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요약 일제강점기 총독부와 결합하여 전국적 유통체계의 구축을 도모하고 조선비행기주식회사를 설립하였다. 광복 후 친일행위로 구속되기도 하였으나 이후 신신백화점, 화신백화점을 열었다. 일본의 소니사와 합작한 화신산업(지금의 아남정밀산업)이 부도를 내면서 경제활동은 끝났다.

1903년 8월 평안남도 용강에서 태어났다. 용강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진남포(현 남포직할시)에 있는 진남포상공학교를 다니다 쌀장사를 시작했으며 일찍부터 상업분야에 재능을 보였다. 19세 때에는 인쇄소를 설립하였고 1924년에는 선광인쇄주식회사로 확장하여 사장이 되었다. 1926년 경성으로 이주하여 선일지물주식회사(鮮一紙物株式會社)를 설립하여 일본에서 수입한 종이를 동아, 조선 등 신문사에 판매하면서 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계기로 1930년 경성상공협회 이사가 되었으며 자본을 축적하여 1930년대 중반 화신(和信)의 총수로 성장하였다. 1934년 조선물산장려회 이사가 되었고 부동산과 금융업을 하는 대동흥업(大同興業)을 설립하였다. 

당시에는 면직물 수입이 급증하고 고무신 등의 소비재가 대량 생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과 수요는 여전히 전통적인 장시(場市)나 지방상점에 의존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1934년 화신연쇄점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전국적 약 1000여개의 지점을 모집하여 유통체계의 구축, 화신연쇄점주식회사를 설립하였다. 이후 화신무역주식회사, 대동직물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일본 기업과 합작으로 사세가 점점 확대되었다. 이 시기의 상업분야의 대부분이 일본의 자본과 조직이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예외적으로 참여하였던 것이 화신이다. 이러한 성공의 근본 원인은 총독부 지배권력과의 결합에 의한 매판성에 있었다. 1941년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를 합병하여 화신산업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사장이 되었고 다른 주식회사 여러곳의 이사로 참여했으며 당시 제계 일인자로 인식되었다.

그는 총독부 정책 및 경제여건에 재빠르게 적응하는가 하면, 총독부 관료 및 일본인 기업인들과의 유대관계 형성에 노력하였다. 1937년 베이징에서 루거우차오 사건(노구교 사건)이 일어나 중일전쟁으로 확산되자 전쟁에 협력하기 위해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등 친일단체에서 활동했다. 1942년에는 일왕(日王)을 만나 ‘대동아전쟁 완수에 전력을 바칠 것’을 맹세하였다. 이러한 활동을 발판으로 일제로부터 대폭적인 금융지원을 받는가 하면, 태평양전쟁 이후에도 전혀 간섭이나 통제를 받지 않았다. 1944년에는 조선총독부의 지원을 받아 조선비행기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였고 일본 정부로 부터 군수회사로 지정받았다. 또한 항공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자신이 설립한 광신상업학교를 조선비행기공업학교로 개편하였다. 그는 여러 신문에 일본의 침략전쟁을 찬양하고 조선의 청년들이 지원병으로 참전하기를 독려했으며 일본 정부로 부터는 표창과 공로상을 받았다.

해방 후 조선비행기공업주식회사를 매각한 대금을 횡령한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무죄로 석방되었고 흥한재단(興韓財團)을 설립하여 이사로 취임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1949년 반민특위에 의해‘비행기 ·병기 ·탄약 등 군수공장을 경영한’ 죄로 최초의 구속자가 되었다. 그해 병보석으로 풀렸났다가 2년이 구형되었지만 9월에 무죄로 석방되었다. 1955년에는 신신백화점, 1956년에는 화신백화점을 다시 열었으며, 1957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원자력발전소 건립계획안을 제출할 정도로 의욕적인 활동을 벌였으나, 무산되었다. 

1961년 박정희에 의해 5·16군사정변이 일어나고 부정축재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두 달 후 석방되었다. 이후 송도해수욕장 개발권과 화학섬유공장 설립권을 얻었고 1964년에는 학교법인 광신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막대한 외자를 투입한 흥한화섬(원진레이온)이 1969년 한국산업은행 소유로 넘어가면서 몰락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1972년 설립, 1973년 일본의 소니사와 합작한 화신산업(지금의 아남정밀산업)이 부도를 내면서 경제활동은 끝났다. 화신그룹의 총수로서 상업자본가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1994년 5월 10일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