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사효소

역전사효소

[ reverse transcriptase ]

역전사효소는 RNA를 주형으로 삼아 DNA를 합성해내는 능력을 갖고 있는 효소이다.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로부터 분리한 효소이다.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의 발견은 1970년대 이전의 학계에 정설로 여겨지고 있던 중심원리 (central dogma)를 거스르는 대단한 발견이었다.  역전사효소를 발견하거나 이 효소에 의한 유전정보의 전달 기작을 밝혀낸 세 명의 과학자, 하워드 테민 (Howard Temin), 데이비드 볼티모어 (David Baltimore), 레나토 덜베코 (Renato Dulbecco)는 그 공헌을 인정받아서 197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목차

발견

역전사효소는 미국의 위스콘신 대학교의 하워드 테민 교수 연구팀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MIT)의 데이비드 볼티모어 교수 연구팀이 1970년에 학술지 Nature에 발표한 2편의 논문이 발표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들은 ‘RNA를 주형으로 DNA를 합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효소를 RNA 바이러스인 라우스육종바이러스와 생쥐백혈병바이러스에서 분리했다. 처음부터 이 효소를 역전사효소라고 이름지은 것은 아니었다. 발견 당시에는 이 효소를  RNA-dependent DNA polymerase,  RNA에 의존하여 (= RNA를 주형으로 하여) DNA를 중합하는 효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참고로 DNA 중합효소 (DNA polymerase)는 DNA를 주형으로 하여 DNA를 중합하는 효소이기 때문에 굳이 DNA-dependent DNA polymerase라고 하지 않고 ‘DNA-dependent’ 라는 부가 설명없이 그냥 DNA 중합효소라고 한다. 

중심원리를 거스르는 역전사효소의 특성

중심원리

그림 1. 중심원리의 개념 설명. ()

중심원리란 노벨상 수상자인 프란시스 크릭 (Francis Crick)이 1958년에 주장한 원리이다. 그의 중심원리에 따르면 유전정보의 전달은 DNA에서 RNA로, RNA에서 단백질로 전달된다 (그림 1).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크릭은 1958년에 다음과 같이 중심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중심원리란 단백질로 전달된 정보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핵산(nucleic acid)에서 핵산으로 정보 전달, 혹은 핵산에서 단백질로 정보 전달은 가능하다. 그러나 단백질로부터 단백질로 정보 전달, 혹은 단백질로부터 핵산으로 정보 전달은 불가능하다.

그는 1970년에 다시 이렇게 부연 설명했다.

분자생물학에서 중심원리란 연속된 정보의 이동을 말한다. 그런 정보는 단백질에서 단백질로, 또는 단백질에서 핵산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역전사효소의 특성

역전사효소는 매우 특이하게도 RNA에서 DNA를 합성할 수 있다. 유전 정보가 전달되는 방향이 중심원리에서 제시한 것과 반대 방향이다 (그림 2). 1950년대에 학계를 지배하던 중심원리를 거스르는 생각은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 그러나 역전사효소의 존재가 밝혀짐에 따라서 RNA에서 DNA로 유전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역전사효소를 발견하는데 공헌을 하거나 이 효소에 의한 유전자 조절 기작을 밝힌 과학자, 하워드 테민 (Howard Temin), 데이비드 볼티모어 (David Baltimore)와 레나토 덜베코 (Renato Dulbecco)는 1975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지분 1/3 씩 나눠갖음).

그림 2. 중심원리를 거르스는 역전사효소의 능력. ()

역전사효소에 의해 일어나는 역전사의 과정

역전사효소는 역전사를 할 수 있는 바이러스 (예, 레트로바이러스)에서 발견된다. 이런 바이러스들은 자신의 RNA 유전체(genome)를 역전사(reverse transcription)해서 DNA형태로 만든 후 이 DNA를 숙주의 유전체에 삽입한다. 이렇게 해놓으면 숙주의 유전체가 복제될 때  삽입된 바이러스의 유전체도 함께 복제되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숙주 안에서 거의 영원히 잠복할 수 있다.

그림 3. 레트로바이러스에서 일어나는 역전사의 과정. ()

역전사효소가 수행하는 역전사 과정은 다음과 같다 (그림 3).

  1. tRNA가 바이러스 RNA 유전체에 결합하여 프라이머 (혹은 시발체)의 역할을 한다. tRNA가 결합하는 부위를 프라이머 결합자리 혹은 PBS (primer binding site)라고 부른다. 이렇게 tRNA가 결합한 자리가 역전사의 시작점이다.
  2. 바이러스의 RNA의 5′ 말단 방향으로 있는 U5, R 지역을 역전사하여 U5와 R에 대한 상보적 DNA를 만든다. 바이러스 게놈의 5′ 말단에는 R 지역이 있기 때문에 상보적 DNA가 R지역까지 만들어지게 되면 더이상 상보적 DNA는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3. 만들어진 DNA와 바이러스 RNA가 서로 결합하고 있는 (R-U5-PBS) 지역에 RNA 분해효소 H  RNase H)가 바이러스 RNA의 5′ 말단부터 RNA 서열을 제거하여 U5와 R지역을 제거한다.
  4. 2에서 만들어진 상보적 DNA는 바이러스 게놈으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이 상보적 DNA의 R지역과 바이러스 게놈의 3′ 말단에 있는 R지역과 다시 결합을 형성한다.
  5. 상보적 DNA의 R과 바이러스 게놈의 R이 서로 결합한 지역이 프라이머 (시발체)의 역할을 해서 바이러스 게놈의 5′ 방향으로 역전사가 진행된다. 이 때 바이러스 게놈의 5′ 말단에는 프라이머 결합자리 혹은 PBS (primer binding site)가 있는데 이곳까지 역전사가 진행된다 (주의: 본래는 바이러스의 게놈의 5′ 말단에 R과 U5지역이 있었으나 3번의 과정에서 RNA 분해효소에 의해 R과 U5지역이 제거되었다는 것을 주의깊게 보시오. 3번 과정이 끝나면 프라이머 결합자리 혹은 PBS (primer binding site)가 바이러스의 RNA 게놈의 5′ 말단이 된다). 이제 상보적 DNA와 바이러스 RNA사이의 DNA-RNA 이중 나선이 형성되게 된다.
  6. RNA 분해효소 H (RNaseH)에 의해서 상보적 DNA와 바이러스 RNA사이의 DNA-RNA 이중 가닥으로부터 바이러스의 RNA 게놈이 제거된다.
  7. 이제 두번째 DNA 가닥의 합성이 상보적 DNA로부터 시작된다. 제2 RNA 프라이머 (혹은 시발체)가 6번과정에서 남은 상보적 DNA의 PP 지역에 결합한다.
  8. PP지역끼리 결합해 있는 지역으로부터 3′ 말단방향으로 U3, R, U5, PBS 순서대로 두번째 가닥의 DNA가 합성된다.
  9. 8번에서 만들어진 PP-U3-R-U5-PBS 서열에서 PP가 제거되고 U3-R-U5-PBS 서열이 떨어져 나와서 상보적 DNA의 3′ 말단에 있는 PBS와 다시 결합을 형성한다.
  10. 상보적 DNA의 3′ 말단방향으로 U5, R, U3의 순서대로 DNA 합성이 이뤄진다. 두번째 DNA가닥에 있는 PBS로부터 gag, pol, env, PP, U3, R, U5의 순서대로 DNA 합성이 이뤄진다.
  11. 1부터 10번까지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역전사의 최종 산물은 DNA 이중가닥이며 이 U5, R, U3, PBS, gag, pol, env, PP, U3, R, U5 (두번째 DNA가닥 기준)의 순서대로 되어 있다. 역전사 시작 전의 주형과 끝난 후의 최종 산물을 비교해보면 5′ 말단과 3′ 말단의 서열이 동일하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즉, 역전사의 최종 산물의 5′ 말단에 U3-R-U5의 서열을 갖고 3′ 말단에 U3-R-U5의 서열을 갖는다. 이에 비해 역전사 시작 전의 주형은 5′ 말단에 R-U5 서열을 갖고, 3′ 말단에 U3-R서열을 갖는다.

참고문헌

Hartwell, Hood, Goldberg, Reynolds, Silver, Veres (2008) Genetics: from genes to genomes. 3rd edition. McGraw-H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