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페도클레스

엠페도클레스

[ Empedocles ]

요약 기원전 5세기경 활동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자 정치가, 시인, 종교 교사, 의학자이다. 세상만물이 동등한 근원물질인 4원소(물, 공기, 불, 흙)의 사랑과 다툼 속에서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원어명 Empedoklēs
출생-사망 BC 490? ~ BC 430?
국적 그리스
활동분야 철학
출생지 고대 그리스 시칠리아섬
주요저서 《정화》 《자연에 대하여》

생애

엠페도클레스는 기원전 490년경 지중해 시칠리아 남서부의 고대 도시 아크라가스(Acragas)의 한 저명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Diogenes Laertios)는 저서 《철학자들의 삶(Vitae Philosophorum)》에서 엠페토클레스의 조부를 동일 이름의 올림픽 대회 기마경주 우승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로, 아버지는 참주정치에 반대했던 메토(Meto, ?~?)로 기록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집안 배경이나 성장과정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그의 스승으로 알려진 인물들은 피타고라스(Pythagoras of Samos, BC 582?~BC 497?), 크세노파네스(Xenophanes of Colophon, BC 560/570?-BC 470/480?), 파르메니데스(Parmenides, BC 515?~BC 445?), 아낙사고라스(Anaxagoras, BC 500?~BC 428) 등이지만 이 또한 사상적 경향에 기반 한 추정일 뿐 직접적인 연관관계나 증거는 분명하지 않다.

엠페도클레스는 소크라테스 이전 시기에 활약한 대표적인 고대 그리스 철학자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철학 이외의 종교, 정치, 생물학, 의학, 시문학 분야에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다재다능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여러 개의 시 작품과 함께 비극 및 정치 논설을 썼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 그 중 일부는 오늘날까지 파편적으로 전해진다. 그는 마술이나 이와 연관된 의술, 제의 등을 행한 신비로운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계절풍으로 인한 농경지의 피해가 커지자 그는 당나귀 가죽으로 만든 자루 여러 개를 산꼭대기 주변에 둘러치라고 지시했다. 이 의식을 행한 후 계절풍이 약해지자 사람들은 엠페도클레스를 ‘바람을 막는 남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가 의술과 신비로운 힘을 이용해 호흡과 맥이 멈춘 여인의 몸을 30일간 유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엠페도클레스가 활동했던 기원전 5세기경 시칠리아를 비롯한 그리스의 식민도시들은 민주주의와 참주정치 사이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과두 정치파인 1000인회를 해산시키고 민주주의 편에 섰던 그는 결국 정치 문제에 연루되어 고향 아크라가스에서 추방당했다. 추방 이후 엠페도클레스가 예언자로서 109살까지 살았다는 일부 전기 작가들의 주장이 있으나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그는 망명자로 지내다 60세가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아크라가스 시민들에게 검소한 삶을 권하며 주어진 권력을 거절하고 민주와 공평에 관해 논하는 정치활동을 했다는 설이 있는 한편, 관심 받기를 원하며 스스로 신임을 자처한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고도 한다. 고대 문헌에 기록된 그의 마지막 순간 역시 일관되지 않다. 인간이 아닌 신으로 남기 위해 에트나 화산 분화구속으로 몸을 던져 무덤을 남기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일부 고대 시들은 그가 마차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허벅지 뼈가 부러져 앓다가 죽었으며 이후 시칠리아에 묻혔다고 적고 있다.

사상과 의의

엠페도클레스 사상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4원소의 사랑과 다툼이다. 밀레토스 학파의 철학자인 탈레스(Thales, BC 624?~BC 546?)는 세상만물의 근원을 물로, 아낙시메네스(Anaximenes, BC 585?~BC 528?)는 공기로 보았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이 가진 대립, 충돌, 조화의 성질을 이용해 이를 설명하려 했다. 이에 반해 엠페도클레스는 물, 공기, 불, 흙을 서로 동등한 위치를 갖는 세상의 근원으로 받아들였다. 그에 따르면 이 원소들은 원초적이고 궁극적인 것으로 새로 생성되거나 소멸, 변화하지 않는다.

그의 철학에서는 세상의 뿌리인 4원소가 합쳐지거나 흩어지면서 존재들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원소 자체는 그대로 있으면서 통합과 분리 즉, 사랑과 다툼(미움)을 통해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한편, 엠페도클레스는 통합과 분리, 자연발생, 진화에 기반 한 흥미로운 우주 생성론을 펼쳤다. 흩어져 있는 원소들이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들어가 천체가 만들어진다. 이후 계속되는 소용돌이로 인해 대기가 나오고 회전을 통해 흙에서 물이 분리된다. 햇빛이 땅에 비추면 생물들이 생겨나는데 처음에는 불완전하고 괴이한 모습이었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추게 된다. 또한 달빛을 간접적인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물질 이외의 정신세계나 의학에도 적용하였다. 그는 4원소가 신성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으며, 신의 곁에 있던 영혼은 부정한 짓을 저질러 지상에 떨어졌다고 믿었다. 그의 저작 《정화》는 오르페우스교 및 피타고라스의 윤회설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불멸하는 영혼이 육체에서 풀려나 저 세상으로 갈 때까지 윤회를 반복해 정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인식론에 있어서는 외적 존재는 우리 내부의 동일한 요소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의학과도 관련 있었다. 그는 생명체의 살, 뼈, 피 등의 차이를 4원소가 혼합 비율 차이로 생각했으며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로 외부를 자각한다고 보았다.

철학사에서 엠페도클레스를 분류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일부는 원자들의 혼합과 분리를 순환의 법칙에 따른 자동적인 것으로 파악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의 사상을 레우키포스(Leukippos, 기원전 5세기경?), 데모크리토스(Demokritos, BC 460?~BC 370?) 등의 고대 원자론자들과 함께 기계론으로 묶는다. 넓게는 이들 세 철학자 모두를 헤라클레이토스(Herakleitos, BC 540?~BC 480?), 아낙사고라스(Anaxagoras, BC 500?~BC 428) 등과 합쳐서 6세기 말~5세기를 대표하는 자연철학자로 볼 때도 있다. 자연 현상과 변화를 설명하는데 있어 나름의 물리적 법칙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엠페도클레스 사상을 이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영역으로 구분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오늘날 엠페도클레스는 민속적, 원시적 의식에서 출발한 4원소 사상을 분명하게 정립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또한 그의 독특한 삶과 철학, 종교관, 우주론 등은 후대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