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을 넘어 곡면으로~ 차세대 OLED

평면을 넘어 곡면으로~ 차세대 OLED

주제 재료(금속/소재), 전기/전자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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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장치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아니, 뗄 수 없다 정도가 아니다. 현대인 중 상당수가 현실의 풍경을 보기보다 화면을 들여다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그 시초이자 원형은 역시 TV지만 최근 이동 중에도 시청이 가능한 모바일 영상장비가 등장해 사람들이 디스플레이 장치를 보는 시간은 더 늘어났다.

CRT가 대세였던 디스플레이 장치는 노트북 컴퓨터가 등장하면서부터 고화질과 더불어 또 하나의 제약을 해결해야 했다. 한정된 배터리 때문에 전력 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했던 것. 그 결과 탄생한 것이 LCD모니터다. 그리고 기술은 더욱 개발돼 LCD를 대체할 새로운 방식의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가 선을 보였다. ‘꿈의 화면’ ‘차세대 디스플레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OLED에 대해 알아보자.

OLED란 발광 다이오드를 사용해 만든 디스플레이다. 다이오드란 순방향으로 전압을 가하면 전류를 통과시키고 반대일 경우 전류를 차단하는 반도체다. 이중 전류를 흘리면 전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에서 낮은 준위로 떨어지면서 빛을 발하는 것이 발광 다이오드, 즉 LED이다.

OLED는 발광 다이오드와 비슷하게 전자를 공급하는 층과 받아들이는 층을 붙여 만든다. 순방향의 전압을 걸어주면 전자가 이동하면서 발광층이 빛을 발한다. 빛의 삼원색인 파랑색, 녹색, 붉은색을 내는 작은 다이오드 소자 셋을 묶으면 화면을 구성하는 하나의 점(픽셀)이 된다.

그럼 OLED를 ‘차세대 디스플레이’라고 칭할만한 장점은 무엇일까. 현재 주력 디스플레이인 LCD의 약점을 살펴보면 OLED의 장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LCD는 전 세대 주력 디스플레이었던 CRT 모니터에 비해 가볍고, 얇고, 전력 소모가 적은 장점이 있지만 디스플레이로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LCD는 CRT에 비해 선명도가 떨어지고, 응답속도가 느리며, 시야각에 제한이 있다. 무슨 말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LCD는 하나의 액정 소자가 하나의 픽셀을 담당한다. 액정이란 액체와 고체의 중간상태를 말하는데, 분자 배열에 따라 굴절율이 바뀐다. 액정의 양쪽에 편광판을 달고 여기에 전압을 가해 액정 물질의 분자 배열을 조절하면 편광의 방향이 바뀌며, 결국 통과하는 빛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빛의 삼원색을 담당하는 필터를 추가하고 각 필터를 통과하는 빛의 양을 조절해 원하는 색을 표현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액정소자는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통과시킬 뿐이라는 점. 이 때문에 LCD는 별도의 광원을 필요로 한다. 흔히 쓰는 노트북 컴퓨터의 경우 일명 ‘백라이트’라고 하는 광원이 존재한다.

LCD의 단점은 이 같은 작동 방식에서 비롯한다. 백라이트에서 나온 빛 중에서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차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LCD는 선명도가 떨어진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아직도 LCD보다 CRT 모니터를 선호하는 이유다. 또 LCD의 소자인 액정의 한계 때문에 응답속도가 느리다. 이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동영상을 보면 잔상이 남는다. 그리고 시야각에 제한이 있다. 즉 화면이 정면에서는 잘 보이지만 비스듬히 보면 원래 상을 보기 힘들다.

OLED는 LCD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하면서 단점을 보완한 디스플레이다. 백라이트가 아니라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색을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 OLED는 이론상 응답속도가 LCD의 1000배로 잔상 없이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시야각에 제한도 없어 아무리 비스듬히 봐도 원래의 상을 볼 수 있다. 게다가 LCD의 장점은 더욱 발전시켰다. 백라이트가 없어 LCD보다 더욱 얇게 만들 수 있고, 같은 밝기라면 전력소모도 LCD보다 훨씬 적다.

덧붙여 OLED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들기에도 용이하다. 각도에 따라 보이는 상이 왜곡되지 않기 때문에 딱딱한 유리 기판 대신 유연성이 있는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박막 트렌지스터(TFT, Thin Film Transistor)를 쓰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LCD로도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는 있으나 시야각 문제 때문에 정확한 상을 만들기 힘들다. 미래에는 손목에 둘둘 말아 다니다가 필요할 때 펴서 쓰는 OLED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OLED에도 넘어서야 할 벽은 존재한다. 발광 다이오드를 이용한다는 말은 장치에 수명이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빛의 삼원색을 내는 물질들의 수명은 각각 다르다. 특히 물질의 특성 상 청색광을 내는 데 쓰는 OLED 소자가 적색광, 녹색광을 내는 소자에 비해 훨씬 일찍 소모된다.

물론 이러한 벽도 결국은 기술 개발로 해결될 것이다. 예를 들어 청색광 OLED 소자의 수명을 늘이기 위해 인광성 물질을 화학적으로 섞는 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 제작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공정도 개선되고 있다. 최근 각광받는 방법은 잉크젯 방식이다. 이는 잉크젯 프린터처럼 기판 역할을 할 물질의 표면에 유기물을 분사하는 것이다. 제작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디스플레이를 대형으로 만들 수 있다.

LCD 역시 초기에 제시된 단점을 줄이기 위해 부단한 개선을 거친 끝에 오늘날 대중적인 디스플레이 장치가 됐다. OLED가 다음 세대의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보자면, 머지않아 거리에서 걸어가는 앞 사람의 옷을 통해 인기 드라마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김창규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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