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학적 구배

전기화학적 구배

[ Electrochemical gradient ]

전기화학적 구배(electrochemical gradient)는 전기화학적 전위(electrochemical potential)의 차이로 인해 이온이 막을 통과하여 움직일 수 있는 기울기를 말한다. 이 기울기는 막을 중심으로 특정 물질들 간의 농도 차이로 인한 화학적 기울기(chemical gradient)와 전하의 차이로 인한 전기적 기울기(electrical gradient),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단순히 분자의 막 간 농도 차이만 존재한다면 단순 확산(simple diffusion)에 의해 고농도로부터 저농도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이온은 전하를 갖고 있어서 막 간 전위 구배(electric potential)를 형성하게 된다. 막 간 전위 구배의 불균형이 이온 확산을 가능케 하는 힘을 형성하여 막의 양쪽 이온 분포가 균형을 이루도록 할 수 있으며 중요한 생물학적 현상을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

목차

개요

만일 이온이 세포막을 경계로 동일한 농도로 존재한다면 막 전위 혹은 전기화학적 구배는 발생하지 않는다. 전하를 띠는 이온이 세포막을 경계로 세포 안과 밖에 다른 농도로 존재하게 되면, 양(+) 전하 또는 음(-) 전하의 농도에 따른 전기적인 힘을 갖게 된다. 즉, 세포막을 경계로 이온 농도 차이로 형성되는 전기적인 힘을 막 전위(membrane potential) 또는 전기화학적 전위(electrochemical potential)라고 하고 전위차와 함께 농도 기울기를 가지는 것을 전기화학적 구배(electrochemical gradient)라 한다 (그림 1). 전기화학적 구배의 두 가지 요소인 전하 차(charge difference)와 이온농도 차(concentration of ions)가 합목적적으로 작용하여 이온이 막을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는 온도역동적인 방향성(thermodynamically favourable direction)을 결정하게 한다.

그림 1. 이온농도와 전하 차이에 따른 세포막 통과 모형도.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전하를 띠는 원자나 분자는 단순한 확산으로 막을 횡단하기는 어렵지만, 세포는 수동적(passive) 혹은 능동적(active) 수송의 방법으로 이온들을 움직이게 한다. 세포가 사용하는 방법들은 채널을 통한 수동수송과 펌프 작용을 통한 능동수송이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필요한 이온을 내보내거나 세포 내로 공급받을 수 있다. 전기화학적 구배는 마치 수력발전댐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나트륨-칼륨 펌프(sodium-potassium pump)와 같은 막 수송 단백질들(membrane transport proteins)은 일종의 터빈과도 같아서 수력 에너지를 물리적 혹은 화학적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막을 가로지르는 이온들은 마치 댐에 저장된 물과도 같다. 이와 같이 세포가 저장하고 있는 화학적 에너지는 전기화학적 구배를 형성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화학적 구배는 세포내 에너지를 저장하는 일종의 전지나 연료와도 같다.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에서 수소이온(양성자) 구배는 양성자 이동능(proton motive force)을 발생시키는 화학삼투적 구배(chemiosmotic potential) 역할을 하여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 혹은 광인산화(photophosphorylation)를 통한 ATP 합성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생물학적 의의

세포막을 가로 지르는 이온 이동을 통한 막전위(transmembrane potential)의 생성은 신경 전도, 근육 수축, 호르몬 분비 및 감각 기능과 생물학적 반응에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전형적인 동물세포는 세포 내에서 -50 mV와 -70 mV 사이의 막전위를 가지고 있다.

전기화학적 구배는 미토콘드리아의 산화적 인산화에서 양성자 기울기를 확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포호흡의 마지막 단계는 전자전달계이다.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위치한 4개의 단백질 복합체가 전자전달 사슬을 구성한다. 이 중에서 I, III, IV 복합체만이 미토콘드리아 기질에서 막간 공간으로 양성자(H+)를 수송한다. 전체적으로, 미토콘드리아 기질에서 막간 공간으로 수송되는 양성자의 수는 10개이며, 이는 200 mV 이상의 전기화학적 구배를 형성한다. 이는 수소가 미토콘드리아 기질로 다시 밀고 들어올 수 있는 힘을 형성하여 ATP 합성효소가 ADP에 무기 인산을 첨가하여 ATP를 생산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양성자 전기화학적 구배(proton electrochemical gradient)의 형성은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온 구배

이온이 전하를 띠게 되면 막을 통한 단순 확산은 불가능하다. 이때 이온의 능동적 혹은 수동적 수송이 일어난다. 이온에 대한 능동수송은 펌프를 통해 에너지 준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ATP 등 외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이온을 이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1). 한 예로, 세포막에 있는 Na+-K+ 펌프(Na+-K+-ATPase; NKA)를 들 수 있다 (그림 1). 평상시 세포 내의 Na+와 K+의 농도는 각각 14 mM과 157 mM 정도이고, 세포 밖의 Na+와 K+의 농도는 각각 143 mM과 4 mM 정도로 존재한다 (그림 1). 즉, 세포 밖의 Na+ 이온이 세포 안보다 높아 농도 기울기가 형성된다. 세포는 대개 세포 내 Na+ 이온의 농도를 세포 외에 비해 대체로 10 배 정도 낮게 유지한다. 외부자극이나 반응 산물로 인한 Na+ 이온의 농도가 세포 내 과잉으로 존재할 때, 세포는 Na+ 농도를 줄이기 위해 펌프를 통해 세포 밖으로 Na+ 이온을 내보낸다 (그림 1). 세포는 펌프를 통해 특정 이온에 대해서 세포막을 경계로 농도 기울기를 일정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

또한 수동수송의 예를 보자. 어떤 이온에 대한 농도 기울기가 형성되면, 그 이온에 대한 특이적 채널(예, Na+, K+, Ca2+, Cl channels)을 이용한 수동수송을 통해 세포막을 통한 이온 수송이 가능하다. 이러한 작용 기작을 통해 필요한 이온을 선택적으로 이동시킴으로써 특이적 세포활동을 가능케 한다. 세포 밖 Na+ 이온 농도가 높다면 Na+ 이온은 Na+ 채널을 통해 세포 내로 들어오게 된다. 세포 내의 전위가 음전위를 띠고 있기 때문에 양이온이 들어오면 막을 탈분극(depolarization)시키고 이를 통해 막간 전위(transmembrane electric potential)가 0 에 가깝게 된다. 그러나 Na+ 이온의 농도 차이(concentration gradient)가 전하 차이(electrical gradient)로 인한 효과보다 큰 경우 농도 구배를 통해 지속적으로 세포 내로 들어오게 된다. 일단 농도 차와 전하 차, 2개의 구배 요소가 동일해지고 밀고 들어오는 힘(driving force (ΔG))이 0 이 되었을 때 (Na+의 경우 막전위 Vm는 대략 +70 mV 정도), Na+의 유입은 중지된다.

그림 2. 세포막의 Na+-K+펌프와 채널.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양성자 구배

양성자 구배(proton gradients)는 에너지 저장의 한 종류로 많은 세포에서 중요하다. 대부분 ATP 합성 효소, 편모의 회전 또는 대사 산물 전달에 사용된다.  양성자 기울기를 형성하는 세 가지의 중요한 과정은 세균로돕신(bacteriorhodopsin), 비순환성 광인산화(noncyclic photophosphorylation) 및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이다.

세균로돕신

고세균(Archaea)에서 세균로돕신은 세균이 만드는 색소인 레티날(retinal)을 가지는 붉은색 단백질이다. 세균로돕신은 세포막에 존재하며 양성자펌프(proton pump)를 통해 낮은 수소이온 농도를 갖는 막의 한쪽으로부터 높은 수소 이온 농도를 갖는 반대편으로 수소이온을 이동시킨다. 세균로돕신의 양성자펌프는 568 nm 파장의 광자(photon)를 흡수해서 활성화되며 따라서 빛을 매개로 하여 수소이온 구배를 형성하며 이를 통해 ATP 생성에 기여한다.

광인산화

광인산화에 관련되는 식물 단백질인 PSII도 엽록체에서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수소 이온 구배를 형성하며 산화환원 기작에 의해 궁극적으로 ADP와 무기인산(Pi)으로부터 ATP를 생성하는 반응이다. 광인산화 과정에는 순환적 광인산화 반응과 비순환적 광인산화 반응이 있다.

산화적인산화

복합체 I은 NADH로부터 유비퀴논으로 2개의 전자를 전달함으로써 미토콘드리아 기질에서 막간 공간으로 4개의 양성자를 이동시키는 환원 반응이다.

복합체 III의 유비퀴논 순환은 두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는 QH2의 2개의 전자 중 하나는 시토크롬 c로 전달되고, 나머지 하나는 유비세미퀴논을 형성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 2개의 전자가 시토크롬 c와 유비세미퀴논으로 각각 전달되어 QH2로 환원시키며 4개의 양성자가 막간 공간으로 이동한다.

복합체 IV는 시토크롬 c에서 전달된 전자가 산소를 이용하여 물로 환원시킨다. 이러한 산화적 인산화 반응에서 하나의 완전한 산소를 이용하는 것은 4개의 전자 전달이 필요하다.  산소는 미토콘드리아 기질로부터 4개의 양성자를 소모하여 물을 생성하며 또 다른 4개의 양성자는 막간 공간으로 이동한다.

관련용어

막전위(membrane potential), 화학삼투적 구배(chemiosmotic potential), 능동수송(active transport), 수동수송(passive transport), 나트륨-칼륨 펌프(sodium-potassium pump), 세균로돕신(bacteriorhodopsin), 비순환성 광인산화(noncyclic photophosphorylation),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

참고문헌

Biochemistry (Lubert Stryer저, 6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