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 기술자입니다. 답변 드릴게요.
이것은 '플랫 브래드(flat bread)'라고 불리는 평평한 빵의 일종인, 난(Naan)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 사진 속의 난은 '쿠브즈 아라비خبز عربي(그리스어로는 피타πίτα)'라 불리는 것이고요.
우리가 접하는 '난'은, 보통 멕시코의 토르띠야처럼 아주 얇게 구워진 인도 식의 난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원래 '난'은 인간이 처음으로 밀 종류를 재배했던 티그리스 -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부터 시작된 밀을 밀가루로 가공해서 만드는 거의 최초의 음식으로,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전세계 각지로 퍼져나간 음식입니다. 넓게 보면 이탈리아의 파니니, 피자, 멕시코의 토르띠야, 우리가 부쳐먹는 빈대떡이나 각종 전 종류 역시 바로 이 '난'에서 유래한 음식이죠.
따라서 난, 영어로는 플랫 브레드(납작빵)이라고 불리는 빵들에는 각 지역과 국가별로 아주 다양한 이름이 있으며, 그 종류는 적게 잡아도 수천가지이고 넓게 보면 수만 종이 될 겁니다. 사실상 밀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지역은 이런 플랫 브레드 종류가 적어도 1가지 이상은 있으니까요. 참고로 성경에 등장하는, 유대인들이 유월절에 먹었으며 예수의 최후에 만찬에도 등장하는 무교병이라든가, 오병이어의 기적에 나오는 보리떡(보리빵) 역시도 바로 이 '난' 종류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 사진속의 제품은 헬라어로는 '피타πίτα', 아랍어로는 '쿠브즈 아라비خبز عربي'라고 불리는 빵입니다. 아랍어(정확히는 이집트를 제외한, 중동지역의 아랍어)로 빵을 '쿠브즈خبز'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쿠브즈 아라비는 상당한 발효시간을 통해 빵반죽을 부풀려 넓적하고 두툼하게 구워낸 것을 말합니다. 이것을 이스라엘에서는 헬라어인 '피타'로 부르고, 팔레스타인 등 아랍 측에서는 '쿠브즈 아라비'라고 말하는 것이죠.
이것이 변형된 것으로는, 빵 윗면에 격자무늬 형태의 문양이 들어갔다면 터키식 쿠브즈인 '피데'가 되고, 카자흐스탄이나 타지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집집마다 전해지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양을 새겨 탄두리에 굽는 '탄두르 난(오비 논이라고도 하며, 우즈벡 어나 위구르어 등 각 언어마다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름)'이 있습니다.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의 만화가 모리 카오루의 '신부이야기'를 보면, 중간에 바로 이 '탄두르 난'을 굽는 에피소드가 나오죠.
특별한 재료 없이 밀가루와 효모, 물 등으로 간단하게 반죽해서 만드는 플레인 브레드 계열이므로, 맛은 우리에게 익숙한 제품으로 비유하자면 통밀빵이나 바게트 등과 비슷합니다. 약간의 고소한 맛 정도를 내는, '심심한' 맛이죠. 그래서 그냥 먹기 보다는 작게 손으로 뜯어낸 난을 소스를 만들어 찍어먹거나(성경에는 식초 등을 뜻하는 '초醋'라고 번역되어 나옵니다만), 요리한 고기나 야채 등등을 싸서 먹거나 곁들여 먹는 용도로 나오죠.
도움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