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트헨

헤르트헨

[ Geertgen tot Sint Jans ]

요약 15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하를럼에 소재한 성 요한 수도원에서 28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할 때까지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화면 구성과 따뜻하고 밝은 빛,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정경으로 15세기 후반 북부 네덜란드 회화 발전에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출생-사망 c. 1465 ~ c. 1495
국적 네덜란드
활동분야 회화
출생지 네덜란드 레이던
주요작품 《나자로의 부활 The raising of Lazarus》(1480s), 《그리스도의 애도 The Lamentation of Christ》(c. 1480~1490), 《세례 요한의 유골 화장 The Burning of the Bones of St. John the Baptist》(c. 1480~1490), 《한밤의 예수 탄생 Nativity at Night》(c. 1490)
주요업적 15세기 후반 북부 네덜란드 회화 발전에 기여

헤르트헨 토트 신트 얀스(Geertgen tot Sint Jans)는 1465년경 네덜란드 레이던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헤리트 헤리츠(Gerrit Gerritsz)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그의 이름은 ‘성 요한 기사단의 어린 헤라르트’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그가 하를럼에 있는 성 요한 병원기사단의 수도원에서 일하는 동안 이 이름을 얻었다. 짧은 생애를 살다 간 헤르트헨은 그의 일생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1583년에 하를럼에 자리 잡은 화가이자 저술가 카럴 판 만더르(Karel van Mander)가 그의 저서 『화가들의 생애』(1604)에서 헤르트헨은 알베르트 판 오우바테르(Albert van Ouwater)라는 화가의 제자였고, 성 요한 수도원 성당의 제단을 장식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십자가 책형을 다룬 세 폭 제단화를 그렸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만더르의 기록은 헤르트헨이 사망한 지 한참 후에 쓰인 것이라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헤르트헨은 스승인 오우바테르의 하를럼 작업장에서 도제생활을 통해 초기 네덜란드 유파의 새로운 양식을 접했다. 이후 당시 관례를 따라 플랑드르의 여러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 그는 헨트의 화가 집단을 알게 되었으며, 브뤼헤의 화가 모임과도 교류한 것으로 보인다. 인물, 화려한 의상, 풍경, 건축 등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스타일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Rogier van der Weyden) 같은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헤르트헨은 휘호 판 데르 후스(Hugo van der Goes)의 작품을 매우 주의 깊게 연구했다. 다소 정적이고 도식적인 양식을 보이는 그의 초기 작품에서 판 데르 후스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그의 그림은 서사와 극적인 느낌 모두를 강조하는 더 큰 운동감과 공간감을 갖추게 되었다.

헤르트헨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여겨지는 성 요한 수도원 성당의 세 폭 제단화는 1573년 하를럼이 포위공격을 당해 성 요한 수도원 성당이 파괴되면서 세 폭 중 한 폭만이 현존하게 되었다. 《그리스도의 애도》와 《세례 요한의 유골 화장》이 그것인데, 현재 오스트리아의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 두 그림은 세 폭 제단화의 오른쪽 패널의 앞뒤 양면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1600년경에 앞뒷면을 한 방향에서 볼 수 있도록 나누어 놓았다. 그 가운데 《세례 요한의 유골 화장》은 성 요한의 생애 및 그의 유품과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으며, ‘성 요한 기사단’의 창설과도 관련이 있다. 매장지 뒤편에 검은 옷을 입고 서 있는 남자들은 사실 기사단의 대표들로 이 부분만 놓고 보면 네덜란드 회화 사상 최초의 그룹 초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밤 중 예수의 탄생을 묘사한 《한밤의 예수 탄생》(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은 15세기 플랑드르 종교화 중 가장 강렬하고 서정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강렬한 명암대비를 보여주는 정교하고 작은 이 그림은 전경에는 예수 탄생을, 배경에는 가브리엘 천사장이 나타나 목동들에게 예수 탄생을 예고하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구유에 몸을 눕힌 아기 예수의 작은 몸과 이를 둘러싼 성스러운 빛, 경이로움으로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와 천사들, 자신의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를 신기한 듯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마구간의 소와 나귀, 그리고 두려움과 떨림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나와 어둠 속에 서 있는 요셉까지 화려한 복장과 의식은 없지만 소박한 가운데 경건함과 성스러움이 작은 화폭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헤르트헨은 성서적 주제를 재현하면서 절묘한 인물 설정과 친근감으로 익살과 풍자를 곁들이고 보다 인간미 넘치는 화면을 창출했다. 또한 화가 자신이 처해 있는 익숙한 환경을 성서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아 당대 네덜란드 마을의 소박한 정경을 펼쳐보였다. 그의 작품은 고요하고 한가로운 공간 안에서 의상이나 건축적 세부 묘사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단순한 듯 하면서도 섬세함이 병행하는 화면 구성으로 작품 감상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는 주로 떡갈나무 패널에 그림을 그렸는데, 떡갈나무 패널은 이 시기에 북유럽에서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흔하게 사용하던 바탕이다. 여기에 15세기 초반 네덜란드 화가들이 터득한 유화기법을 사용해서 강렬하고 극적인 빛과 질감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정확한 원근법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림에 심도와 공간감을 부여했다.

주요 작품에는 《나자로의 부활 The raising of Lazarus》(1480s), 《성모자 Virgin and Child》(1480s), 《그리스도의 애도 The Lamentation of Christ》(c. 1480~1490), 《세례 요한의 유골 화장 The Burning of the Bones of St. John the Baptist》(c. 1480~1490), 《광야의 세례 요한 St. John the Baptist in the Wilderness》(c. 1490), 《한밤의 예수 탄생 Nativity at Night》(c. 1490), 《동방 박사들의 경배 Adoration of the Magi》(c. 1490),《비탄의 그리스도 The Man of Sorrows》(c. 1485~149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