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세

전신세

[ 全新世 , Holocene ]

지질학상 신생대 제4기(Quaternary)의 마지막 부분이며 갱신세(Pleistocene) 다음에 오는 시기로, 일본에서는 ‘완신세(完新世)’라고도 불리운다. 현세(現世: Recent)와 같은 의미이나 1885년 국제 지질학회에서 현세(Recent)를 홀로세(Holocene)로 개명하여 제4기는 플라이스트세(Pleistocene)와 홀로세(Holocene)로 구별하게 되었으며 이 층서구분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제4기라는 시기는 약 46억년의 지구 역사 가운데 최근에 해당되는 아주 짧은 지질시대로서 지금으로부터 약 200만년 전부터 시작되는데(논자에 따라 250만년 전 혹은 180만년 전으로 정의됨), 이 기간 동안도 거의 갱신세가 차지하고 전신세는 지금부터 과거 약 1만년 동안의 극히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전신세는 빙하가 물러간 다음의 시기를 말하므로 일반적으로 ‘후빙기(後氷期)’라고도 말해진다. 후빙기를 정확히 언제부터로 잡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다양하였는데 왜냐하면 빙하의 퇴각 시기가 나라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빙하의 퇴각보다는 식물화석(꽃가루) 연구에서 얻어지는 기후변동 자료를 바탕으로 시기구분을 하게 되었다. 가장 일찍 연구가 시작된 북구의 꽃가루 연구에 의하면 마지막 추운기후(Younger Dryas)가 사라진 직후의 기온상승기, 즉 프리보리얼(Preboreal)기부터를 현세(전신세·충적세·후빙기)라고 보았다. 제8회 국제 제4기학회(1969)에서는 이를 채택하여 갱신세와 전신세의 경계를 “영거 드리아스/프리 보리얼(Younger Dryas/Preboreal)”에 두고 10000 B.P.로 잡았다.

이러한 후빙기는 고고학상 중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중석기·신석기시대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전신세(후빙기)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전신세에 대한 연구는 갱신세에 대한 연구만큼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이는 전신세의 자연환경이 현재와 거의 같다고 여기는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신세의 기후, 지질학적·생물학적 환경 등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변화가 많았다. 특히 현재의 지형을 이루고 있는 미고결 퇴적층이 대부분 이 무렵에 형성된 것을 고려한다면 연구가 심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가운데 고고학에서 전신세의 자연환경에 대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지식은 전신세의 기후변동과 해수면 상승에 대한 것이다.

해수면 상승의 가장 주된 원인은 기온 상승에 있으며 특히 제4기 해진은 기후변화와 관계된다. 따라서 전신세의 해수면 상승은 아틀란틱기(B.C. 6000년을 전후한 온기후극상기) 이후의 온도 상승에 주된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 사이에는 시간차가 나게 되는데, 온도가 오르고 빙하가 녹아 수면 상승이 되는 동안 약 1000년 가량의 시간차이(time lag)가 나게된다. 후빙기의 해수면 변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해안지방의 퇴적물 및 지형연구, 대양의 산소동위체비 분석, 유공충·규조류·연체동물·홀씨·꽃가루 등의 미세화석 연구, 중석기-신석기 유물 연구, 방사성탄소연대자료 등이 필요하다.

한국의 해수면 변동을 연구하려면, 바다와 함께 대륙붕으로 한국과 연결되어 있는 황해, 그리고 이들의 연장인 발해와 동중국해, 대한해협, 쓰시마해협, 동해를 같이 연구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는 특히 전신세의 해수면 변동연구가 적은 한국에서는 반드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중국의 경우는 해수면 변동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고 자료도 많지만, 변화에 대한 관점이 저마다 달라 참고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인 경향을 요약하면 전신세에 들어와서 대략 3차례의 주요한 해진(Transgression: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육지 쪽으로 바다물이 밀려들어오는 현상)이 있었으며 최대 해진기는 6000 B.P. 전후라고 한다. 양자강 유역에서는 13150~12400 B.P. 동안 온도가 7℃나 올라감에 따라 해수면은 35m에서 83m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당시의 해안선으로부터 수 십 ㎞씩 육지 쪽으로 전진하기도 하였으며, 해수면은 지금보다 약 5m 정도 높았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여 약 6000 B.P. 에 해수면이 지금보다 2~3m 정도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해수면 변동연구는 많지 않으나 사구·충적지·단구 등으로 변동현상이 추정되며, 동해안·서해안·남해안 곳곳에서 옛 사취(raised old spit)·상승해안 침식지형 등이 관찰된다. 가장 최근에는 일산지구 발굴에서 드러난 토탄층 분석과 그 아래의 옛 조간대 회색 뻘층의 존재 및 방사성탄소측정연대, 규조류 분석 등을 근거로 약 6000 B.P.부터 해진이 일어났으며 해수면 높이는 현재보다 2~3m 정도 높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이웃 나라의 연구결과와 부합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몇 차례의 해진이 어느 정도의 폭으로 일어났는지는 밝히기 위해서는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다.

전신세의 기후에 대한 연구는 꽃가루 분석을 통해 당시의 식생을 알아내고 이에 따라 기후를 추정하는 방법 위주로 이루어지며, 그밖에 당시의 동물상, 미세화석, 해양·호저·늪지의 퇴적물 등의 시료분석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한국의 전신세 꽃가루 연구로는 1971년 평택지역의 꽃가루 분석을 시작으로, 1978년 한일합동조사대가 실시한 자연호수·인공호수·충적평야·습지 등에 대한 꽃가루 조사가 있고, 그밖에 포항평야·주문진·방어진의 토탄층 꽃가루 등을 분석한 조화룡의 연구, 그리고 가장 최근의 일산지역 토탄층에 대한 꽃가루 조사가 있다. 1990년대 들어와서는 주로 토탄지에 대한 고고학적-환경적 합동조사가 이루어지면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일산 신도시지역, 서해안 고속도로 구간의 평택 내기리·희곡리·현화리 지역 등에서 실시되었다.

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속초 영랑호의 경우를 보면 여기서는 약 15000년 동안이라는, 전신세 전 기간을 넘는 식생변천이 조사되었고, 꽃가루 분석과 함께 안정동위체비(12C/13C) 및 유화물(Pyrite : FeS) 함량에 의한 옛 기후변천이 같이 다루어졌다.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즉 17000~15000 B.P.의 최종 빙기인 한냉기에 해당하는 시기에는 가문비나무속, 전나무속, 소나무속(오엽송, 잣나무), 낙엽송속(이깔나무속) 등의 아한대성 침엽수가 높은 출현율을 나타내었으므로 이 시대 영랑호 주변의 기후도 그러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15000~10000 B.P. 사이에는 모래와 자갈이 섞인 퇴적물로서 꽃가루의 함량이 적었으나 고사리 홀씨가 높은 출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때는 만빙기에 해당하는데 모래자갈층 속의 황철광(Pyrite)에 들어있는 유황 함량이 낮은 결과와 부합되는 것이다. 10000~6700 B.P. 시기에는 참나무속 꽃가루의 출현률이 매우 높아 이 시기의 영랑호 주변에는 참나무림이 널리 분포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버드나무속·가래나무속·서어나무속·개암나무속·느릅나무속·자작나무속 등 낙엽활엽수가 높은 출현률을 나타내어 기후가 급속하게 온난해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참나무속의 우점현상은 이 시기 한반도 다른 지역에서의 꽃가루 분석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영랑호에서는 유화물 함량비가 7000~5500 B.P.에서 최고값이 나와 한국에서도 전신세의 기후극상기(Climatic Optimum)가 있음이 분명해졌는데, 이는 참나무속이 우점종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일치하는 것이다. 6700~4500 B.P. 사이에는 소나무속(이엽송)이 증가하는 가운데 가래나무속·참나무속·서어나무속·느릅나무속 등의 낙엽활엽수가 공반되므로 기후가 온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소나무는 산불, 삼림벌채, 화전, 농경 등으로 삼림이 파괴되고 토양침식이 진행된 곳에 2차림으로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이 시기에 소나무가 늘어나는 현상은 기후가 건조하여 산불이 많이 난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즉 이 시기는 따뜻하면서도 건조한 기후였다고 추정되었다. 그러나 일산지역의 꽃가루 조사에 의하면 이 시기에는 오리나무속이 우점하며 다음으로 참나무속, 물푸레나무속 등이 나와 유적 가까이에 습기가 많았음을 보여주며, 소나무속은 일정비율로 나타나지만 우점하지는 않는다. 이와같이 꽃가루 분석결과를 해석할 때에는 지역에 따라, 즉 소지역환경(microenvironment)에 따라 차이가 많음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

4500~1400 B.P. 사이에 영랑호에서 보면 다시 소나무속이 감소하고 참나무속이 늘어나며 그밖에 낙엽활엽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나무속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기후가 약간 서늘했다고 여겨지는데, 이는 안정동위원소를 이용한 고기온(Palaeotemperature) 측정결과와 맞아든다. 이 분석결과는 4500 B.P.무렵이 약간 차고 서늘한 시기였음을 보여준다. 2000 B.P. 이후로는 농경활동에 따른 인류의 삼림파괴가 심하였으므로, 후빙기 이후-삼림파괴 이전까지의 꽃가루 분석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 참나무속을 중심으로 하여 서어나무속, 느릅나무속, 느티나무속, 가래나무속 등이 혼합된 온대 낙엽수림이 우점하는 가운데, 소나무속과 같은 침엽수림이 혼생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문헌

  • 해수면변동과 고고학(신숙정, 고고학연구방법론, 서울대출판부, 199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