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인식론

페미니스트 인식론

[ Feminist Epistemology ]

요약 페미니즘의 관점에 입각해 사회를 새로이 인식하고 지식을 생산하는 것에 대한 이론.

페미니즘의 관점에 입각해 사회를 새로이 인식하고 지식을 생산하는 것에 대한 이론이다. 구체적으로는 성별의 사회적 역할과 관계가 지식을 이해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주어야만 하는지를 역사·문화·사회적으로 연구한다. 특히 보편적 주체와 투명한 객관성, 합리성을 가정하는 서구 중심의 전통적인 실증주의 인식론을 비판한다. 나아가 연구자로서 자기 자신의 위치를 성찰하며 사회를 다르게 바라보고자 한다. 하지만 객관성에 대한 생각과 이러한 객관성을 추구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페미니스트마다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인식론으로서 페미니스트 경험론페미니스트 입장론이 보이는 차이가 있다. 페미니스트 경험론에서는 실증주의적 전통의 가치중립적인 객관성 개념이 성립 가능하며 단지 연구 과정에서 남성중심적 편견이 제거되어야 한다고 본다. 반면 페미니스트 입장론에서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객관성 개념 자체를 재구성해야 하며, 연구 과정뿐 아니라 연구 문제 설정 단계에서부터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이 발전하며 다양한 학문 분과에서 남성중심주의성차별주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기존의 방법론은 여성의 경험을 왜곡하고 배제한다는 한계가 있었고, 이에 지식·믿음·정당화를 다루는 인식론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을 도입하여 지식의 객관성을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페미니스트 인식론을 통해 학자들은 철학의 고전에 왜 남성들의 저작만 포함되는지, 영장류학에서 수컷만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다 왜 여성 과학자들이 늘어난 후에야 암컷 영장류의 행동을 반영한 이론이 구성되기 시작하였는지, 여성 심리학자들이 왜 남성들을 실험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부터 인간 전체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는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지식이 도출되는 정당한 방법을 탐구하는 데 기여하기 시작하였다.

상황적 지식

미국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는 어떤 관점에서도 자유로운 객관적 지식은 없다고 주장한다. 모든 지식은 역사성을 가지며 특정한 사회의 독특한 신념 체계 안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식은 그 지식이 형성되는 사회뿐 아니라 그 지식을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개인의 지위와 상황, 그로 인한 조건에 의해 구조화되고 매개되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지식은 협소하며 한계가 있고 부분적인 지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 개념이 곧 '상황적(situated) 지식'이다. 해러웨이는 이 개념을 통해 실증주의 전통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지식 개념에 도전함과 동시에, 지식들 간의 개방성을 주장하면서 다양한 인식 주체들 간의 유동적 연대를 주장했다. 이 개념은 이후 샌드라 하딩(Sandra Harding)의 ‘강한 객관성’ 개념에 영향을 주는 등 페미니스트 입장론의 발전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