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산

핵산

[ Nucleic acids ]

핵산(Nucleic acids)은 뉴클레오티드(nucleotides)라는 단위체로 구성된 중합체이다. 핵산에는 DNA와 RNA라는 두 가지 유형이 있으며, 유전정보의 저장과 전달, 그리고 발현을 돕는 기능을 담당한다. 단백질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폴리펩티드(polypeptides)의 일차 구조인 아미노산 서열은 유전자에 의해 설계되어 있다. 이런 유전자는 바로 DNA라는 핵산에 의해 구성된다. DNA의 유전 정보는 전사 과정에 의해 RNA라는 핵산으로 전환되어 리보솜과 tRNA의 기능에 의해 폴리펩티드의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된다.

목차

핵산이란?

DNA와 RNA는 핵산에 속하는 생체분자이다. 핵산이라는 용어는 1869년 프레드리히 미치어( Friedrich Miescher)에 의한 DNA 발견으로부터 유래되었다. 그는 외과수술 폐기물 속에서 발견된 백혈구 핵으로부터 인을 포함하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였다. 그는 이 물질을 뉴클레인(nuclein)이라 명명하였다.

DNA와 RNA의 구조가 좀 더 알려지면서 수용액 속에서는 수소 이온(H+)을 방출하고 중성인 pH 상태에서는 음전하를 띠는 산성분자임이 밝혀졌다. 그리하여 DNA와 RNA는 핵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DNA와 RNA는 탄수화물과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작은 단위체끼리 중합에 의해 연결되어 형성된 거대분자이다. 이들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 작은 단위체에 해당하는 것은 뉴클레오티드이다. 뉴클레오티드끼리 직선 형태로 연결되어 DNA 또는 RNA의 사슬을 형성하게 된다.

두 가닥의 DNA 사슬은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이중나선을 형성할 수 있다. 물론 때로는 RNA 사슬끼리도 이중나선을 이룰 수 있다. DNA는 매우 다양한 단백질들과 결합하여 접히거나 구부러짐으로써 3차원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DNA와 RNA는 생명체가 유전정보를 차세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DNA는 자신의 복제에 필요한 지침서를 제공하며, RNA 합성도 감독함으로써 단백질 합성도 조절한다. 이런 전체 과정을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라고 한다. DNA는 부모로부터 유전되는 유전 물질이다. 각 염색체는 하나의 기다란 DNA 분자를 포함하며, 수 백 개 이상의 유전자를 담고 있다. 세포가 분열될 때 DNA는 복사되어 다음 세대의 딸세포로 전해진다. DNA 구조에 담겨진 염기서열 정보는 세포 활성을 계획하고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DNA 자체가 직접 세포 활성을 결정하는 분자 수준의 하드웨어는 아니며, DNA에 담긴 유전정보에 근거하여 지시대로 만들어진 단백질들이 세포 기능을 직접 담당한다.

다른 핵산인 RNA는 DNA에 담긴 정보가 단백질로 전달되는 유전자 발현에서 매개자 역할을 한다. DNA 분자의 유전자는 메신저 RNA (messenger RNA; mRNA)의 합성을 지시하며, mRNA의 정보는 리보솜에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된다. 따라서 유전자 발현과정은 DNA → RNA → 단백질로 정보가 흘러가는 중심원리(Central dogma)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핵산의 구성성분

핵산은 폴리뉴클레오티드(polynucleotides)라는 중합체로 존재하는 거대분자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폴리뉴클레오티드는 뉴클레오티드라는 단위체로 구성된다.

뉴클레오티드는 일반적으로 오탄당(sugar), 질소함유 염기(base), 그리고 한 개 이상의 인산기(phosphate)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인산기의 개수에 따라 아데노신 일인산, 아데노신 이인산, 아데노신 삼인산으로 부르며, 이들은 모두 뉴클레오티드에 해당한다 (그림1). 폴리뉴클레오티드 형성 과정에서는 3개의 인산기를 가진 뉴클레오티드가 단위체로 제공되며, 중합 과정에서 2개의 인산기가 방출되면서 결국 각 뉴클레오티드는 한 개의 인산기만 보유하게 된다.

용어 상으로 인산기가 없는 뉴클레오티드의 일부분인 오탄당과 염기만을 뉴클레오시드(nucleoside)라 한다 (그림1).

뉴클레오티드 구성 성분 중 질소 함유 염기에 대해 알아보자. 각 염기는 질소 원자를 포함하는 고리 구조를 하나 또는 두 개를 가지고 있다. 염기에 포함된 다수의 질소 원자들이 수용액 속에서 수소 이온과 잘 결합하는 염기로 작용하는 이유 때문에 질소 함유 염기(nitrogenous bases)라 불리게 된 것이다.

염기는 두 가지 가족군으로 구분되는 데, 고리 구조가 1개만 있는 것은 피리미딘계 염기(pyrimidines), 그리고 고리 구조가 2개인 것을 퓨린계 염기(purines)라고 한다. 피리미딘계 염기에는 시토신(C), 티민(T), 유라실(U)이 있으며, 퓨린계 염기에는 아데닌(A)과 구아닌(G)이 있다. 퓨린계 염기는 6개 원자가 중심이 된 육각형 고리가 5개 원자로 구성된 오각형 고리에 융합된 구조이다.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은 DNA와 RNA 모두에서 이용된다. 반면 티민은 DNA에서만, 유라실은 RNA에서만 사용된다 (그림2).

DNA와 RNA에서 사용되는 뉴클레오티드의 가장 큰 차이는 오탄당의 종류이다. DNA 중합에 이용되는 뉴클레오티드는 디옥시리보스(deoxyribose)를 포함하며, RNA의 뉴클레오티드에는 리보스(ribose)가 사용된다. 오탄당 구조에서 리보스는 2번 탄소에 히드록실기(-OH)가 결합되어 있지만, 디옥시리보스는 산소원자가 결핍되어 수소원자만 결합되어 있다. 디옥시리보스의 디옥시(deoxy)는 산소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뉴클레오티드 구조에서 염기성분은 오탄당의 1번 탄소에 붙게 되고, 인산기는 5번 탄소 위치에 결합되어 있다 (그림2).

그림 1. 뉴클레오시드와 뉴클레오티드 구조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그림 2. 핵산의 구성성분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뉴클레오티드 중합체의 구조와 합성

단위체인 뉴클레오티드 간의 공유 결합으로 폴리뉴클레오티드가 합성되는 과정은 물 분자가 방출되는 축합 반응이다. 폴리뉴클레오티드에서 이웃한 뉴클레오티드는 인산디에스테르 결합(phosphodiester linkage)에 의해 연결된다. 즉, 2 개 뉴클레오티드의 당 성분끼리 연결시키는 역할을 인산기가 담당하는 것이다. 이런 결합으로 인해 당-인산 단위체가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양상을 낳게 되므로 이를 당-인산 골격(sugar-phosphate backbone)이라 한다. 유의할 점은 염기는 이런 골격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합체의 양쪽 말단은 구조적 차이를 보이게 된다. 한쪽은 오탄당의 5번 탄소에 인산기가 결합된 상태이고, 반대쪽 말단은 오탄당의 3번 탄소에 히드록실기가 결합된 상태이다. 이와 같은 구조를 두고 각각 5‘ 말단과 3’ 말단이라고 부른다. 당-인산 골격을 따라 질소 함유 염기가 부속물처럼 달려 있는 모양이다 (그림 2a). 따라서 각 사슬은 모든 당 분자들이 동일한 방향을 가지므로 방향성을 가진다. DNA와 RNA 구조의 특징은 각 사슬이 특정 염기서열을 포함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티민-아데닌-시토신-구아닌-아데닌으로 구성된 염기서열은 TACGA로 약어로 표시한다. 이런 염기서열에서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해당 사슬은 5‘-TACGA-3’으로 표시해야 한다.

DNA나 RNA 사슬 안의 뉴클레오티드는 서로 공유결합으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재배열되거나 빠져나갈 수 없다. 따라서 DNA 속의 염기서열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동일한 형태로 남게 된다. 물론 드물게는 돌연변이에 의해 변경되기도 한다.

1950년대 왓슨(Watson), 크릭(Crick), 로잘린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의 연구 덕분에 DNA 분자는 2개 폴리뉴클레오티드 (또는 사슬)가 임의의 축을 중심으로 꼬여 이중나선(double helix)을 이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개의 당-인산 골격은 서로 반대의 5‘ → 3’ 방향으로 달리고 있으며, 이런 배열을 역평행(antiparallel)으로 설명한다. 당-인산 골격은 이중나선의 외곽부위에 위치하며, 염기들은 이중나선의 내부에서 수소 결합으로 염기쌍 결합을 형성하여 DNA구조를 유지한다. DNA 이중나선에서 염기쌍 결합은 특정 염기끼리 이루어진다. 한쪽 사슬의 아데닌은 다른 사슬 위의 티민하고만 결합한다. 반면 구아닌은 항상 시토신하고 결합한다. 이중나선 속의 한쪽 사슬의 염기 서열을 순서대로 읽게 되면 반대쪽 사슬의 염기 서열은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5‘-AGGTCCGAT-3’의 염기 서열을 가진 사슬이 있다면, 반대쪽 사슬은 3‘-TCCAGGCTA-5’의 염기 서열로 되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이중나선의 두 사슬을 상보적(complementary)이라고 한다. DNA의 이런 특성 덕분에 세포 속의 각 DNA 분자는 복제 과정을 통해 동일한 복사본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고, 따라서 세포가 생식과정에서 유전 정보를 딸세포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다른 핵산인 RNA 분자는 일반적으로 단일가닥으로 존재한다. 두 개 RNA분자 간이나 동일한 분자 안에서도 상보적 염기쌍 결합이 일어날 수 있다. RNA 분자 내 염기쌍 결합은 특정 기능에 필요한 3차원 구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 예를 들면 번역과정에서 아미노산을 리보솜에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 전달자 RNA (tRNA)의 경우 약 80개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되는 작은 RNA분자이다. tRNA 분자 내 상보적 염기쌍 결합이 가능한 부위에 이중나선이 생기면서 기능을 가진 3차원 구조 형태로 전환된다(그림 3).

DNA 또는 mRNA 중합체 속의 염기서열은 각 개별 유전자마다 고유하며 매우 특별한 유전정보를 제공한다. 세포 입장에서 유전자에는 4개 염기가 특별한 순서로 배열된 서열 안에 암호화되어 있다. 한 유전자 속의 염기의 일직선 배열 순서는 단백질 1차 구조를 결정하는 아미노산 서열을 특정하게 된다.

그림 3. tRNA의 3차원 구조 (출처:Gettyimages)

관련용어

핵산(Nucleic acids); 뉴클레오티드(nucleotides); 폴리뉴클레오티드(polynucleotides); 폴리펩티드(polypeptides); 질소함유 염기(nitrogenous bases); 인산디에스테르 결합(phosphodiester linkage); 상보적(complementary); 당-인산 골격(sugar-phosphate backbone); 디옥시리보스(deoxyribose); 리보스(ribose); 피리미딘계 염기(pyrimidines; 퓨린계 염기(purines) 

참고문헌

  1. Genetics (R. Brooker 저, 5판, McGraw-Hill)
  2. Biology (Campbell et al., 저, 10판 (2015), Pearson)
  3.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