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제

선대제

[ putting-out system , 先貸制 ]

요약 상인이 독립된 수공업자들에게 원료나 도구, 임금 등을 지불하여 필요한 물품을 생산시키는 체계로 상품 화폐 경제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난다.  

각각 독립된 작업장과 도구를 지니고 있는 소생산자들에게 상인(putter-out)이 원료나 반제품, 도구 등을 먼저 지불하여 제품을 생산하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상업이 발달하고 제조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을 안정시켜야 할 필요가 높아지는데, 상인자본은 생산과정을 통제하기 위해 독립 수공업자들에게 원료를 제공하고, 수공업자가 완제품을 만들면 그에게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생산물을 확보했다. 일부에서는 상인이 직접 생산도구와 작업장 등을 소유하고 노동자를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따라서 선대제(先貸制)는 자본주의와 상품 화폐 경제의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하지만 선대제가 생산이나 노동 과정에서 특정한 형태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선대제 지배는 생산자가 각자 자신의 작업장에서 분산·독립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가내 수공업의 형태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지만, 작업장의 규모가 커진 매뉴팩처(manufacture)의 단계에서도 나타난다. 

서유럽에서 선대제는 12세기 후반부터 직물 공업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세 원거리 무역의 발달로 도시에 각종 수공업자들이 늘어났지만, 길드 공업은 원료나 판로 모두 상인들의 원거리 무역에 의존하는 처지였다. 특히 직물 공업은 무역의 비중이 높았을 뿐 아니라, 방직공, 방적공, 염색공 등 내부의 전문 공정이 분화되었기 때문에 선대제 지배에 용이했다. 직물 공업이 발달된 도시에서는 상인길드를 지배하는 부유한 상인이 도시귀족(patriciat)으로 시정(市政)을 장악하고, 수공업자 상호 간의 규정인 길드 규칙으로 생산자들을 지배하였다. 15~16세기에 이르러 선대제는 거의 모든 수출 산업에서 나타났으며, 이는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 수공업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선대제는 매뉴팩처 단계에서도 나타났지만, 이 시기에는 길드 규제와 같은 강제력을 지니지 못한 느슨한 형태였다. 그리고 산업혁명으로 공장제 기계공업이 발달하면서 선대제는 영향력을 잃게되었다. 

우리 나라에서 선대제는 17세기 이후 상품 화폐 경제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났다. 상품 화폐 경제의 발달과 함께 수공업품의 수요가 증가했지만, 시전 상인들은 금난전권(禁亂廛權)이라는 특권을 이용하여 원료의 구입과 제품의 판매를 독점하고 있었다. 시전 상인들은 전매권으로 매점한 원료를 장인에게 제공하여 그것을 상품으로 제조하게 하여 수공업품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일부에서는 상인들이 장인을 직접 고용하여 수공업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특히 종이, 화폐, 철물, 자기 등의 제조 분야에서 선대제가 성행하였는데, 대동법의 실시 이후에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수공업에서의 선대제 생산은 조선 후기 사회에서 자본주의적 요소의 형성과 발달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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