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랙방정식

디랙방정식

[ Dirac equation ]

요약 전자에 대한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은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첫 번째는 시간에 대한 1계 미분방정식이어야 하고, 두 번째는 상대론의 원리를 충족하여야 하고, 세 번째는 에너지, 운동량, 정지질량에 관한 아인슈타인의 관계식을 만족하여야 한다. 이 방정식을 따르면 음의 에너지를 갖는 전자를 예측할 수 있는데 후에 양전자가 발견되어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1928년 P.A.M.디랙에 의해 전자를 기술하는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으로서 단일 입자에 대한 E.슈뢰딩거의 비상대론적 파동방정식을 상대론적으로 불변인 형식으로 확장함으로써 구해졌다. 그 당시에는 원자스펙트럼의 2중항이나 제이만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W.파울리가 1/2이라는 양자수(量子數)를 도입하였고, 이에 대한 실체적 모형으로서 윌렌베크, 골트슈미트가 전자의 스핀운동을 가정하였다. 디랙의 이론이 나오면서 이는 전자가 내부자유도에 의해 크기 (1/2)(h/2π)(h는 플랑크상수)의 고유각운동량을 가지며, 전자기장과의 상호작용에서 이 고유각운동량(스핀)에 따르는 크기 (h/2π)(e/2mc)(e는 전자의 전하량, m은 전자의 질량, c는 광속도)의 자기모멘트를 나타내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설명되었다.

또 수소원자 내의 전자에 적용함으로써 유도되는 수소원자의 에너지준위는 슈뢰딩거방정식으로 유도되는 준위의 상대론적 보정(補正)으로서 A.W.조머펠트가 유도한 결과를 개량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전자가 (1/2)(h/2π)의 스핀각운동량을 가진다는 것은 전자가 어떤 방향의 스핀성분 +(1/2)(h/2π)와 -(1/2)(h/2π)의 두 상태를 취한다는 것을 뜻하며, 이들 상태를 각각 스핀양자수가 +1/2 또는 -1/2의 상태라고 한다. 디랙방정식은 공간 및 시간좌표에 대하여 1계의 편미분방정식 4개를 연립한 형태가 되고, 이에 대응하여 전자의 상태를 기술하는 파동함수는 4개의 성분을 가진다. 이 4개의 성분은 전자가 스핀양자수 ±1/2의 상태 외에 에너지가 양 및 음의 상태를 취할 수 있다는 것에 대응한다.

운동량 p, 정지질량 m의 자유입자에 대한 에너지 E를 상대론적으로 나타내는 식은 E2=p2c2+m2c4 이다. 이 식으로부터 에너지는 E=±√(p2c2+m2c4) 이 된다. 즉, 1개의 입자는 상대론적으로 ±mc2을 시발점으로 하여 각각 ±∞에 걸치는 양 및 음의 에너지 스펙트럼을 가지게 된다. 다만, 이 2개의 스펙트럼 사이에는 2mc2, 즉 1MeV의 간극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불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고전론적 입자의 경우에는 하나의 양에너지 상태에서 시작되는 운동에 대해 음에너지 상태의 존재는 무시할 수 있었다. 또 양자론적 입자의 운동이라도 이때 주고받는 에너지가 1MeV에 비해 작은 비상대론적 운동에서는 양에너지 상태에 있는 전자의 운동에 대해 음에너지 상태를 무시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론적 입자로서의 전자의 상대론적 운동에 대해서는 음에너지준위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상대론적 파동방정식으로서 디랙방정식을 만족시키는 자유입자의 파동함수는 양 및 음의 에너지 상태와 스핀양자수 ±1/2에 대응하는 2개의 스핀 상태로부터의 4개의 조합에 대응하는 4개의 성분을 가지게 된다. 디랙방정식을 만족시키는 네 성분의 파동함수를 디랙의 스피너(spinor)라 한다.

그러나 상대론적 양자역학에서 허용되는 음에너지 상태의 전자는 여러 가지 역설적인 행동을 할 뿐만 아니라, 이런 종류의 준위의 존재 자체가 이론에 중대한 어려움을 야기시킨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예를 들면 진공 속에 1개의 양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있는 상태를 그 입자가 차지하는 1개의 양에너지 준위를 제외하고 다른 양 및 음의 에너지준위가 모두 비어 있는 상태라고 하면, 그 전자는 무한히 낮은 음에너지 상태로 양자전이(量子轉移)를 하여 소멸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은 얼핏 보아 에너지보존법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물질 일반의 안정성에 위배된다. 이런 뜻에서는 디랙방정식을 기초로 하는 이론에서도 어떤 방법으로든 음에너지 상태가 현실적으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디랙은 당시 원소의 주기율을 설명하기 위해 파울리에 의해 도입되었던 배타원리(排他原理)에서 이를 해결할 방법을 구하였다.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의하면, 어떤 주어진 양자 상태를 차지할 수 있는 전자는 단 1개이며, 2개 이상의 전자가 동일한 상태를 차지하는 것은 금지된다. 따라서 진공상태를 양에너지준위는 모두 비어 있으나 음에너지준위는 모두 전자에 의하여 점유되어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물리적으로 관측되는 양은 이렇게 정의된 진공(디랙의 진공)으로부터의 어긋남으로 계산되어야 한다고 가정했다. 이 해석에 의하면 이미 점유되어 있는 음에너지 상태로의 전이는 자동적으로 금지되어 전자의 안정성은 확보된다. 또 음에너지 상태를 차지하는 무한개의 전자는 그 자체가 관측되는 물리적 효과를 나타내지 않으나, 어떤 음에너지 상태를 차지하는 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말하자면 음에너지 스펙트럼에 하나의 구멍이 생긴 상태는 디랙의 진공을 기준으로 하면 양에너지 상태에 있는 하나의 양전하 입자를 뜻하는 것이 된다. 디랙방정식에 이와 같은 해석을 보충한 이론을 구멍이론(hole theory)이라 한다. 디랙의 구멍이론은 상대론적 전자이론이면서 양하전입자의 이론이 될 것이라 기대되었고, 1932년 C.앤더슨에 의해 양전자가 발견되어 전자-양전자 쌍생성현상이 확인됨으로써 양전자이론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2mc2 이상의 에너지를 가진 광자(光子)에 의해 음에너지준위의 한 전자가 양에너지준위로 전이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양에너지의 1개의 전자와 음에너지의 1개의 구멍, 즉 1개의 양전자쌍이 생성된다. 음에너지 상태인 전자가 나타내는 역설적인 행동도 구멍이론적 해석에 의하여 양전자이론으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결국 디랙방정식은 전자와 그 구멍으로서의 반입자(양전자)를 기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디랙방정식은 원래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과 마찬가지로 단일 입자를 대상으로 기술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다. 구멍이론적 해석에 의하면 음에너지 상태인 무한개의 전자의 존재를 가정해야 하는 것은, 이 해석이 어떤 의미에서는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며 대상이 본질적으로는 다수개의 입자를 포함하는 다체문제(多體問題)임을 시사하였다. 또한 구멍이론에 의한 전자쌍의 생성·소멸 과정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상대론적 양자역학의 대상이 입자의 생성·소멸을 수반하는 과정이며, 이러한 종류의 과정을 다루는 형식은 입자의 개수 변화를 허용하는 다체문제의 형식을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임을 시사하였다. 이러한 종류의 이론형식으로의 광자의 방출·흡수를 수반하는 과정으로서의 양자장론(量子場論; quantum field theory)이 전개되었다. 형식적으로 이것은 광자의 파동함수, 즉 맥스웰방정식의 해(解)인 전자기장을 양자역학적 연산자(演算子; operator)로 간주하여 양자화하는 절차에 해당하므로 재차양자화(second quantization)방법이라 한다.

디랙방정식의 재차양자화와 원래 상대론적인 파동방정식인 맥스웰방정식의 재차양자화를 조합함으로써 일단 합리적인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의 기초가 W.K.하이젠베르크와 파울리에 의해 1929년 세워졌다. 여기에 구멍이론적 뺄셈 방식을 자동적으로 도입하는 방법을 첨가함으로써 디랙의 이론과 같은 결과가 이런 종류의 이론에 의해 유도될 수 있음이 제시됨과 동시에 각종 고에너지 전자기 과정을 기술하는 데 유효했다. 또 이런 종류의 상대론적인 장(場)의 양자론(量子論)의 일반형식을 사용하여, 디랙방정식에 의하여 기술되는 스핀 1/2인 입자가 자동적으로 페르미-디랙통계에 따른다는 것이, 스핀과 통계 사이의 일반적인 관계의 특별한 경우로서 파울리에 의해 유도되었다. 다만 이런 종류의 양자전자기역학에는 가상적인 광자나 전자쌍의 방출·재흡수에 의해 전자의 질량·하전이 무한대로 된다든가, 무한개인 전자의 외부전자기장에의 효과로서 진공의 편극률(偏極率)이 무한대로 된다는 논리적 모순이 내포되어 있었다. 1940년대 후반에 이르러 도모나가 신이치로(朝永振一郞)의 초다시간이론(超多時間理論)이나, J.슈윙거, R.파인만이 전개한 이론 형식을 이용함으로써 양자전자기역학에서 나타나는 각종 무한대를 무한대인 채로 현실적 질량이나 하전의 일부에 재규격화(再規格化, renormalization)시킴으로써 재규격화이론(再規格化理論)이 고안되었다. 디랙방정식을 기초로 하고 재규격화이론을 가미한 양자전자기역학은 도모나가-슈윙거의 재규격화이론이라고 한다.

1947년 W.램에 의해 수소원자의 2S1/2 준위가 디랙의 전자론에 의한 예상보다 약간 어긋나 있음이 확인되었다. 재규격화이론은 이 램이동의 실험결과를 전자에 대한 복사장의 반작용 효과로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이 이론의 성과임과 동시에 실험적 근거가 되었다. 또한 1948년 P.쿠시에 의해 전자의 자기모멘트가 디랙방정식에 의한 값(1보어마그네톤)에서 0.1% 어긋나 있음이 확인되었는데, 이 전자의 이상(異常)자기모멘트도 복사장의 반작용으로서 재규격화이론에 의해 설명되었다. 이것도 재규격화이론은 물론 나아가서는 디랙방정식의 타당성을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전자 뿐만 아니라 스핀 1/2 소립자는 디랙방정식에 의해 기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μ중간자는 전자와 같은 경입자족(lepton group)에 속하며 질량이 전자의약 207배인 스핀 1/2 입자인데, 그 자기모멘트의 값이 이상자기모멘트를 포함하여 디랙방정식으로부터 정확하게 구해진다. 중성미자(中性微子)는 질량이 0인 디랙입자라고 하는데, 정지질량이 0인 경우의 디랙방정식은 이론적으로는 2성분방정식, 즉 바일(Veyl)방정식으로 간략화 된다. 약한 상호작용에서의 패리티(parity) 파괴가 확인된 것과 관련하여, 중성미자는 이런 종류의 2성분 디랙방정식에 의해 올바르게 기술된다.

양성자는 강입자(强粒子; hadron)에 속하는 스핀 1/2 입자인데, 양성자-반양성자 쌍생성을 확인함으로써 기본적으로는 디랙방정식에 따르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중간자 등과의 강한 상호작용에 관여하기 때문에 디랙방정식에 입각한 계산은 경입자족 입자의 경우와 같이 상세한 성질은 확인되지 못했다. 핵자(核子) 이외의 중입자(重粒子)에 대해서도 디랙방정식은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