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정치

동남아시아의 정치

동남아시아는 예로부터 인도문명과 중국문명의 영향권으로 고대 문명권의 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의 식민지를 벗어나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이 독립, 신흥국가로서 새 출발을 하였다. 이들 국가들은 토지를 제외하고서는 한결같이 외세에 의한 식민통치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 반서구 ·반일본의 의식이 특히 강한 지역이다. 따라서 이들은 신흥국가로서 출발한 이후 대부분이 중립주의 정책노선을 걸어왔다. 이는 중공이 국공내전(1945∼49)에서 공산정권이 중국 대륙을 장악함으로써 더욱 영향을 주었다.

현재 친서방 정책을 취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 등도 과거에 중립노선 또는 친중공노선을 경험한 나라들로 이 지역의 중립적 색채를 알 수 있다. 또한 이 지역은 분규가 끊이지 않아 네덜란드의 인도네시아 전쟁(1945∼49), 영국의 말레이시아 토벌전쟁(1945∼60), 프랑스의 인도차이나 전쟁(1946∼54), 베트남전쟁(1961∼75), 필리핀의 후크단 등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베트남전쟁이 월맹의 승리로 끝나고,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가 차례로 적화되자, 동남아시아 각국은 불안을 감출 수 없었고, 자국내의 게릴라 소탕을 과감히 하는 등 국가기본질서를 확고히 하는 강력한 통치 경향으로 되어 갔다.

외교면에서는 대미(對美) 의존의 국방 ·외교정책을 버리고 중국 등 공산권과도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등 폭넓은 외교노선을 취하고 있으나, 내실적으로는 자국내의 게릴라 소탕, 용공단체의 금지 등 반공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특히 인도네시아 ·타이 ·필리핀 등 몇몇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타이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을 결성, 지역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80년 6월 베트남의 타이침공 규탄, 81년 2월 아세안 ·공산 3개국 간의 회담개최 거부, 캄보디아의 헹삼린 정권 거부 등 안전보장에 관한 발언을 강화하여 공산주의 팽창 움직임에 대한 견제세력으로서 ‘아시아 태평양시대’의 새로운 모습을 시사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