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핸서 RNA

인핸서 RNA

[ Enhancer RNA(eRNA) ]

진핵세포에서의 유전자 발현 조절은 다양한 조절인자 및 DNA 염기서열에 의해 매우 복잡하게 조절된다. 특히, 인핸서(enhancer, 증폭자)라는 특정 DNA 염기서열은 타겟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전사활성인자가 결합하는 곳으로 이에 결합한 전사활성인자와 RNA 중합효소 및 보편전사인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촉진된다.

인핸서RNA (eRNA, enhancer RNA)란 이와 같이 유전자 발현 조절에 중요한 인핸서 영역에 RNA중합효소 (RNA Polymerase II)가 결합하여 합성하는 비암호(noncoding) RNA를 총칭한다 (그림 1). 최근까지 시퀀싱 기술발전과 대규모 시퀀싱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게놈 내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많은 종류의 비암호 RNA가 발견되었다. 특히, 인핸서RNA는 2010년 처음으로 신경세포 내에서 활성화된 인핸서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비암호 RNA로 밝혀졌다. 인핸서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인핸서RNA는 그 길이와 세포내 존재하는 양이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차

인핸서 RNA의 합성

인핸서RNA는 활성화된 인핸서영역에 RNA 중합효소가 직접 결합한 후 전사과정을 통해 합성된다. 따라서 인핸서RNA의 합성과정은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mRNA(messenger RNA) 합성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인핸서RNA의 합성에는 각 인핸서 영역에 RNA 중합효소가 결합하여 전사를 개시할 수 있는 프로모터(promoter)와 전사가 종결되는 전사종결부위(terminator)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까지 각 인핸서영역에서 이러한 염기서열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인핸서 RNA의 특징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전령RNA와 암호화하지 않는 긴 비암호RNA(long noncoding RNA, lncRNA)와 마찬가지로 인핸서RNA도 RNA 중합효소에 의해 전사되지만 다른 RNA와 몇 가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전령RNA와 긴 비암호RNA는 전사과정 중이나 혹은 전사가 완료되고 난 다음 다양한 RNA 처리과정(RNA processing)을 거치게 된다. 예를 들면, 5’ 말단의 캡화(capping), 인트론(intron)의 제거하고 엑손(exon)끼지 연결시켜주는 스플라이싱(splicing), 3‘ 말단에 폴리 (A)를 첨가시키는 아데닐산중합반응(polyadenylation) 등이 일어난다. 전령RNA와 긴 비암호RNA의 합성과정에서는 이러한 RNA처리과정이 모두 일어나지만, 인핸서RNA의 경우 5’ 말단에 캡형성은 일어나지만 스플라이싱이나 아데닐산중합반응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특징때문에 인핸서RNA는 일반적인 전령RNA 보다 안정성이 매우 낮아 쉽게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프로모터에서 양방향으로 전사가 일어나 전령RNA와 비암호RNA가 합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인핸서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양방향으로 전사가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전사가 일어나는 방향에 따라 단방향(1D) 인핸서RNA와 양방향(2D) 인핸서RNA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 1).

그림 1. RNA 중합효소에 의한 인핸서 RNA의 합성 ()

일반적으로 인핸서 영역에 전사활성인자가 결합하여 RNA중합효소와 전사인자가 프로모터에 결합하는 것을 촉진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외에 활성화된 인핸서에서 합성되는 인핸서RNA가 타겟유전자의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핸서 RNA에 의한 유전자 발현 조절

처음 인핸서RNA가 발견되었을 때 다른 비암호RNA와 마찬가지로 인핸서RNA는 특별한 기능이 없는 일종의 부산물로 여겨졌다 (그림 2 A). 그러나 이후 연구를 통해 인핸서 RNA의 발현 정도가 타겟 유전자의 발현 정도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활성화된 인핸서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인핸서RNA는 최근 유전자 발현을 직·간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주요 조절인자로서 주목받고 있으며, 이러한 인핸서RNA에 의한 타겟 유전자 발현조절은 크게 3가지 기전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림 2. 인핸서RNA에 의한 타겟유전자 발현 조절 ()

① 인핸서RNA가 만들어지는 과정, 즉 인핸서RNA 전사가 타겟 유전자의 프로모터 영역에 RNA중합효소 결합을 촉진시키는 경우 (그림 2 B)

② 인핸서RNA 전사가 타겟 유전자의 프로모터 영역에 나타나는 히스톤 변형 및 크로마틴 구조 변화를 유도하는 경우 (그림 2 B)

③ 인핸서RNA 자체가 다양한 전사인자들의 유인 등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직·간접적으로 조절하는 경우 (그림 2C와 D)

인핸서 RNA의 연구방향

인핸서RNA는 가장 최근 그 존재가 밝혀진 비암호RNA로 기초연구분야와 의학분야에서 인핸서RNA는 앞으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학문분야

분자생물학을 포함한 기초연구분야에서 아직까지 초기단계인 인핸서RNA 연구를 통해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유전자 발현 조절메커니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인간세포 대상의 대규모 시퀀싱 연구결과를 통해 한 유전자 당 약 4.5개의 인핸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매우 흥미로운 점은 타겟 유전자의 발현 정도는 활성화된 인핸서 조합에 의해 조절되며 각 인핸서는 서로 다른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떠한 자극에 의해 특정 인핸서가 활성화되어 인핸서RNA가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타겟유전자의 발현이 변화되느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의학분야

최근 연구를 통해 인핸서RNA와 질병의 연관성이 점차 보고되고 있다. 특히, 전립선암 관련 유전자(FoxA1와 KLK3)에서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인핸서RNA와 그 기능에 대해서 밝혀졌다. 또한 대표적인 종양 억제유전자인 p53에 의해 조절되는 많은 인핸서RNA가 동정되었다. 따라서 인핸서RNA는 질병진단 및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타겟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많은 연구자가 질병관련 인핸서RNA를 동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바이오마커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특정 인핸서RNA의 발현을 억제하였을 때 타겟유전자의 발현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어, 인핸서RNA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여 질병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관련용어

인핸서(enhancer), 비암호 RNA(noncoding RNA), 프로모터(promoter), RNA 처리과정(RNA processing), 

참고문헌

Kim et al, Widespread transcription at neuronal activity-regulated enhancers. Nature, 2010.

Kim and Shiekhattar. Architectural and Functional Commonalities between Enhancers and Promoters. Cell,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