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철학

르네상스철학

요약 14~16세기의 르네상스기(期)에 이탈리아의 휴머니즘 운동에서 시작되어, 교회의 지배를 떠난 새로운 인간관 ·자연관을 낳고 유럽의 근대사상을 마련한 일련의 철학.

중세에서 근세에의 전환기에 해당되는 르네상스기에 유럽은 새로운 시대정신의 진통을 겪었다.

그 선구가 된 것이 이탈리아의 휴머니즘 운동이다. 이 정신운동은 F.페트라르카, G.보카치오를 선구적 지도자로 하여, 신을 중심으로 한 인생관에 대치될 세속적 인간의 이상상(理想像)을 추구하여 가톨릭적 유럽의 테두리를 부수고 고대의 이교세계(異敎世界)에 그 전범(典範)을 구하였다. 사르타티와 L.브루니의 활약에 의해서 15세기 초의 피렌체는 진정한 뜻에서 이 운동의 요람이 되었다. 그들은 모두 피렌체 시청의 제1서기로서 고대 로마의 이상을 재현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한편 페트라르카에 의해 고무되어 그들에게 이어진 고전에 대한 관심은 때마침 개최된 동서 종교합동회의와 동(東)로마제국의 멸망에 따라 빈번하여진 비잔틴 학자들의 이탈리아 이주를 계기로 광범한 그리스 지식욕을 불러일으켜 얼마 후 플라톤 아카데미아의 창설을 보았다. 소위 피렌체-플라토니즘의 이름으로 알려진 그들의 입장은 플라톤이나 플로티노스 등의 고전사상을 부활 ·섭취함으로써 중세 그리스도교 전통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인간 중심성의 철학이다. 피치노,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그 대표자로 그들이 주장하는 ‘경건(敬虔)의 철학’이나 ‘인간의 존엄성’ 사상은 열성적인 공명자나 추종자들을 찾아냈다. 그 결과 피렌체는 문자 그대로 ‘꽃의 도시’로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 유럽이 문화의 중심으로 동경하게 되었다. 그 철학적 독자성은 자칫하면 고전부흥의 눈부신 현상으로 가리워지기 쉬우나, 현대정신의 전환점에 서서 그 후의 유럽 발전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15세기 후반의 피렌체를 정점으로 하여 르네상스는 급격한 쇠퇴현상을 나타내었다. 사보나롤라의 혁명에 이은 외국군대의 침입에 의한 외국세력의 압도적 제압하에서 이탈리아 문화는 중핵상실(中核喪失), 사상적 다원화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경향 속에서 리얼리즘의 우성(優性)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N.마키아벨리나 아레티노는 이상주의적 휴머니즘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해서 근대 합리주의적 리얼리즘에의 길을 열었다. 한편, 전체 유럽을 포함하는 종교개혁의 폭풍을 배경으로 해서 이탈리아는 휴머니즘적 복음주의의 관용에서 반(反)종교개혁의 대립과 통일에의 길을 걸었다. 이 기간, 즉 르네상스의 말기 단계에 해당되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특히 현저한 철학적 현상은 자연철학의 융성이었다. 이 현상은 크게 나누면 과학적 자연관으로 발전하는 방향과 마술적(魔術的) 자연관을 기조로 하는 자연관의 조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북(北)이탈리아의 파도바를 중심으로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아베로에스주의(主義)의 발전이고, 후자는 남(南)이탈리아의 자연철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범신론적 자연사상이다.

근대과학적 자연관: 이른바 파도바 학파의 계보는 중세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파도바대학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중세대학의 하나로 의학부를 중심으로 한 데서 정통(正統) 아리스토텔레스주의에 비하여 이단적인 아베로에스주의의 자연체계를 계승하고 있었다. 이 학풍은 16세기에 이르러 아킬리니나 폼포치지를 거쳐 획기적 혁신을 나타내었다. 즉, 그리스어(語) 원전에 의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직접적 이해를 중요시한 것이다. 그들은 문헌실증(文獻實證)의 정신을 가지고 철저한 경험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자연연구에 임하였으며, 여기에서 인간영혼의 불사성(不死性)과 구제를 부정하는 대담한 인간관을 주장하였다. 경험적 합리주의의 입장은 교회로부터 이단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지식의 면에서 전통적인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철저하게 파괴하고 자바렐라의 논리적 손질을 거쳐 G.갈릴레이의 근대과학이 되어 그 열매를 맺었다.

② 마술적 자연관: 마찬가지로 자연탐구를 중요시하면서도 자연현상의 메카닉한 구조보다도 자연의 근원적 생산력의 비밀을 파악하는 일에 중점을 둔 사람들이 있다. 카르다노, 텔레시오, 캄파넬라 등의 자연철학자들이다. 그들은 마술 ·연금술적 사상의 흐름을 따서 범신론에 접근하여 직관에 의한 자연의 총체적인 파악을 구사하였다. 이들 사상은 르네상스의 인간과 자연의 고양(高揚)을 뒤에서 지지하면서 특유한 시대조류를 조성하였다. 그러나 반(反)종교개혁이 우세해지자 이탈리아의 사상적 자유는 억제되고 사상가들의 탄압이 되풀이되어 오히려 이들 여러 사상은 알프스 너머 프랑스나 영국, 독일에서 그 후계자가 나타나 유럽 근대사상 속에 그 성과가 결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