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신화

난생신화

[ 卵生神話 ]

요약 우주 창조 신화에서 우주의 시초를 알이라고 한다든가 또는 알에서 사람이 태어났다고 하는 각종 신화.

신화학(神話學) 용어로서, 우주 및 최초의 생명의 직접적인 모체를 알에서 찾는 신화적 사고(思考)는 꽤 많은 민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의 오르페우스교(敎)에서 말하는 바에 의하면, 처음에 크로노스(때)가 있었고, 이어 아이테르(광명의 하늘)와 카오스(공간)가 생겼으며, 크로노스와 아이테르, 또는 아이테르와 카오스가 결합하여 커다란 은회색(銀灰色)의 신란(神卵)이 생겨났는데, 여기에서 남녀 양성을 갖춘 광명신(光明神) 파네스가 나왔다. 따라서, 이 신이 오르페우스교에서의 최초의 신이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새》에서도 옛날 ‘밤’이 1개의 무정란(無精卵)을 낳아 암흑계의 밑바닥에 떨어뜨려 여기에서 황금의 날개를 가진 에로스가 태어나 모든 것을 뒤섞어 우주와 신들을 만든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당시의 민간신앙에서 유래한 것이겠지만, 또한 페니키아의 신화가 그 배후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1세기경의 사람으로 믿어지는 필로비블로스가 그리스어로 번역했다고 하는 페니키아 천지창조 신화에서는 대기(大氣)와 공간에서 ‘바람’과 ‘욕망’의 신이 생겨나 이 신들이 알 모양을 한 모트(그는 한편, 죽음의 신이기도 하였다)를 낳고, 이 알이 깨어지면서 태양과 달 등 모든 천체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숫양의 머리를 가진 이집트의 도공신(陶工神) 크눔은 나일강에 ‘세계’를 낳는 알을 만들어 녹로(轆轤)로 인간을 세공하였다. 또 상부 이집트와 예멘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가다르라는 마신(魔神)들(Jinn:이슬람 이전의 신들일 것이다)도 알에서 태어났다고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데, 이것도 창조신화의 하나이다. 인도의 베다 신화에 있어 최고신(最高神)의 하나인 브라만도 물에 떠 있는 황금의 알 나라야나에서 태어났다. 핀란드의 전설 《카레발라》에도 바다에 떠다니는 여신 일마타르의 무릎에 떨어진 오리알에서 세계가 생겨났다고 하고, 멀리 폴리네시아 사람들도 천신(天神)이며 창조신인 탄갈로아는 알에서 태어났는데, 알의 껍데기는 하늘과 땅이 되고, 껍데기의 부스러기는 섬이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편 사람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화로서 어떤 민족의 시조 또는 왕후(王侯)나 수장(首長)의 시조에 관한 출생설화도 많이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삼국유사(三國遺事)》를 보면,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출생설화로서, 양산(楊山) 기슭 나정(蘿井) 부근에 여섯 마을의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번갯불 같은 것이 땅에 떨어져 그 자리를 찾아가 보았더니 보랏빛의 큰 알이 있었고, 거기서 박혁거세가 태어났다. 같은 책의 《가락국기(駕洛國記)》에 나오는 가락국의 시조 수로왕(首露王)의 설화에서도 가라(加羅)의 여러 마을 수장(首長)들이 구지봉(龜旨峰)에 모여 영신제(迎神祭)를 지내고 있을 때 보랏빛의 줄에 매달린 황금의 상자가 내려왔는데, 그 속에는 황금의 알이 6 개가 들어 있어, 그 알에서 수로왕을 비롯한 6명의 시조가 태어났다. 또한 신라의 석씨(昔氏) 시조 탈해왕(脫解王)이나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東明王) 주몽(朱蒙) 등의 출생설화에 있어서도, 한 여자가 커다란 알을 낳아 그 알에서 영걸한 왕이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다. 난생신화는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에 걸쳐 널리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