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경험

순수경험

[ pure experience , 純粹經驗 ]

요약 지적(知的) ·정의적(情意的) 요소가 조금도 가해지지 않은 무구(無垢)한 경험.

심리학, 특히 인식론(認識論)의 어떤 입장에서 중시되는 개념이다. 순수경험이 용어로서 정착하고 자각적으로 쓰여지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실증주의 경향의 철학에 의해서이다.

예컨대 R.아베나리우스는 순수경험을 기본개념으로 하여 인식비판을 수행한 사람이며, 또 E.마흐는 물심(物心) 형성 이전에서 물질도 정신도 아닌 감각적 요소를 지식이나 이론 해명의 근본으로 삼은 점에서 아베나리우스와 유사한 경향을 나타낸다. 순수경험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으나 마흐의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논리실증주의자의 검증이론(檢證理論)에도 위와 상통하는 사고방식이 보이며, 더욱이 20세기 초의 인식론에서 많은 사람들이 썼던 ‘감각 여건’의 개념에도 유사한 사고방식이 있다.

또한 심리학자이며 프래그머티즘 건설자의 한 사람인 W.제임스는 '근원적 경험론'을 제창하고 '순수한 의식의 흐름' '순수경험'을 중심개념으로 삼았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W.M.분트 이래의 요소심리학(要素心理學)에 대한 연속적 ·기능적인 심리학관(心理學觀)에서, 다른 한편에서는 종교적 체험 등의 해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특정한 도덕적 ·종교적 체험은 별도로 하고, 인식론의 개념으로서라면, 아무런 인위적 가공이나 구성이 없는 순수경험이란 추상(抽象)의 소산이며, 인식을 구성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요청되는 의사개념(擬似槪念)이다. 순수경험을 기초로 하여 반형이상학(反形而上學)과 실증주의, 그리고 경험론을 주장하는 입장이 어떤 형태로 도리어 형이상학적으로 된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