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변동

해수면 변동

[ 海水面 變動 ]

기후변화의 증거는 여러분야에서 나타나는데 이를 가장 광범위하게 반영하는 것에 해수면 변동이 있다. 해수면 변동은 바닷가 주변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육지의 모든 환경변화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는 것은 환경변화에 대한 ‘핵’이라고까지 말해지고 있다. 꽃가루나 짐승화석 등은 기후에 대해 국지적인 자료를 줄 뿐이다. 신석기 유적으로 바닷가의 조개무지가 자주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해수면 변동연구가 중요한데, 이는 유적의 위치와 바닷가 살림살이에 민감하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해수면 변동은 원래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해수면이 변하도록 하는 요인으로는 4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지각운동에 의한 해수면 변화, 빙하에 의한 해수면 변화, 지오이드(평균해수면)에 의한 해수면 변화, 그리고 국지적이고 단기간에 걸친 태풍·해일 등에 의한 변화 등이 해수면 변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그러나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지난 몇 백만년 간에 걸쳐 해수면에 영향을 끼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대륙빙하(continental icecaps)로 인한 물의 증가 혹은 감소였다. 빙하기 동안에 육지 위에 형성된 대빙원이 방대한 양의 물을 끌어당겨 결빙됨으로써 바닷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후 빙하기의 가장 추웠던 때인 18000년쯤 전에는 해수면이 현재보다 약 130m나 낮았다고 한다. 그러나 온난기에는 다시 해수면이 올라간다. 이리하여 빙하기와 간빙기가 되풀이되는 동안에 해수면은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변화를 계속하여 왔다. 세계 여러 곳의 바닷가를 보면 지금의 해안선보다 훨씬 높은 곳에 해안선이 있었던 자취가 있으며 또 지금보다 해수면이 훨씬 낮았던 흔적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많다. 마지막 빙하기 극성기에 최저로 내려갔던 바닷물은 약 16000년 전 쯤부터 올라오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상승은 10000년 간에 걸쳐서 꾸준히 진행되었는데 때로는 1세기에 1m의 비율로 올라오기도 하였다.

전신세(후빙기)에 들어 바닷물이 상승할때의 속도와 유형에 대해서는 현재 2가지 대립되는 견해가 있다. 그 하나는 주로 북미지역의 Shepard, Bloom 등이 주장하는 것으로써 후빙기의 해수면은 평활하게 상승하였으며 현재까지 계속해서 꾸준히 상승하여 왔으므로 현재보다 해수면이 높았던 시기는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Fairbridge 등을 중심으로 하여 유럽 및 다른 지역에서 우세한 관점이다. 후빙기의 해수면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몇 번의 정체기가 있었고 6000 B.P. 경의 해수면은 지금보다 2∼5m 높았다고 보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중국·일본학자들은 후자의 견해를 따르고 있다. 왜냐하면 해안의 퇴적과정을 유리하게 해주는 것은 해수면 정체기이며 해수면이 급작스럽게 상승하면 퇴적지형을 보존하기가 좋아진다. 그러므로 바다와 강가의 퇴적과정을 설명하는데 나중의 모델이 더 합리적이다.

해수면 상승의 가장 주된 원인은 기온상승에 있으며 특히 제4기 해진(海進)은 기후변화와 관계된다. 중국의 고기후 및 해수면 변동 연구에 따르면 양자강 유역에서는 13150∼12400 B.P. 동안 온도가 7℃나 올라감에 따라 해수면은 35m에서 83m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온상승과 해수면 상승 사이에는 시간차이가 나게 되므로, 기후 극상기에는 7000 B.P.지만 해수면이 최대로 상승되는 것은 6000 B.P.로서 온도가 오르고 빙하가 녹아 수면 상승이 되는 동안 약 1000년 가량의 시간차이(time lag)가 나게된다. 이러한 후빙기의 해수면상승을 알아내는 데에는 해안지방의 퇴적물 및 지형연구, 대양의 산소동위체비 분석, 유공충, 규조류, 연체동물, 홀씨, 꽃가루 등의 미세화석연구, 중석기∼신석기 문화유물연구, C14자료 등의 도움을 받는다.

한국의 해수면변동을 연구하려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와 함께 대륙붕으로 연결되고 있는 황해, 그리고 이들의 연장인 발해와 동중국해, 대한해협, 쓰시마해협, 동해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이는 특히 전신세의 해수면변동에 대한 연구가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참고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해수면 변동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고 자료도 넘칠 정도이며 변화에 대한 관점이 저마다 매우 달라 참고하기 곤란한 점은 있으나 대체적인 경향을 요약하면 전신세에 들어와서 대략 3차례의 주요한 해진(Transgression: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육지쪽으로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는 현상)이 있었으며, 최대 해진기는 6000 B.P. 전후라고 한다.

해진은 때로 당시의 해안선으로부터 수십 ㎞ 씩 전진하기도 하지만 바닷물은 지금보다 약 5m 정도 높았다고 정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해수면변동에 대한 연구는 많지는 않으나 사구, 충적지, 단구 등으로 변동현상이 추정되며, 동·서·남해안 곳곳에서 옛 사취(raised old spit), 상승해안 침식지형 등이 관찰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일산지구 발굴에서 드러난 토탄층과 그 아래의 조간대 회색 뻘층의 존재 및 방사성탄소측정연대, 규조류 분석 등에 의해서 약 6000 B.P.부터 해진이 일어나며, 그 높이는 현재 +2∼3m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이웃 나라의 연구결과와 조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몇 차례의 해진이 어느 정도의 폭으로 일어났는지 앞으로의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고고학과 자연과학(최몽룡·신숙정·이동영, 학연문화사, 199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