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도피

[ escape , 逃避 ]

요약 고통스러운 상황에 부딪쳤을 때, 이를 피하려 하거나 적응하기 힘든 상황을 피하여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심리적 반응.

도피의 유형으로는 개인적 도피, 집단에의 도피, 문화에의 도피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개인적 도피는 개인이 어떤 대인관계에서 적응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여 이 상황에서 벗어나 고립하려고 하는 태도를 말한다. 개인적 도피의 중요한 형태로는 대인관계에서 자기를 분리시키려고 하는 고립적 경향이나 대인관계 맺기를 피하려고 하는 인간혐오의 경향을 비롯하여 공상에의 도피와 퇴행현상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적 도피가 병적일 정도로 심해지면 대인공포증이라는 강박증이나 조현증(정신분열증)에서 볼 수 있는 자폐증(自閉症) 등의 증후로 나타난다.

집단에의 도피는 개인이 자신의 신념과 책임 아래 행동하기를 불안해하거나 자신감을 잃고 집단이 강요하는 규범을 저항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집단행동이나 지도자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동조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에 적응해 나갈 방향을 상실하고 불안감과 무력감에 사로잡히게 된 대중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가족과 국가는 이와 같은 대중에게 중요한 도피장소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파시즘이라는 정치체제는 이러한 집단에의 도피라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이루는 사회심리를 가장 유효하게 조직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E.프롬은 그의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1941)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날카로운 분석을 하였다.

문화에의 도피란, 개인이 그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취미에 몰두하거나 대중오락을 추구하는 등의 경향을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의 대부분이 이와 같은 도피적 경향을 만족시키는 소비문화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그것은 동시에 대중이 품고 있는 욕구불만이 체제 존속상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공격적 행동으로 전화(轉化)하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판으로서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