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론

요약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2개 이상 있고, 이들 요소들은 서로 독립적이어서 다른 것으로 환원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철학상의 학설.

그리스철학 계통도

R.H.로체가 위와 같은 의미로 그의 저서 《형이상학(形而上學)》에서 처음 쓴 말이라고 한다. 유일절대(唯一絶對)의 궁극적인 것을 생각하는 일원론(一元論)에 대립되는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① 형이상학적 ·존재론적 다원론: 만물의 생성을 시원(始原)에서부터 설명한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의 자연학자들 가운데, 많은 수(數)를 원리로 한 피타고라스파(派), 화풍수토(火風水土)의 4원(元)을 근원적인 것으로 상정(想定)하고 이들 4원의 혼합분리에 의해서 만물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엠페도클레스, 만물의 근원을 4원에 한정하지 않고 세계란 본래 무수히 많은 원소(元素)로 이루어졌다고 상정한 아낙사고라스 등은 세계를 이질적인 소재(素材)의 혼합 분리에 의해서 설명하는 질적 다원론자이며, 아톰(atom)은 무수히 많지만 모든 질(質)에 있어 완전히 똑같고 단지 모양이나 크기만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은 양적 다원론이다. 근세에도 R.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 라이프니츠에 의한 무수한 모나드의 상정, 현대의 논리적 원자론 등도 다원론의 한 예이다. 복수의 절대자를 인정하는 다신교(多神敎)는 종교적인 다원론이라고 할 수 있다.

② 인식론적(認識論的) 다원론: 주관 또는 객관의 일원론이 아니라 주객(主客) 또는 중간적 존재로서의 개념 ·의미 등을 인정하는 입장은 모두 인식론상의 다원론이다. J.로크, I.칸트나 현상학(現象學) ·현대실재론(現代實在論) 등의 여러 경향을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③ 그 외에도, 예컨대 ‘선(善)’과 ‘의무(義務)’를 독립된 개념 ·원리로 생각하는 입장은 선의 목적론적 일원론이나 의무 도덕의 일원론에 대하여 윤리적 다원론이다. 또 연역 ·귀납 그 밖의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는 입장은 방법적 다원론이라 할 수 있다.

일원론과 다원론의 대립 자체가 ‘일(一)’과 ‘다(多)’의 대립이라는 전통적인 철학 문제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원론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동반하는 형이상학적 가정(假定)이 되기 쉬우므로 다원론이 보다 유력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