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페미니즘

자유주의 페미니즘

[ liberal feminism , 自由主義 女性主義 ]

요약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사상에 근거한 페미니즘.

18~19세기 자유주의 사상에 근거한 페미니즘이다. 자유주의란 자율성을 강조하고 인간의 특성을 ‘이성’에서 찾는 정치 사상이다. 이는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며, 서로 차이가 없고, 선험적으로 ‘권리’가 부여된 추상적인 개인을 전제한다. 이때 자유주의자들은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면서 국가는 개인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이익을 보전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 사적 영역으로는 개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도 남성과 ‘같음’을 강조하면서 여성이 공적 분야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기를 원한다. 이들은 법·정책적인 차원에서의 공평한 대우에 관심을 두면서 여성의 지위가 낮은 원인을 교육의 기회 부재나 성별에 따른 사회화 과정에서 찾는다. 따라서 교육의 기회와 일자리와 임금이 균등하게 주어지고 차별적 정책이 소거되면 각 개인이 성취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크게, 형식적으로 동등한 경쟁이 가능한 상태를 목표로 하는 보다 고전적인 입장과, 과거의 부정의를 보상하는 것도 포함하여 적극적 조치를 시행하자는 복지 지향적 입장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로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해리엣 테일러 밀(Harriet Taylor Mill), 베티 프리던(Betty Friedan) 등이 있다. 18세기 메리 울스톤 크래프트는 영국에서 부르주아 여성들이 생산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단지 남편을 위해 희생하는 현실을 보고 《여성의 권리 옹호(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를 통해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이성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역설한다. 19세기 해리엇 테일러 밀과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또한 유사한 주장을 한다. 나아가서 개인들이 희망하고 바라는 바를 추구하도록 허용한다면 사회 전체의 행복이 증대될 것이라 말한다. 특히 존 스튜어트 밀은 《여성의 예속(The Subjection of Women)》에서 이런 주장을 설파한다.

19세기 초 광범위한 안건들을 다뤘던 서구의 페미니즘 운동은 세기 말에 이르러 여성 참정권 확보에 치중한 자유주의 경향을 강하게 띠었다. 이후 20세기 들어 미국에서는 베티 프리던이 설립한 전미여성연합체(NOW, 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 등 여성의 지위 향상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페미니즘 단체가 결성된다. 전미여성연합체는 비교적 온건하고 안전한 논의에 집중하며 특정 계급의 여성만을 대변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을 단일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으로 볼 수 있는가?” 그리고 “페미니즘이 주목해야 할 것은 남성과의 ‘같음’인가 ‘다름’인가?”에 관한 오래된 논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으로는 첫째, 백인 이성애자 중산층 비장애 여성 중심이라는 것이다. 추상적으로 상정된 개인은 사실상 특정 집단을 대변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인류 보편에 적용될 수 없는 개념이라는 비판이다. 둘째, 자율적 권한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 간의 무한한 경쟁을 옹호하는 결말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셋째,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면서도 ‘이성’ 등 남성적으로 여겨지는 가치들만을 장려하는 경향은,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감성’에 대한 멸시와 평가 절하로 이어졌다. 넷째, 공적 차원에 한정된 운동이라는 비판이다. 공적 영역에만 개입한 결과 남성중심적인 사회 관계와 문화, 구조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미흡함이 있다.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위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 차츰 더 개방적으로 논의하게 되었다. 당대에도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존재하며 법조계, 경영계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