압력의 차이(pressure gradient)이면 p 모드(pressure mode, p mode)라고 부른다. 그리고 복원력이 중력인 경우 태양 내부에서 분포하는 g 모드(gravity mode, g mode)와 표면에서 분포하는 f 모드(fundamental mode, f mode)가 있다. 중력파(gravitational wave)와 g 모드는 전혀 다른 것이니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림 3. p 모드와 g 모드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영역을 표시하였다. g 모드는 대류층에서 전파되지 못하는 조건임을 주목하자.(출처: )

각 모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p 모드

1mHz와 5mHz사이의 진동수를 갖는 진동으로서 다른 모드와 비교하면 그 진폭을 관측할 수 있을만큼 크다. 태양 표면에서 속도 진폭은 대략 수십 cm@@NAMATH_INLINE@@\,@@NAMATH_INLINE@@s-1정도이고 밝기 차이로 본다면 수백만 분의 몇 정도이다. 특히 3mHz 주변에서 최대가 되는데 주기로 환산하면 5분 정도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태양 진동을 5분 진동이라고 부른다. 수천개의 p 모드가 관측되었다. 태양 표면에서 들뜨는 음파이고 태양 내부 전체 영역을 지나갈 수 있다. 단지 태양 내부로 갈수록 온도가 높아져 특정한 깊이에서 굴절하기 때문에 l 값이 낮을수록 태양 내부 깊숙하게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0인 모드는 태양 중심까지 진행할 수 있는 반면 l=50인 모드는 대략 대류층까지만 진행한다. 높은 l 모드의 경우 GONG(Global Oscillation Network Group) 과 SOHO(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 )위성의 MDI(Michelson Doppler Imager) 관측 기기가 관측하였고 낮은 l 모드의 경우 BiSON(Birmingham Solar Oscillations Network)과 SOHO 위성의 GOLF(Global Oscillations at Low Frequencies) 기기가 관측하였다.

g 모드

p 모드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주파수 영역(0-0.4 mHz)에서 분포한다. 하지만 이 모드는 대류층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태양 내부 복사층에서 만들어질 뿐 아니라 대류층에서는 전파가 안되기 때문에 표면에서 관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표면에서 관측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진폭은 수 mm@@NAMATH_INLINE@@\,@@NAMATH_INLINE@@s-1정도일 것이다. 관측했다고 주장하는 보고는 몇번 있었으나 검증되지는 않았다.

f 모드

g 모드와 p 모드의 경계에 해당하는 모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성질은 깊은 물에서 발생하는 수면파와 유사하다. 태양 내부 구조와는 별 상관이 없고 표면의 층상구조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관측

그림 4. l-@@NAMATH_INLINE@@\nu@@NAMATH_INLINE@@ 도표. 파워가 나타나는 곳이 마루를 구성함을 알 수 있다.(출처: )

그림 5. GOLF가 관측하여 얻은 파워스펙트럼이 낮은 l 모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출처:A. Kosovichev, 2011,The Pulsations of the Sun and the Stars, Lecture Notes in Physics, Volume 832.)

태양의 경우 p 모드의 진폭이 대략 수십 cm@@NAMATH_INLINE@@\,@@NAMATH_INLINE@@s-1인데 비해 표면에서의 음속은 대략 10 km@@NAMATH_INLINE@@\,@@NAMATH_INLINE@@s-1이다. 태양진동을 관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정밀한 작업인지 말해준다.

세밀하게 관측하여 관측적 소음을 없앤 후 시간과 공간에 대한 2차원 푸리에 분석(Fourier analysis)을 하면 진동수와 파수 도표(frequency-wavenumber diagram)라고 불리는 2차원 파워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다(그림 4 참조). 이 파워스펙트럼을 태양 진동의 2차원 파워스펙트럼은 l-@@NAMATH_INLINE@@\nu@@NAMATH_INLINE@@ 도표(l-@@NAMATH_INLINE@@\nu@@NAMATH_INLINE@@ diagram) 혹은 k-@@NAMATH_INLINE@@\omega@@NAMATH_INLINE@@ 도표(k-@@NAMATH_INLINE@@\omega@@NAMATH_INLINE@@ diagram)라고 하는데 파워가 불연속적인 마루를 따라 분포함을 알 수 있다. 각각의 마루는 정상 모드의 n에 해당한다. 가장 낮은 위치의 마루는 n=0에 해당하는데 이것이 바로 f 모드이다.

버밍햄 대학교의 과학자들은 태양에서 나오는 빛을 별을 관측하듯이 관측하여 도플러 속도 변화를 분석하였다. 시간에 따른 1차원 푸리에 분석으로 얻은 파워스펙트럼은 낮은 l 값의 모드들만 나타내었는데 이 모드들은 태양 내부 깊숙하게 진행하는 파동에 해당한다(그림 5와 6 참조). 남극의 아문센-스콧 기지(Amundsen-Scott station)에서 5일 동안 연속으로 태양을 관측할 수 있었는데, 그 결과 버밍햄 대학교의 결론이 확인되었다.

긴 시간동안 태양을 연속적으로 관측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GONG이나 BiSON 등의 태양 관측망이 작동하고 있으며 SOHO등의 우주선에서도 태양을 연속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렇게 연속적으로 얻어진 태양 진동 관측 자료는 역변환 분석 등 복잡한 분석법으로 태양 내부의 비밀을 알아내는 데 이용되고 있다.

흑점 주기에 걸친 관측에 의하면 태양의 고유 진동수는 표면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공명통으로서의 구조가 달라졌다는 의미이다. 뿐만 아니라, 파워스펙트럼에 나타난 고유 모드의 진폭과 수명이 달라짐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모드들을 들뜨게 하는 장치가 자기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드의 들뜸은 대류가 얼마나 활발하게 일어나는가와 관련이 있으므로 대류층에서 대류의 효율과 자기장의 세기과 관계가 있음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림 6. 태양 표면에서 반사되고 내부에서 굴절되는 p 모드를 나타내었다.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p 모드는 얕은 곳에서 굴절되는 p 모드 보다 l 값이 작다.(출처: )

역변환 분석

고유 진동수는 일반적으로 태양의 내부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론적 모형의 매개 변수를 변화시키면서 관측된 파워스펙트럼을 잘 맞출 수 있는 모형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형과 관측의 진동수 차이가 태양의 특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관측된 고유 진동수로부터 역변환을 이용하면 태양 모형과 관련없이 태양의 내부 상태를 구할 수 있다.

역변환 분석법이 처음 적용된 것은 고프(Douglas Gough)가 설명한 점근 관계식(asymtotic relation)으로부터의 태양 내부 음속 곡선이었다. 간단한 해석학적 분석이 성공하자 크리스텐센-달스가드(Jan Christensen-Dalsgaard) 등은 태양 모형을 이용해 정밀하게 내부 환경을 알아낼 수 있게 역변환 분석법을 개선하였다. 이후 다양한 역변환 알고리즘이 개발되었으며 내부 밀도 분포 등을 알 수 있게 되었고 관측 자료의 질이 향상되자 물리량의 1차원 분포 뿐 아니라 2차원 분포까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반지름에 따른 각속도의 위도별 분포를 알 수 있었던 것이 바로 2차원 역변환 분석의 결과이다(그림 7 참조).

그림 7. 반지름에 따른 각속도의 위도별 분포이다.대류층에서는 차등 회전이 관찰되는 반면 복사층은 강체 회전하는 것이 관찰된다.(출처: )

이렇게 역변환 분석으로 확인한 태양 내부 구조의 주요 특징은 대류층의 깊이가 태양 반지름의 28.7%이라는 것과 대류층의 헬륨의 조성비가 0.25라는 것이다. 이 결과는 태양표준모형에 사용하는 상태 방정식(equation of state)이나 불투명도(opacity) 등의 입력 요소가 비교적 정확하고 모형 자체도 실제 태양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 중성미자가 예상보다 적게 관측되는 것이 태양 모형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부정할 수 있었다. 실제로 태양 중성미자의 관측치가 예상과 일치하지 않았던 이유는 중성미자의 성질에 관한 입자 물리 이론에 수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국부 태양진동학

그림 8. 태양 표면 아래에 감춰져 있는 자기장 분포를 국부 태양진동학 기술을 사용하여 시각화한 결과이다.(출처: A. Kosovichev, 2011,The Pulsations of the Sun and the Stars, Lecture Notes in Physics, Volume 832.)

국부 태양진동학의 목표는 표면에서 관측되는 진행파의 특징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태양 표면에 나타난 현상들 때문에 발생한 파의 산란이라든지 고유 진동수의 변화 등을 분석하여 태양 표면 아래층의 3차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그림 8 참조). 분석 방법으로는 시간-거리 태양진동학(Time-distnace helioseismology), 고리 도표 분석법(Ring-diagram analysis), 태양진동학적 입체 사진법(Helioseismic holography) 등이 있다. 이런 분석에 의하면 자기장에 의한 파동의 특징을 자기장의 분포로 전환하여 나타낼 수 있다.

항성진동학

항성의 진동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진폭이 매우 작고 비방사상 진동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맥동 변광성 연구와 다르다. 태양진동학에서 익힌 방법론을 적용한다. 표면을 자세히 관측할 수 있는 태양과 달리 수평 성분은 l과 m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큰 l의 경우 별 표면에 매듭의 수가 많기 때문에 별을 관측하면 높은 l에 해당하는 것들은 모두 상쇄되어 관측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l값이 3이나 4인 경우까지만 관측이 가능하다.

낮은 l값의 모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항성의 중심핵까지 전파되기 때문에 그 영역의 정보를 갖고 있다. 파워스펙트럼 분석에 따르면 모드의 고유 진동수는 중심 핵의 밀도와 관련이 있다. 즉, 수소가 헬륨으로 많이 변환될수록 중심핵의 밀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항성의 수명에 따라 진동수가 어떻데 달라지는지 계산하여 그 결과를 관측과 비교하면 항성의 나이를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이 가능하게 된 것도 항성진동학의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