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국제정치

[ international politics , 國際政治 ]

요약 개별 주권국가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겨나는 정치현상.

국가들간의 정치적 관계가 군사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관계를 조절하고 통제한다는 점에서 국제정치의 중요성이 있다. 전통적 시각에서 국제정치의 행위자는 개별 주권국가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국제연합과 같은 초국가적 기구의 탄생과 유럽공동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의 출현으로 주권국가만이 유일한 행위자라는 전통적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한편 미시분석을 강조하는 현대정치이론은 궁극적으로 개인들간의 상호관계를 통해 국제질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국제정치의 행위자는 개인 ·국가 ·초국가적 국제기구라고 할 수 있다.

국제정치를 보는 시각에는 정치현실주의와 정치이상주의가 있다. 정치현실주의는 힘(power)을 정치의 본질이자 기본적인 분석단위로 본다. H.J.모겐소는 다른 모든 정치와 마찬가지로 국제정치도 힘을 위한 투쟁이며, “국제정치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든 힘을 위한 투쟁은 항상 제1차적인 목표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일반적으로 인간이나 국가는 힘을 추구하며, 이러한 집단간 또는 국가간의 힘의 추구가 자연적으로 국제사회를 ‘힘의 균형상태’에 이르게 한다고 보았다. 반면 정치이상주의는 도덕 ·윤리 ·법 등의 규범적 측면을 강조한다. W.윌슨 등의 이상주의자들에 따르면 정치현실주의가 표방하는 힘의 세계는 끊임없는 투쟁과 갈등을 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평화를 지향하는 보다 높은 차원의 국제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정에 호소하는 도덕과 법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결국 현실주의는 냉엄한 국제정치현실을 분석하는 시각으로서, 이상주의는 보다 바람직한 국제공동체 건설을 지향하는 이론으로서 타당성을 지닌다. E.H.카가 말한 바와 같이 정치란 현실과 이상 모두로 이루어지며, 국제정치도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종합을 통해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국제정치의 목표는 국가간 갈등과 분쟁이 전쟁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된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힘의 균형체제, 힘의 우위체제, 주권국가들의 통합 등의 방법이 모색된다. 힘의 균형체제는 2개 이상의 강대국들에게 힘을 분산시켜 상호견제시킴으로써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려는 체제이다. F.하트만은 16세기 이후 근대 유럽에 존재했던 힘의 균형체제를 균형자형, 비스마르크형, 뮈니히시대형, 빌헬름형의 4가지로 분류하였다. 힘의 균형은 근대 유럽의 평화유지에 이바지하였으나,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함으로써 붕괴되었다. 1920년 국제연맹(LN:League of Nations)의 창설로 새로운 국제질서인 힘의 우위체제가 성립되었다. 힘의 우위체제는 다수의 국가들이 연합하여 압도적으로 우세한 힘을 보유함으로써 잠재적 침략세력의 도발을 억제하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국제연맹은 침략자를 응징할 수 있는 강제력이 없었고 미국의 불참으로 인해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방지하지 못하였다. 1945년 미국 ·영국 ·소련 ·중국 등 연합국들이 중심이 되어 힘의 우위에 기반을 둔 국제연합(UN:United Nations)을 결성하였다. 회원국은 출범 당시 50개국을 포함하여 1991년 9월에 165개국을 넘어섰다. 국제연합은 세계적 규모의 전쟁을 방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지전에도 개입하여 국제평화유지에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1960년대 이후 대거 진출한 제3세계국가들의 발언권을 높이는 국제무대가 되었다.

그러나 힘의 균형이나 힘의 우위는 모두 힘에 기반한 국제체계로서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영구적인 평화유지체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주권국가들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통합이란 개별 국가들이 주권이나 독립적 결정권의 포기를 전제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통합이론에는 법적 ·제도적 접근방법을 취하는 연방주의(聯邦主義), 경제 ·사회 ·문화 등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를 강조하는 기능주의(機能主義), 기능주의적 입장에서 연방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신기능주의, 정보통신과 교통에 의한 공통문화의 형성을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이론 등이 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독일통일의 과정에서 기능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교류가 큰 역할을 하였다.

오늘날 국제정치는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이데올로기 대립의 시대가 마감되고 국가이익을 최우선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통합 ·세계통합 등을 통해 다가오는 21세기에 보다 나은 평화공동체를 건설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