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과 의학

등산과 의학

등산 활동은 그 자체가 격심한 운동인 데다가 평지나 도시와는 다른 기상조건 ·생활조건이 더해지므로 신체는 상당히 심한 영향을 받게 된다. 물론 목표로 하는 산이 높을수록 받는 영향도 크다. 저지등산(3,000∼5,000 m)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신체가 받는 나쁜 영향은 크지 않다. 그러나 격심한 운동임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평소에 보통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심장질환 ·고혈압 증세가 있다고 의사에게서 지적받은 사람은 본격적 등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신장염이나 네프로제에 걸린 일이 있는 사람도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등산 특유의 병에 고산병(高山病)이 있으며 3,000 m 정도의 산에서도 걸리는 일이 많다. 젊고 비만형의 여성이나 고령자가 잘 걸린다. 고산병의 증세는 두통 ·불면 ·식욕부진 ·심계항진(心悸亢進) ·호흡곤란 ·기침 ·복통 ·구역질 ·권태감 등이 나타난다. 숙련된 등산가가 고산병의 증세를 나타내는 것은 약 3,700 m 이상이라고 하므로 3,000 m 급 산에서 일어나는 일반 등산자의 고산병은 등산으로 인한 과로가 큰 유인(誘因)이라고 생각된다.

저지 등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기온의 변화이다. 산에서 비를 맞거나 바람을 쐬거나, 심하게 땀을 흘린 뒤에 찬 바람을 쐬면 감기에 걸리거나, 때로는 폐렴을 유발하기도 한다. 겨울산의 등산에서는 동상 ·동사(凍死)의 위험도 크다. 저온으로 인한 발병을 방지하는 데는 열전도성 ·흡습성 ·통기성 등을 고려한 의복에 의한 보온이 첫째이다. 또 근년에 와서 등산이 대중화되자 산장이나 텐트장의 혼잡이 심하여 음식물 ·식기 ·음료수의 청결유지나 배변 ·음식찌꺼기의 처리 등 공중위생면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지 등산에 있어서 5,500 m 고소에서는 대기압은 평지의 약 반이 되며, 산소분압(酸素分壓)은 평지의 150 mmHg에서 80 mmHg로 감소한다. 가령, 보통 사람을 감압실(減壓室)에서 5,500 m의 고소조건에 갑자기 두면 혈액의 산소포화도는 70 % 이하로 내려가서 무거운 고산병 증세를 나타낸다. 즉, 이 고도에서의 등산자에 가장 큰 문제는 대기 중의 산소 부족에 의한 영향이다.

고산병은 어느 고도 이상에서 반드시 일어나지만, 보통 그 고도에 며칠 체재하면 서서히 소실한다. 이것은 인체가 산소 부족에 적응하게 되기 때문인데, 이 현상을 고도순화(高度馴化)라고 한다. 고도순화가 되는 것은 호흡기 ·심장 ·혈액계 등이 적응하기 때문이다. 먼저 적혈구가 커지고, 수도 증가하게 된다. 1963년의 미국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조사에 의하면 5,000 m 고지에서 대원들은 평지의 대략 2배 속도로 적혈구를 생산하게 되고, 6,500 m에서는 2.5배에서 3배의 속도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다음에 적혈구 속에서 산소와 결합하여 운반 구실을 하는 헤모글로빈도 증가하게 된다. 1953년 영국의 초유 원정대는 정상이 14.9 g/dℓ이던 것이 최고 20.3 g/dℓ이 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폐기능에서는 호흡수와 호흡의 깊이가 증가하며 폐포 내의 이산화탄소 분압도 내려가게 된다. 심장은 비대해져 전신과 폐에의 혈류(血流)를 더 많이 보내게 된다. 맥박수도 증가한다고 한다. 뇌의 호흡중추도 이산화탄소에 대하여 예민해지고, 혈액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게 억제하려고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대기 중의 적은 산소를 더 많이 체내에 흡수하고 운반 ·소비 능력을 높여서 신체 전체의 수요에 응한다.

완전한 순화는 히말라야 등의 고지 등산에서 대단히 중요하지만 고도순화법에 대하여 아직은 정설(定說)이 없다. 일반적으로 순화에는 10일 전후가 필요하며, 점차 고도를 늘리는 한편, 적당한 시기에 하강하여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고도순화에도 한도가 있어서 5,200 m 이상에 장기간 체재하면 인체의 기능은 감쇠해진다. 이것을 고소쇠퇴(高所衰退)라고 한다. 6,500 m 이상에서는 산소흡입없이 장기간 체재할 수 없다. 대부분의 히말라야 등산대가 6,500∼7,500 m에서 산소를 사용하며, 6,100 m 이상의 고소에서의 등산활동은 대략 5∼6주일 내로 한정된다. 산소흡입에는 개방식 마스크가 사용되며 휴대용 봄베에서 나오는 산소와 외기(外氣)를 혼합하여 흡입하게 되어 있다.

고지 등산에서는 산소부족과 저온이 겹쳐 손가락 ·발가락 ·안면 등의 동상이 일어나기 쉽다. 또, 호흡수 증가 등으로 체내 수분의 불감증산(不感蒸散)도 많고, 한편에서 보급난으로 수분 섭취도 감소하므로 탈수증에 걸리기 쉽다. 53년 영국의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경험한 이래 고지등산자에는 최저 1일 약 3ℓ의 수분 보급이 필요하다고 한다. 탈수 ·적혈구 증가와 사지의 외상 등이 원인이 되어 혈전성 정맥염(血栓性靜脈炎)이 일어나기 쉽다는 것도 알려져 있다.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고산의 주민이 한번 평지에 내려왔다가 다시 원래의 고지로 돌아가면 심한 폐수종(肺水腫)을 일으켜 쇼크에 빠지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 현상은 히말라야 등산에서도 경험되어 고소폐수종(高所肺水腫)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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