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땅과 많아진 백성을 위한 신문왕의 제도 정비

신문왕이 경주에 사는 귀족들에게 지방으로 옮겨가 살게 했다는 소식입니다. 신문왕이 영토를 9주 5소경으로 개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일인데요.

귀족들은 어쩔 수 없이 정든 고향을 떠나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정책을 실시했는지 신문왕을 만나 들어 보겠습니다.

1. 전국을 9개로 나누고, 5개의 소경을 만들다

나는 나라 전체를 여러 개의 지역으로 나누었습니다. 나라가 작을 땐 왕의 영향력이 곳곳으로 퍼지기 쉬웠어요.

하지만 영토가 갑자기 넓어지면서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전국을 9개의 주로 나누었지요.

그리고 각 주를 다시 군과 현으로 나누었어요. 각 주에는 관리를 파견해 직접 다스리게 했습니다.

2. 5개의 작은 도읍, 5소경

또한 5개의 소경을 만들었는데, 작은 도읍이라고 보면 됩니다.

본래 신라의 수도인 경주가 한쪽에 치우쳐 있는 터라 수도를 더 만들어 행정의 중심지가 되도록 했지요.

기존의 경주가 가지고 있던 지리적 단점을 5소경을 통해 극복하려고 한 거예요.

3. 5소경에 신라 사람을 보내 신라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하다

백제와 고구려의 옛 땅에 신라 귀족들을 보냄으로써 그곳에 살고 있는 백제와 고구려 유민들이 자기들도 신라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신라의 하층민도 아니고 귀족들이 자기 지역으로 온 데다, 백제나 고구려 사람들끼리만 모여 살다 신라 사람들과 섞이게 된 것이지요.

이제부터는 백제와 고구려 유민들도 이곳이 신라 땅이란 것과, 자기들 역시 신라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4. 지방 세력에게 압력을 행사한 5소경 이주

권력이 강한 왕족과 귀족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함으로써 그 힘을 약화시키고, 왕권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게 하려는 거지요.

또한 이들이 가게 되면 그 지역에 원래부터 형성되어 있던 지방 세력에게 은근한 압력을 넣을 수도 있고요.

오랫동안 그 지역에서 권세를 누려온 지방 세력에게 신라의 왕족이 온다는 것 자체가 부담일 테니 말이에요.

그렇게 자연스레 왕권 강화도 이루어지는 거지요.

5. 5소경 이주의 두 가지 효과

저는 귀족들을 5소경으로 이주시킨 효과가 왕권 강화에만 있지 않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사람들이 섞여 살며 문화의 융합이 일어나 또 하나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는 효과도 가져왔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6. 왕권 강화를 위해 군사 제도를 바꾸다

군사권을 늘리는 것 역시 왕권 강화가 목표예요.

나는 군사 제도를 9서당 10정으로 개편했는데, 9서당은 왕궁과 수도를 지키는 군대로 내 명령에 따라 움직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군대에 속한 군인들이에요.

9서당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병사들은 물론이고 말갈인도 있었어요. 삼국의 백성들을 모두 감싸 안는 정책인 거예요.

또한 군대가 늘어나게 되면서 귀족들의 힘이 약해지는 결과를 가져왔지요.

7. 국경 지대에 10정을 둔 이유

지방에는 10정을 두었어요. 9주인데 왜 10정인지 궁금하지요? 한주에만 정을 하나 더 두었거든요.

왜냐하면 그곳은 땅도 넓고 국경 지대라 다른 곳보다 많은 2개의 정이 필요했어요.

8. 국학을 세워 유교 교육을 강조하다

나는 주 · 군 · 현을 다스릴 관리들을 키워 내기 위해 ‘국학’을 세웠어요.

이곳에는 귀족의 자제들만 입학할 수 있었지요. 국학에서는 유교 교육을 특히 강조했어요.

바로 왕권 강화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유교에서는 임금에게 충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가르치거든요.

참고로 국학은 후에 고려 시대에는 국자감이, 조선 시대에 와서는 성균관이 그 역할을 이어간답니다.

9. 후대 사람들이 내린 신문왕의 평가

신문왕은 통일이 되고 혼란스러웠던 신라의 제도를 정비하고, 고구려와 백제 유민들을 통합시키기 위해 힘썼어요.

또 귀족 세력을 누르고 왕권을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왕이에요.

신문왕이 이렇게 힘썼기 때문에 신라가 전성기를 누리게 된 것이겠지요.

지금 경주 시내는 귀족들의 이사로 도로가 몹시 혼잡한 상황이니 오늘은 가급적이면 외출을 삼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 뉴스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