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와인 와인잔이랑 일반컵 맛 차이가 심한가요?

맛에는 차이가 있을리 없고, 향에서 차이가 많이 나게 되죠.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맛 본다는 것은 혀의 미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각, 촉각, 후각, 시각, 심지어 청각(예를 들면 구운 고기의 지글거리는 소리)까지 동원하여 종합적으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향에 차이가 난다는 것은 먹을 때의 느낌을 다르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냄새와 촉각이 음식맛을 볼 때 얼마나 중요한가 하면, 와인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이 영국 BBC와 제작한 비디오 프로그램을 보면 땅콩, 참치등 여러 음식을 믹서로 곤죽처럼 갈아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한 뒤 눈을 가리고 코를 틀어막은 피험자에게 먹였을 때 그 재료가 무엇인지 아무도 맞추지 못합니다. 그러나 막은 코를 풀어주고 먹이자 모두들 재료를 맞추죠. (같은 실험을 최근 KBS에서 방영한 '요리인류'라는 다큐멘터리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와인잔의 형태에 대해서는 와인 종류에 따른 최적의 형태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 한 편, 저는 개인적으로 이를 와인잔을 팔기 위한 글라스 메이커의 상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잔과 아닌 잔은 무게감, 손에 잡는 감촉, 입술에 닿는 감촉 등에 분명한 차이가 있고 좋은 잔이 훨씬 좋은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곡면의 각도를 와인 종류에 따라 혀의 다른 위치에 떨어뜨려서 최적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식의 주장은 억지라고 생각합니다. 혀의 각 부분마다 느끼는 맛이 다르다는 학설 (단맛은 혀의 끝, 쓴 맛은 혀 안쪽, 신 맛은 혀 양쪽, ....)은 20세기 초의 제기된 잘못된 내용입니다. 오늘날은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것은, 5대 미각(단맛,짠맛,쓴맛,신맛,감칠맛)은 혀 전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또 액체가 입안 전체에서 돈다면 최초에 혀에 닿은 위치는 아무 상관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