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명령

긴급명령

[ 緊急命令 ]

요약 국가비상사태에 처하여 국가원수가 긴급한 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발하는 명령.

국가긴급권(國家緊急權)에 근거하여 발하는 명령인데, 평상시의 헌법상의 기본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에 의하지 않고 명령으로서 제한할 수 있는 법률적 효력을 가지는 명령이다.

국가긴급권에 관하여는 헌법에 규정을 둔 나라도 있고, 안 둔 나라도 있다. 안 둔 나라 가운데는 독일 ·일본과 같이 과거 독재정권의 쓰라린 경험 때문에 이를 규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국가비상사태에 처하여 국가원수가 이를 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어서 헌법에 규정이 없더라도 어떠한 긴급조치를 취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사후책임면제법 제도라든지 마셜법(Marshall law)의 제도 등을 두어 이에 대처하고 있으나, 그러한 제도가 없는 나라에서는 미리 국가긴급권을 헌법에 명문으로 인정하고, 그 발동요건 ·절차 ·내용 ·효력 및 통제 등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는 것이 오히려 위헌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책이 된다.

한국 역시 그러한 예에 속하며, 제1∼3공화국시대에는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법률적 효력을 가지는 긴급명령제도를 두고 있다가, 제4공화국 헌법(유신헌법)에 이르러서는 헌법적 효력을 가지는 강력한 긴급조치 제도를 두었고, 제5공화국 헌법에서는 약간 완화하였으나 역시 헌법적 효력을 가지는 비상조치제도를 두었다.

그러나 현행헌법은 제5공화국 전으로 돌아가 법률적 효력을 가지는 긴급명령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긴급명령제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 ·2공화국 헌법 제57조의 긴급명령 규정은 “내우 ·외환 ·천재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제(際)하여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대통령은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진 명령을 발하거나 또는 재정상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전항의 명령 또는 처분은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승인을 얻어야 한다. 만일 국회의 승인을 얻지 못한 때에는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하여, 대통령은 지체없이 차(此)를 공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제3공화국 헌법 제73조 긴급명령 규정은, ① 내우 ·외환 ·천재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대통령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 ·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② 국가의 안위(安危)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대통령은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명령 또는 처분은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한다.

④ 전항의 승인을 얻지 못한 때에는 그 명령 또는 처분은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그 명령에 의하여 개정 또는 폐지되었던 법률은 그 명령이 승인을 얻지 못한 때부터 당연히 효력을 회복한다.

⑤ 대통령은 제3항과 제4항의 사유를 지체없이 공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현행(1987년) 헌법 제76조 긴급명령 규정은 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의 요건에 ‘국가의 안전보장’을 추가한 것 외에는 제3공화국 헌법상의 긴급명령 규정과 똑같다. 한국의 긴급명령제도는 첫째 사후대책적 조치에 한정한 점, 둘째 법률적 효력을 가진 점, 셋째 국회의 통제를 받게 한 점 등이 공통인데, 이는 외국의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긴급명령제도의 통상(通常)입법례에 따른 것이다. 제4공화국 헌법상의 긴급조치와 제5공화국 헌법상의 비상조치는 통상의 긴급명령제도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