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모터 탈출

프로모터 탈출

[ Promoter clearance ]

원핵세포와 진핵세포에서 RNA 중합효소에 의한 전사과정은 전사개시(initiation), 전사신장(elongation), 전사종결(termination)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전사개시 과정에서는 보편전사인자(General transcription factors)에 의해 RNA 중합효소가 프로모터 및 정확한 전사개시점을 찾아 결합하게 된다. 이후에 프로모터 부위의 이중가닥 DNA가 단일가닥으로 분리되어 RNA 중합효소는 RNA 합성을 개시하고 프로모터를 떠나 전사신장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프로모터 탈출(Promoter clearance)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프로모터에 결합한 RNA 중합효소가 프로모터에서 분리되고 전사신장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목차

원핵세포에서의 프로모터 탈출

원핵세포의 경우 RNA 중합효소가 프로모터에 결합하기 위해서는 시그마인자(σ factor)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보편전사인자는 원핵세포의 프로모터에서 발견되는 주요 염기서열인 –10 영역과 –35영역에 결합하여 RNA 중합효소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RNA 중합효소가 프로모터에 결합하고 나면 RNA 중합효소와 시그마 인자사이의 결합이 형성되며, 또한 RNA 중합효소는 프로모터의 일부 염기서열과 결합하게 된다.

이러한 RNA 중합효소가 프로모터를 떠나 신장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의 결합, 즉 RNA 중합효소+프로모터 DNA 그리고 RNA 중합효소+시그마 인자 사이의 결합이 모두 깨어져야 한다.

실패 전사체(Abortive transcript)의 합성

원핵세포의 전사개시 과정에서 RNA 중합효소는 전사신장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10개 이내의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된 짧은 RNA 전사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RNA를 실패 전사체(Abortive transcript)라 한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실패 전사체가 형성되는지, 또한 왜 실패 전사체의 형성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연구결과를 통해 "Scrunching" 모델을 통해 실패 전사체가 형성된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과정이 프로모터 탈출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림 1).

그림 1. Scrunching 모델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42646489)

Scrunching 모델의 경우 RNA 중합효소와 시그마 인자가 프로모터에 결합되어 있는 상태에서 하단부위(downstream) DNA가 RNA 중합효소의 활성부위(active site)로 끌려들어가면서 짧은 RNA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실패 전사체의 길이와 프로모터 탈출과의 연관성

전사개시 단계에서 합성되는 RNA의 길이가 9개 뉴클레오타이드보다 짧은 경우에는 실패 전사체로서 RNA 중합효소에서 분리되며, RNA 중합효소는 원래 프로모터위치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RNA의 길이가 10개 뉴클레오타이드보다 긴 경우 RNA 중합효소는 프로모터를 떠나 전사신장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10개 보다 긴 뉴클레오타이드가 합성된 경우 이 RNA의 말단 부분이 RNA 중합효소의 RNA 출구로 빠져나가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RNA 출구와 시그마 인자의 일부분이 결합되어 있는데 RNA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RNA 중합효소와 시그마 인자사이의 결합이 약해지고 결국 RNA 중합효소는 신장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림 2).

그림 2. 실패전사체 생성 및 프로모터 탈출(출처: 위키피디아,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2483038)

진핵세포에서의 프로모터 탈출

진핵세포의 RNA 중합효소는 다양한 보편전사인자(general transcription factors), 매개자(Mediator), 염색질 변형(chromatin modification) 혹은 염색질 리모델링(chromatin remodeling)에 관여하는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통해 전사개시를 유도한다. 따라서 프로모터 탈출을 위해서 이러한 단백질과 결합이 제거되어야만 RNA 중합효소가 신장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진핵세포의 다양한 보편전사인자 중 TFIIH(Transcription Factor for PolII H)가 프로모터 제거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FIIH의 구성 및 기능

TFIIH는 전사개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보편전사인자이다. TFIIH는 대략 10개정도의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고, 이중 2개의 단백질은 ATP 가수분해 활성(ATPase), 그리고 다른 하나의 단백질은 단백질 인산화효소(Protein kinase) 활성을 가지고 있다. TFIIH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프로모터에서 이중가닥 DNA를 단일가닥으로 분리하는 것(promoter melting)이며 두 번째는 RNA 중합효소가 전사개시 이후에 신장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프로모터 탈출(promoter clearance)을 촉진하는 것이다.

TFIIH에 의한 프로모터 탈출

TFIIH의 주요기능 중 하나는 RNA 중합효소의 프로모터 탈출(promoter clearance)을 촉진시켜 전사신장(elongation)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TFIIH에 포함된 단백질들 중 단백질인산화를 유도하는 단백질(효모의 경우 Kin28, 인간의 경우 CDK7)이 프로모터 탈출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RNA 중합효소 중 가장 큰 단백질을 Rpb1이라고 하는데 이 단백질의 카복시말단에는 Y(티로신, 1)S(세린, 2)P(프롤린, 3)T(트레오닌, 4)S(세린, 5)P(프롤린, 6)S(세린, 7)라는 아미노산 서열이 반복되어 있다. 이중 다섯 번째 세린(Serine 5)이 TFIIH에 의해 인산화되면 RNA 중합효소가 효과적으로 신장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3).

그림 3. RNA 중합효소의 카복시말단 인산화와 프로모터 탈출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프로모터에서 RNA 중합효소의 정지(RNA polymerase pausing)

일반적으로 RNA 중합효소는 특정유전자의 발현이 필요할 때 해당유전자의 프로모터에 결합하여 전사개시 및 신장을 통해 해당 전령 RNA를 합성하는 것으로 생각되어져 왔다. 따라서 활성화되지 않은 프로모터에는 당연히 RNA 중합효소가 결합되어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MIT의 릭 영(Rick Young) 교수 연구팀은 인간세포에서 약 80% 가까운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RNA 중합효소가 결합되어 있지만 상당수의 유전자에서는 mRNA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실제로 특정유전자에서 mRNA가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RNA 중합효소는 해당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결합해 있으며 전사신장이 억제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연구를 통해 NELF(Negative Elongation Factor)가 프로모터에 결합한 RNA 중합효소와 상호작용을 통해 전사신장을 억제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림 4).

그림 4. 진핵세포의 RNA 중합효소 정지(Polymerase pausing) (출처: http://www.cell.com/trends/biochemical-sciences/abstract/S0968-0004(15)00122-X)

따라서 프로모터 탈출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사신장을 억제하는 NELF를 RNA 중합효소로부터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관련용어

전사신장(Transcription elongation), 시그마(σ) 인자, 실패전사체(Abortive transcript), 카복시말단(C-terminal domain, CTD), TFIIH, Polymerase pausing, NELF(Nagetive Elognation Factor)

참고문헌

Molecular Biology of the Gene (7 판),

Ready, pause, go: regulation of RNA polymerase II pausing and release by cellular signaling pathways. Cell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