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업
[ 丁昌業 ]
정창업(丁昌業, 1847-1889)은 전남 함평군에서 태어나 19세기에 활동한 판소리 명창이며, 이른바 후기 팔명창에 속하는 인물이다. 세습예인 집안 출신으로, 판소리 명창 정학진(丁學珍, 1847-1919)의 부친이자, 판소리 명창 정광수(丁珖秀, 1909-2003)의 조부이다.
박유전(朴裕全, 1835-1906)에게 5년간 배웠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유공렬(劉公烈, 1859-?), 김창환(金昌煥, 1855-1937), 정정렬(丁貞烈, 1876-1938), 김정길(金正吉, 1875-1964) 등이 그의 제자이다.
22세(1868) 무렵 전주대사습에 참여해 〈춘향가〉 중 '나귀 안장 짓는 대목'을 불렀다. 이때 많은 청중 앞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문이 막혀 "나귀 등에 솔질 솰솰"만 되풀이 하고 더 이상 소리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에 좌중은 "저 혹독한 솔질에 그 나귀는 필경 죽고 말 터이니 차마 볼 수가 없다"라며 그를 퇴장시켰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소리를 연마한 뒤 다시 대사습에 도전했다. 이후 그의 이름은 더욱 널리 알려져 고종으로부터 통정대부(通政大夫)의 직계를 제수받았다.
『조선창극사』 「정창업」 조에서는 정창업을 서편제 명창으로 분류했다. 천부적으로 좋은 목을 타고나 어린 시절부터 소리를 잘했다. 서편제의 법제에 따라 계면조 위주의 소리를 했으며, 상하성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송만갑(宋萬甲, 1865-1939)은 시대적 흐름을 수용해 자신의 소리제를 정립하고자 노력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가문에 전래된 소리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 정창업이 구사했던 서편제식 창법이었다고 한다.
정창업은 〈심청가〉와 〈흥보가〉를 잘 불렀으며, 〈심청가〉 중 '중타령'은 그의 장기이다.
참고문헌
-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 출판부,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