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체

인간은 두 개의 완전한 염색체 세트를 가지고 있는 생물체이다.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통해서 수정란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23 개의 염색체 세트 하나와 어머니로부터 받은 23 개의 염색체 세트 하나로 구성된 2 개의 완전한 염색체 세트(2n)를 갖게 된다. 이 때, 완전한 염색체 세트 하나를 가지고 있는 정자와 난자를 반수체 (haploid)로, 두 개의 완전한 염색체 세트를 가지는 수정란을 이배체(diploid)라고 부른다. 그러나 유전정보의 양을 보면 반수체(haploid)는 이배체(2n)의 절반인 n에 해당하므로 'haploid'라고 표기하고 반수체로 번역 하였지만 haploid는 '일배체' 또는 '홑배수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

목차

포유 동물에서 반수체의 가장 좋은 예는 생식 세포이다. 생식 세포는 감수분열을 통해서 생성된다. 감수분열은 염색체 세트의 수가 반으로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감수분열은 그림에 나타낸 바와 같이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그림 1).

(그림 1) 감수분열; (A) DNA 복제, (B) 감수분열 1 단계, (C) 감수분열 2 단계 (빨강색; 모계 염색체, 파랑색; 부계 염색체) (  http://commons.wikimedia.org/wiki/Main_Page )

감수분열 1단계에서 모계에서 유래된 염색체와 동일한 부계 염색체가 쌍을 이루게 되는데, 이러한 염색체 쌍을 ‘상동 염색체(homologous chromosomes)’라고 지칭한다. 예를 들어, 모계 1번 염색체와 부계 1번 염색체가 연결되어 쌍을 이루어 상동염색체 한 쌍을 이루는 것이다. 감수분열 1 단계(그림 1B)에서 세포의 중앙에 위치하는 적도판에 배열하는 인간의 상동 염색체 쌍의 수는 23개가 된다. 이 과정에서 상동 염색체 사이에 재조합이 일어나서 모계와 부계 염색체 사이에 DNA의 맞교환이 발생하여 염색체의 유전자를 다양한 조합으로 만드는 최초의 과정이다. 이러한 상동 염색체 재조합이 완성된 후에 상동염색체 쌍은 떨어져서 두 개의 세포로 하나 씩 분배된다. 이러한 염색체 분배는 무작위로 일어나기 때문에 인간의 상동 염색체 23 쌍이 분배되는 경우의 수는 2의 23승이며, 이는 8,388,609 가지에 이른다. 따라서 감수분열 1 단계는 유전자 재조합과 상동 염색체 쌍의 분열을 통해서 생식세포가 갖게 되는 염색체의 유전자 다양성을 극대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감수분열 1 단계가 정상적으로 종료하면 하나의 세포는 염색체 한 세트를 갖는 반수체가 된다. 반수체를 n로 이배체를 2n로 표기한다. 

감수분열 1단계를 통해서 생성된 반수체 세포가 가지는 염색체 하나는 두 개의 자매 염색체를 가지는 상태이다(그림 1C). 감수분열 2단계는 두 개의 자매 염색체를 나누어 하나의 자매 염색체를 하나의 딸세포로 분배한다(그림 1C). 감수분열 2단계를 통해서 생성된 네 개의 반수체 세포에 있는 네 개의 자매 염색체를 표시하는 빨강과 파랑 색깔의 배합이 모두 다르다. 이는 감수분열 1 단계에서 상동 염색체 쌍 사이에서 일어난 재조합과 염색체의 무작위 분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반수체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감수분열 1단계와 2단계를 통해서 완성된다. 감수분열 1단계 후에 생성된 반수체 세포가 가지는 염색체 하나는 두 개의 자매 염색체를 가진다. 한 쌍의 자매 염색체는 감수분열 2단계를 통해서 나뉘어서 각각 하나의 딸세포로 분배된다. 따라서 감수분열 2 단계 후에 생성된 반수체 세포는 하나의 자매 염색체를 갖는다.

유성생식을 통해서 번식하는 생물체를 구성하는 세포 유형 중에서 생식세포를 제외한 모든 체세포는 이배체 (2n)이다. 이배체가 가지고 있는 염색체는 완전한 두 세트로 이루어지며, 반수체는 하나의 완전한 염색체 세트를 갖는다. 전형적인 반수체 세포는 포유 동물의 생식세포이다. 인간의 생식 세포는 감수분열 1 단계에서 각각의 상동 염색체의 배분이 독립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2의 23승에 이르는 다른 배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각각의 상동 염색체를 구성하는 한 쌍의 자매염색체 간에 일어나는 재조합이 일어난다. 이를 통해서 생성되는 각각의 생식 세포가 고유한 유전자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반수체는 유성 생식을 통해서 번식하는 생물체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근본적인 생물학적 방법을 제공한다. 나아가서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를 역동적으로 재조합하여 진화 과정을 추진하는 분자유전적 기전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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