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류학

경제인류학

[ economic anthropology , 經濟人類學 ]

요약 여러 유형의 사회에서 자원 분배를 비롯한 그 운용체계와 사회구조나 가치 사이의 여러 관계를 비교 연구하는 학문.

사회인류학(社會人類學)의 한 분야로서, 기본적인 분석은 대개 경제학의 여러 원리에 연유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이 주로 회사 ·은행 ·임금노동 등의 제도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데 대해서, 인류학자의 최초 연구대상이던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의 경제조직은 대부분이 이러한 제도가 없었거나, 있더라도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기 때문에, 경제조직을 설명함에 있어서 경제학자의 도움 없이 독자적인 방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이 학문을 ‘미개경제학(未開經濟學)’이라 하였던 까닭도, 실은 그 연구가 미개사회의 경제제도 중에서 고립되고 특이한 측면을 강조한 데서 기인한다.

그러나 세계 각처의 미개사회가 문명과 접촉하게 되면서 경제생활도 서구적 형태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와 같은 사회와 더불어 라틴아메리카 ·동양에서 볼 수 있는 비교적 복잡한 제도를 가진 농민사회까지도 연구대상으로 삼아온 데서부터 오늘날 경제인류학이 발전한 것이다.

경제인류학 최초의 과제는 미개사회의 경제에 관한 자료 ·문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미개사회의 주민으로 하여금 사회생활을 이해시키는 가운데서 실마리를 잡으려는 것이었다. 19세기에 K.뷔허와 인류학자 H.쉬르츠는 미개사회의 노동 ·교환 ·부의 형태가 현대의 서구사회의 그것과 기능면에서 어떤 관계가 있는가의 문제를 제기하였고, 1915년 W.코퍼스는 이러한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견해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는 단편적이고 간접적인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경제문제와 기술문제의 혼동 및 당시 유행하던 진화론적 견해의 무리한 인용이 많았다.

다음 과제는 미개한 민족의 경제적인 여러 제도를 현지에서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었다. 즉, 신앙 ·습속(習俗)이 가지는 경제적인 영향, 미개사회에서 교환 ·신용이 가지는 사회경제적 의의, 부(富)의 유통과 그 관리제도, 사회적 신분과의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 상관관계 등을 연구과제로 삼은 것이다. 이후 연구과제는 특정 사회의 경제조직을 기술하거나 또는 특정 제도를 비교분석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미개사회와 농민사회의 경제체계에서 생산성을 촉진시키거나 억제하는 주된 요인이 거의 명확하게 드러났다. 생산의욕의 자극 ·협동작업 ·생산물 분배에 관한 연구 등에 의해서, 예를 들면 개인적 야심 ·근면성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 친족과의 유대에 부수하는 경제 분담, 제의(祭儀)의 승인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개인과 사회 간의 미묘한 상호작용이 명확해졌다.

먼저 토지는 보통의 매매로 양도가 불가능하여 특별한 경제 범주에 속하는 것이 되었고, 자산은 일정한 원칙에 의해서 신중하게 관리되었으며, 지출은 사회적 신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경제인류학은 교환과정을 고찰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대개의 경우 교환과정은 대단히 복잡하여, 경제적 ·사회적 교환절차와 가치와의 사이에 얽힌 상호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인류학은 대개 질적 분석방법을 취하지만, 오늘날에는 양적 분석방법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양적 자료가 필요한 이유는 단지 주어진 이론의 구체적인 예시 이외에, 경제조직의 규모와 관계되는 여러 요인이 변화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점에 있다. 말하자면 어떤 확정된 생산성의 수준이 있어서, 거기에서 설비유지비, 일정한 가계비, 사회수요 등을 공제함으로써 자본축적의 한계를 상당히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날의 경제인류학은 ‘미개사회’가 아닌 어느 정도 서구식 제도를 받아들인 사회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국제시장에 내놓을 코코아 ·고무 등의 환금작물(換金作物)을 재배하거나, 노동력을 제조업에 공급하는 농민, 또는 도시에서 시장경제 때문에 전통적인 농촌생활을 버린 사람들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는 확실히 실용적인 효용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사회의 경제개발에 대한 관심도 고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