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

[ Oedipus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베의 왕으로 신탁에 따라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겪었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원어명 Οἰδίπους

고대 그리스 도시 테베(Thebes)의 왕 라이오스(Laius)와 왕비 이오카스테(Iocaste)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장차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범한다'는 신탁으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코린토스의 왕 폴리보스(Polybus)와 왕비 메로페(Merope)의 손에 길러졌다. 훗날 오이디푸스는 괴물 스핑크스(Sphinx)의 수수께끼를 풀어내 테베의 영웅이 되었으나 신탁이 예언한 비극적인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스스로 장님이 되는 고통을 겪었다. 호메로스(Homeros, BC 800?~BC 750), 아이스킬로스(Aeschylus, BC 525?~BC 456?), 에우리피데스(Euripides, BC 484?~BC 406?), 소포클레스(Sophocles,BC 496~BC 406), 세네카(Seneca, BC 55?~AD 39) 등 고대 그리스 로마 작가들을 통해 관련 신화가 다양하게 전해 내려오고 있다.

판본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신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왕비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서 자식이 없는 것을 고민하던 라이오스 왕은 도움을 얻고자 신전을 찾아갔다. 그러나 사제는 만일 왕비가 아들을 낳는다면 그 아이가 장차 아버지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불길한 신탁만을 전할 뿐이었다. 얼마 뒤 이오카스테는 임신을 하였고 아들을 낳았다. 걱정에 휩싸인 왕은 아들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그는 아이의 발목을 가죽 끈으로 묶어 못질을 하고는 양치기들의 우두머리를 시켜 키타이론(Cithaeron) 산에 갖다 버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마음 약한 양치기는 갓난아이를 죽이지 못하고 코린토스에서 온 다른 양치기들에게 넘겨주었다. 코린토스의 양치기들은 아이를 자신들의 왕인 폴리보스에게 데려갔고, 그는 아이를 양자로 삼기로 결심하였다. 발견 당시 아이의 발이 상처로 인해 너무나 부풀어 올라 있었기 때문에 폴리보스와 그의 아내 메로페는 아이에게 고대 그리스어로 ‘퉁퉁 부은 발’이라는 뜻의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코린토스의 왕자로 성장한 오이디푸스는 델포이 신전을 찾아갔다가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듣게 되었다. 폴리보스를 자신의 친아버지로 알고 있던 오이디푸스는 가혹한 운명을 피하고자 코린토스를 떠났다. 그러던 어느 날 테베로 가는 좁은 길목에서 그는 라이오스 일행과 마주쳤고 누가 먼저 지나갈 것인가를 두고 시비가 붙었다.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 왕의 시종 하나가 자신의 말을 죽이는 것을 보고 분노해 그들 모두를 죽이고 말았다.

진실을 모른 채 테베에 도착한 오이디푸스는 머리는 여자이고 몸은 사자이며 독수리의 날개를 가진 괴물 스핑크스와 마주쳤다. 그 괴물은 높은 바위 위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풀지 못하면 바로 잡아먹었기 때문에 당시 테베 전역은 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다행히 오이디푸스는 수수께끼를 모두 풀었고 스핑크스는 분을 참지 못하고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오이디푸스가 직접 스핑크스를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테베인들의 환호를 받으며 왕위에 오른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인 줄도 모르고 과부가 된 이오카스테 왕비를 아내로 삼아 자식들까지 낳았다. 그러자 테베에는 원인 모를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오이디푸스는 걱정스런 마음에 신전을 찾았고 라이오스 왕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혀야지만 역병이 그칠 것이라는 신탁을 전해들었다. 그는 사건을 파헤치던 중 자신이 저지른 일을 알게 되었다. 충격과 고통 속에서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두 눈을 뽑았고, 왕비도 자살했다. 이후 오이디푸스의 운명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들이 전해오고 있다. 그가 딸 안티고네(Antigone)와 함께 방랑의 길을 떠났다가 아테네 근방의 콜로노스(Colonos)에서 죽음을 맞이하여 그곳의 수호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계속해서 테베를 통치하다 다시 새 부인을 맞이했다는 설도 있다.

한편, 정신분석학자들은 이 이야기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 이론의 명칭을 따오기도 했다. 그것은 사내아이가 유아기 때 무의식적으로 이성인 어머니에게 독점욕과 일종의 성적 애착을 가지며, 반대로 동성인 아버지는 경쟁자로 인식해 질투와 반감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학설이다.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1899년 발표한 ≪꿈의 분석(Die Traumdeutung)≫에서 이 이론을 처음 소개하였는데, 그가 활동했을 당시인 19세기 말은 파리와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소포클레스의 비극작품 ≪오이디푸스 왕≫이 상연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던 때였다. 한때 프로이트의 동료였던 심리학자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은 거꾸로 여성이 아버지에게 갖는 성적인 동경과 어머니에 대한 경쟁의식을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라 명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