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로미어

텔로미어

[ Telomere ]

텔로미어 (telomere)는 진핵생물 염색체의 말단에 존재하는 반복적인 염기서열을 가지는 DNA 조각으로서 염색체 말단의 손상 혹은 근접한 염색체와의 융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척추 동물의 텔로미어의 염기 서열은 TTAGGG인데, 인간의 경우 약 2,500번 반복된다. 진핵세포가 분열하는 동안 DNA 복제가 일어날 때 길이가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DNA중합효소 (DNA polymerase)가 염색체의 끝까지 복제를 계속할 수 없고, 반드시 RNA primer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길이가 줄어든 텔로미어는 텔로머레이즈 (telomerase)에 의해 보충된다. 하지만 체세포에는 텔로머레이즈의 활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서, 인간에서의 평균 텔로미어 길이는 출생시 약 11 킬로베이스에서 노년기에서는 4 킬로베이스 미만으로 감소한다. 텔로미어 자체도 텔로미어 DNA에 의해 전사되는 RNA (TERRA)와 쉘터린(Shelterin) 단백질의 복합체로부터 보호된다. 이는 동종 재조합 (homologous recombination, HR) 및 비동종 말단 결합(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을 억제함으로써 텔로미어의 말단이 이중나선 손상(double strand break)으로 인식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림 1. 인간 염색체에 표지된 텔로미어(telomere)들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Telomere#/media/File:Telomere_caps.gif)

목차

텔로미어의 발견

훗날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인 바바라 맥클린톡 (Barbara McClintock)은 말단 부분이 결핍된 염색체가 끈끈해져서 다른 부분에 달라붙는다는 점을 1933년에 관찰하였다. 이를 근거로 염색체의 끝부분에 특별한 구조가 존재하여 염색체의 안정성에 기여하리라는 가설을 제안하였다. 또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허먼 뮬러 (Hermann Muller)가 유사한 발견을 하였고, 텔로미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명명하였다. 이후 1970년대초에 알렉세이 올로브니코프 (Alexei Olovnikov)가 염색체의 끝부분은 DNA 복제효소에 의하여 복제될 수 없음을 알아챘다. 올로브니코프는 레너드 해이플릭 (Leonard Hayflick)의 체세포 분열이 무한정 일어나지 못한다는 발견과 더불어 세포 분열시 DNA가 복제될 때마다 DNA 서열이 조금씩 소실되며, 이러한 소실이 임계 수준에 도달하면 세포 분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가설을 제안하였다. 1970년대 중반에는 엘리자베스 블랙번 (Elizabeth Blackburn)이 조셉 갈 (Joseph G. Gall)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던 중 염색체 말단에 단순 반복으로 구성된 텔로미어의 DNA 염기 서열을 발견하였다. 이후 캐롤 그라이더 (Carol Greider)가 블랙번과 같이 텔로머레이즈 효소의 활성을 발견하였고 이들은 후에 잭 쇼스택 (Jack Szostak)과 함께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텔로미어의 구조 및 기능

텔로미어는 선형인 DNA가 복제시 말단 부분이 복제가 되지 못하여 단일 사슬(single strand)로 존재하고 DNA 복제의 반복 시에는 말단 부분의 심각한 유실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문제는 DNA중합효소가 RNA 프라이머(primer) 없이 복제를 시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텔로미어 길이는 보통 매우 길기 때문에 복제가 여러번 반복되어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수명이 긴 진핵 생물의 경우 세포 분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텔로미어 길이가 심각하게 짧아져 게놈의 불안정성(genome instability)을 초래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진핵 생물에서는 텔로머레이즈가 다시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이는데, 다세포 진핵생물에서는 주로 줄기세포 및 배아세포에서 텔로머레이즈가 활성화되어 있다. 체세포에서는 텔로머레이즈의 활성이 낮다. 따라서 텔로미어의 지속적인 단축은 아주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세포 노화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세포 분열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암의 예방에 중요한, 두 가지의 건강에 반대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종(species) 간에 매우 다른데, 효모는 약 300개의 염기쌍을 가지는 반면 인간은 킬로베이스(kb) 정도로 길다. 진핵 생물 텔로미어는 일반적으로 텔로미어 유지 및 캡핑(capping)에 필수적인 3 ' 단일 가닥 DNA로 종결된다. 텔로미어 DNA는 텔로미어 루프 혹은 T-루프(T-loop)라 불리는 커다란 루프를 형성하며, 결합하는 여러 단백질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텔로미어 유지 관리 및 캡핑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관련용어

텔로미어(telomere), DNA중합효소(DNA polymerase), 쉘터린(Shelterin), 동종 재조합 (homologous recombination, HR), 비동종 말단 결합(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 이중나선 손상(double strand break), 단일 사슬(single strand), 프라이머(primer), 게놈의 불안정성(genome instability), 종(species), 캡핑(capping), T-루프(T-loop)

참고문헌

Genetics 5/E: From Genes to Genomes (Hartwell et al., McGraw-Hill)

Molecular Biology of the Gene, Seventh Edition (Watson et al., Pea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