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모글로빈

헤모글로빈

[ Hemoglobin ]

약어 Hb

헤모글로빈(hemoglobin)은 척추동물의 적혈구(red blood cell)에 존재하는 혈액 내 산소를 운반하는 철 함유 단백질이다. 헤모글로빈이란 명칭은 헤모글로빈을 구성하고 있는 하위 단일체가 철에 결합하는 헴(heme) 그룹을 가진 구형 단백질(globular protein)이라는 사실을 반영하는 단어 ‘헴(heme)’과 ‘글로빈(globin)’에서 파생되었다. 헤모글로빈은 척추 동물의 호기성 호흡 과정 중 폐 혹은 아가미로부터 들어온 산소와 결합하여 나머지 신체의 조직으로 산소를 운반한다. 조직 내에서 방출되는 산소는 유기체의 기능을 유지하는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쓰인다. 포유류의 헤모글로빈 단백질은 적혈구의 건조 함량(무게 기준)의 약 96 %를 차지하고 총 함량(물 포함)의 약 35 %를 차지하는데, 그램 당 1.34 mL의 산소와 결합 능력을 지닌다. 이러한 결합 능력은 혈액 내 용존 산소 대비 총 혈액 산소 용량을 70배 증가 시킬 수 있고, 헤모글로빈은 분자 당 최대 4개의 산소 분자에 결합하여 이를 운반할 수 있다. 헤모글로빈은 산소 외의 기체인 이산화탄소 혹은 산화질소에 결합하여 생체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헤모글로빈과 그 유사 단백질은 많은 무척추동물, 균류, 식물에서도 발견되는데, 산소,이산화탄소, 산화질소, 황화수소등을 운반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림 1. 헤모글로빈(hemoglobin)의 구조(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Hemoglobin#/media/File:1GZX_Haemoglobin.png )

목차

헤모글로빈 발견의 역사

1825년 엔겔하드 (J. F. Engelhard)는 철과 단백질의 비율이 여러 종(species)에 존재하는 헤모글로빈에서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철의 알려진 원자량으로부터 헤모글로빈의 분자 질량을 n × 16000 (n = 헤모글로빈 당 철 원자 수, 현재 4로 알려져 있음)으로 계산했다. 이후 1925년 길버트 스미슨 아대어 (Gilbert Smithson Adair)가 헤모글로빈 용액의 삼투압을 측정하는 실험에서 이 결과를 확인했다. 산소 운반 단백질로서의 헤모글로빈은 1840년 프리드릭 루드윅 후네펠드 (Friedrich Ludwig Hünefeld)와 1870년대의 클라우드 버나드 (Claude Bernard)의 실험에 의해 발견되었고, 헤모글로빈이 가역적으로 산소에 결합한다는 것은 1866년 펠릭스 호페-세일러 (Felix Hoppe-Seyler)에 의해 보고되었다. 1959년 맥스 페루츠 (Max Perutz)는 X-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을 통해 헤모글로빈의 구조를 알아냈고, 이 업적으로 존 켄드류 (John Kendrew)와 함께 1962년 노벨화학상을 수여했다.

헤모글로빈의 유전학

헤모글로빈 유전자는 1개 이상 존재하는데, 인간에서의 주요한 헤모글로빈인 헤모글로빈 A는 HBA1, HBA2, HBB 유전자에 의해 코딩(coding)된다. 헤모글로빈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서 생긴 다양한 대립유전자 (allele)가 존재하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돌연변이는 혈색소병증 혹은 헤모글로빈증(hemoglobinopathy)이라고 불리는 유전병을 일으킨다. 이 중 가장 잘 알려진 유전병은 낫세포(겸상세포) 질병(sickle-cell disease)이라는 적혈구 질환이며 유전학 및 질환 연구의 역사로 볼 때 낫세포 질병은 인간의 질병 중 분자 수준에서 기전이 이해된 최초의 질병이다. 낫세포 질병 대립형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기 때문에 낫세포 질병은 하나의 유전적 변이가 빈혈과 말라리아 저항성이라는 두 가지 전혀 달라보이는 표현형(phenotype)을 야기시키는 다면 발현(pleiotropy)의 교과서적 예이기도 하다. 지중해빈혈(thalassemia)이라고 불리는 또 하나의 헤모글로빈 질병은 글로빈 유전자의 발현이 적거나 비정상적이어서 야기된다. 이러한 헤모글로빈 관련 질환은 모두 혈액의 산소 수송에 문제를 일으키므로 빈혈을 유발하게 된다.

헤모글로빈의 아미노산 서열이 변화하는 것은 높은 고도에 생명체가 적응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높은 고지대에 사는 생명체는 해수면에 사는 생명체에 비해 환경에서의 산소 분압이 낮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기 위하여 낮은 분압에서도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할 수 있도록 적응해 왔다. 예를 들어 저지대 초원에서 사는 야생 사슴쥐와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 사슴쥐는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능력이 달라서, 고산지대의 사슴쥐가 산소가 부족한 높은 고도에서도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 인간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는데 고지대인 티베트에 거주하는 일부 여성들에게서 산소에 더 잘 결합하는 헤모글로빈의 유전자형이 발견되었다. 이들 여성들에게서 태어난 자손의 사망률이 낮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는 자연선택에 의한 것이라 추측된다.

관련용어

헤모글로빈(hemoglobin), 적혈구(red blood cell), 헴(heme), 구형 단백질(globular protein), 종(species), X-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 대립형질(allele), 헤모글로빈증(hemoglobinopathy), 낫세포(겸상세포) 질병(sickle-cell disease), 표현형(phenotype), 다면 발현(pleiotropy), 지중해빈혈(thalassemia)

참고문헌

Genetics 5/E: From Genes to Genomes (Hartwell et al., McGraw-Hill)

Molecular Biology of the Gene, Seventh Edition (Watson et al., Pea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