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기아를 막는 방법 알려주세요

어린이기아를 막는 방법 알려주세요

작성일 2007.05.16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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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기아를 막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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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린이 기아의 장기적 피해와 인류학적 대응방안


                                     정 병 호(한양대) 


I. 북한 어린이 기아 피해의 심각성

이미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북한의 식량난은 1995년의 큰물 피해로 극대화되어 지난 3년간 (1995.8.-1998.7.) 이미 350만명 이상이 아사(餓死)하였다고 한다.1) 최근 중국 신화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조선 식량생산국 관리(차린석 부국장, 1998. 1.20일자)도 지난 몇 년간의 자연재해로 총 280만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북쪽 내부자료를 인용하여 역시 지난 3년간 250만에서 300만명의 인구 감소가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국제 식량문제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기근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깊고 오래가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특히, 북한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피해는 앞으로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이 총력을 기울여 치유하여야 할 깊은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97년 4월, 북한당국은 1백34명의 어린이들이 굶어 죽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이 뉴스는 95년 북한의 큰 수해이후 그곳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식량원조 전문가들 사이에서 곧 밀어닥칠 대량 아사의 신호탄처럼 여겨졌다.  이른바 ‘사회주의적 기근’의 전형으로써 이는 특히 위험한 징조였다.  가난한 계층이나 차별받는 소수민족에서 먼저 참혹한 기근을 겪고 그것이 일종의 조기경보장치 역할을 하게되는 아프리카 등지의 기근과는 달리, 북한은 2천3백만 전체 인구가 비교적 고르게 식량을 나누어 가면서 그때까지 버텨 웬만한 규모의 식량조달로는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본 것이다.  즉시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식량원조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수천 수만의 아이들과 노인들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하였다.

다른 모든 질병이나 재앙과 마찬가지로 대기근같은 집단적 재앙에 대한 구호활동도 빠를수록 좋다.  시간이 갈수록 문제는 확대되고 심화될 뿐이다.  5세 미만의 북녘어린이들의 문제에 국한시켜 보아도, 피해의 확산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그 규모도 엄청나서 실제로 적절한 대응의 시기를 어떻게 놓쳐 왔는지 선명하게 알 수 있다. 

1996년 5월 북한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UN의 5개 기구가 공동으로 작성한 “대북 긴급 식량지원 요청서”는 5세 이하 영유아 245만명 가운데 20%인 52만 5천명이 성장장애의 위험이 있음을 경고하고 매달 10억 정도의 비용으로 복합영양 식품과 비타민, 전해질 용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97년 5월에는 이미 50%의 영․유아가 영양실조 상태에 있음을 호소하고, 이제는 영양식품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치료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사하는 아동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이미 많은 어린이들이 희생이 되어버린 1998년 8-9월에, WFP, UNICEF와 EU(유럽연합)가 공동으로 행한 최초의 무작위 표본조사에 의하면 6개월에서 7세 사이의 전체 어린이의 60%가 만성 영양부족으로 인한 발육부진 상태이고, 12개월~24개월 사이의 30%의 어린이가 이유식 부족으로 영양실조, 1살 이하의 젖먹이 중 18%가 산모의 영양 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 상태로 높은 질병률과 사망률은 필연적이라고 하였다. 2)

 특히 만 3세 이하의 어린아이의 심각한 영양결핍, 영양실조는 장기간 지속될 경우 평생 신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지능, 정서적인 장애까지 일으킨다.3)  유아의 영양과 발달 측면에서 보면 지금도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조금씩 식량사정이 호전된다고 해도 이미 내면화된 기근의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평생장애에 빠지지 않도록 치료하는 일, 또 예방하는 일에는 기하급수적인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 장기간 민족적으로 감당해야할 사회경제적 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다.  

현재의 기근은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임신부들의 영양결핍이 가져올 수 있는 태아들의 신체적 결함은 물론이고 최근의 연구는 이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정신분열을 포함한 정신신경계통의 손상을 입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까지 보여주고 있다. 4) 이러한 피해는 남한의 같은 연령집단의 아동과 청소년들의 비약적인 성장발육상태와 비교해볼 때 이들 양 집단이 통합되었을 때는 한 민족집단 내부에서 심각한 상대적 장애로 나타날 것이다.


Ⅱ. 남북한 교류․통합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1. 인구학적 불균형과 집단적 상처

가장 먼저 예측할 수 있는 문제는 높은 영․유아 사망률로 인한 연령별, 지역별, 계급별 인구학적 불균형이 야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피해의 범위가 넓어져가고 있고 그 심각도도 진행중인 관계로 확실한 인구학적 피해규모는 알 수 없으나, 한 연령층의 심각한 인구감소는 장기적인 사회적 불균형을 야기 시킨다.  이러한 상실의 상처는 단기간에 아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작용하며 그 영향이 상당기간 후까지 지속된다. 5)

영․유아기의 영양실조와 그로 인한 질병 때문에 야기될 수 있는 평생장애의 형태는 다양하고, 성장장애, 소아마비 등 항구적 상처를 남기는 경우와 간염, 결핵 등 지병을 갖는 경우,  다양한 정신병리학적 질병, 행동 및 정서장애에 이르기까지 그 장애의 정도도 치명적인 것들이다.  이는 당사자인 개인의 평생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애자를 가진 가족들의 장기간에 걸친 불행의 원인이 된다.  또한 이는 곧바로 그 사회전체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된다.  이들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의료, 보호 및 사회적 적응에 들여야 할 비용은 통합의 시기에 가장 먼저 다가올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다.

대기근이라는 크나큰 재앙을 겪어낸 대다수의 생존자들의 경우도 남북이 통합된 상황에서는 사회적 낙인(social stigma)으로 여겨질만한 신체적 특징을 갖게 될 것이다.  남북한간의 신장, 체중등으로 가시화되는 신체적 특징의 차이는 인종적 차이와 유사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6)  영유아기의 만성영양실조는 이후에 영양공급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도 신장발달의 한계와 얼굴 모양등의 외모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에 더하여 이러한 영양실조를 발생시킨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아동들이 내면화 시키게 될 행동, 정서, 사회성 발달의 문제점들은 더욱 심각하다고 하겠다.

대기근이 인구학적으로 미친 상처의 회복은 여러 세대에 걸친 노력에 의해서만 치유될 수 있는 어려운 문제이다.  북녘의 기근은 이미 장기화된 문제이지만, 이것이 조속하게, 완전히 해결된다 하여도 앞으로 2세대 (50년) 이상 다양한 사회․문화적 문제들을 야기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임신중인 여성과 성장기의 여자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의 발육상태까지 고려한다면, 전 인구층의 실질적 발육성장 속도의 회복과 남북한간의 격차를 없앨 정도까지의 변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그 이상의 세월이 필요할 수도 있다.  참고로 남한 어린이들의 평균신장의 증가 상황과 비교해 볼 때 경제성장의 효과가 나타난 후에도 도시/농촌간, 지역간, 계층간의 격차가 줄어들기까지는 2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다.

역사적, 심리적 상처의 회복은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대기근 기간중에 영국인들이 무관심, 방임적인 태도로 대했다는 것이 1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기억되고 아픔으로 되새겨지고 있다.  집단적 재앙의 경우에 이를 방임했거나, 적극적으로 구호를 했던 사실들은 역사적으로 기억되고 그 피해자들과 후손들의 상처를 오래도록 들쑤시거나 치유하게 한다는 말이다. 


2. 소수집단에 대한 범주화와 종족적 낙인

신체적 특징이나 장애로 가시화되는 차이는, 그렇지 않아도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위축되기 쉬운 북녘 어린이들을 더욱 뚜렷하게 소수집단으로 범주화시킬 것이다.  여기에 오늘날 남한의 문화풍토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정상-비정상에 대한 좁고 엄격하게 적용되는 분류방식과 차별의 양상을 고려하면, 이들 집단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별은 “종족적 낙인(tribal stigma)”의 양상을 띄게 될 확률이 높다. 7)   대기근을 겪어 집단적으로 성장발육의 부진이라는 가시적인 신체적 특징을 띄게될 북한 인구집단, 그중 앞으로 더욱 심각하게 그 특징이 드러날 현재의 영․유아 연령층의 경우, 그들이 겪어야할 사회․문화적 불평등과 차별은 안팎으로 그들을 평생 괴롭힐 것이다. 8) 

 모든 사회․경제․문화적 지표면에서 분단한국보다 그 차이가 적었던 동서독의 경우에도 통일이후에 동독주민들은 “새로운 외국인”으로, “2등시민”으로, 그리고 서독의 “식민지 주민”으로서의 심각한 열등감과 차별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심리학적으로 볼 때 차별받는 쪽의 집단적 콤플렉스를 강화하였고, 내적으로는 우울증과 자살이 늘었고 외적으로 발산될 때, 폭력과 범죄의 형태로 나타났다.  차별하는 쪽은 접촉과 교류를 통해 오히려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하였고, 그들과 이웃하게 되었을 때는 심지어 공포심마저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동서독의 경우가 경제적 차이, 사회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차별방식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때, 오늘날 북한주민들이 집단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기아와 남한이 예외적으로 누리고 있는 풍요의 경험이 마주칠 때 빚어낼 충돌과 갈등은 인류학적으로 그 예를 발견하기가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겠다.  그것이 신체적인 특징으로까지 쉽게 가시화 될 때 나타나는 문제는 더욱 항구적이고 그 골도 깊어질 수 있다. 

이런 민족집단 내부의 차이는 정치․제도적으로 통합되어 시간이 흐른다고 쉽게 좁혀지거나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차이가 권력층이나 지배집단에게 유리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시적이고 내면화된 인구집단 내부의 차이는 그 사회의 계층차별와 불평등적 경제구도를 심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되기 쉽다.  즉, 권력과 자본의 이해에 따라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이 효율적으로 재생산되고, 제도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Ⅲ. 인류학적 대응방법

현재 북한 어린이들의 기아와 이로 인한 영양발달 문제는 앞으로 한민족 구성원 모두의 여러 세대에 걸친 심각한 불행과 상처로 남을 수 있는 문제이다.  이러한 사실을 보다 절실하게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북의 이질적 집단의 사회․문화적 통합을 위한 작업은 정치적 제도적 통일의 날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도 진행되고 있는 심각한 이질화과정을 조금이라도 좁혀가는 노력이다.

북한 동포들의 기근의 피해를 줄여나가는 일, 그 어린이들의 단기적인 구호와 아울러 중․장기적인 성장발육을 함께 걱정하는 일, 그리고 그들에 대한 영양정책, 의료복지 정책을 바로 국내문제의 차원에서 수립하고, 실천하는 일이야 말로 가장 기초적인 통일사업이자 미래의 사회문화 통합을 위한 일이다.  바로 우리 모두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가장 인도적인 그리고 경제적인 투자인 것이다.  이제 정치적 여건만 마련되면 단기간에 북한사회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막연한 감정적인 인식을 깨고, 남한사회의 총력을 기울인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한국 인류학은 이러한 노력의 필요성을 알리고 그 방법론을 제시하는 선도적 작업을 시작하여야 할 시대적 의무가 있다.


1.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장기 구호대책 마련

북한의 2천만이 넘는 거대 인구집단의 기근을 구호하는 활동은 엄청난 자원과 인력이 필요한 장기사업이다.  민족적 차원에서 볼 때는 미래의 안정과 안녕을 위한 투자적 성격이 짙은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에는 당연히 여러 가지 정치적․사회적․외교적 장애가 앞을 가로막기 쉽다.  우선 현실정치의 제약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는 노력과 아울러 그 길의 합리적 구성과 중장기적 과제와 전망을 밝히는 연구체제와 실행집단의 구성과 연대가 시급하다.9)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의 구호활동과 마찬가지로 아동의 건강과 보건을 위한 분야만 해도 인류학, 영양학, 의학, 약학 등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  특히, 장기적인 해결과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주제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인류학적 현장연구가 우선수행되어야 하고, 이를 통한 기초적 현장자료를 토대로 아동발달, 심리학, 교육학 영역과 협동하여 대기근을 겪은 아동들의 정서적․사회적 장애를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는 방법론 개발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1. 기아문제에 대한 비교문화적 연구

북한과 같이 현장에 대한 직접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시대, 다른 사회가 경험한 대기근의 피해와 장기적 영향, 다양한 극복 방안의 효율성에 대한 비교문화적 연구가 필수적이다.  특히, 중국의 “대약진운동” 시기의 대기근과 같이 사회주의권 국가에서 경험한 기근의 실상과 기아 상황에서의 사회통제 방식, 회복기의 경험, 장기적 상처에 대한 조사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시사를 줄 것이다.  캄보디아, 베트남 등지에서의 국제 구호활동의 경험을 통해서는 사회주의 국가체제의 제약 속에서 어떠한 구호활동이 가능하고, 효과적일 수 있는지 구체적 접근방법을 도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내전으로 고립된 비아프라 어린이들이 사회적 통합기에 겪은 경험과 장기적 성장발달 패턴에 대한 연구 등은 내전과 고립과 재통합 과정상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차원의 문제들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  이외에도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서 그동안 발생하였고 오늘도 발생하고 있는 기아문제와 그 대응 방안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방대한 연구 성과를 활용하고자 하는 일차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료들이 우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도 인류학 분야의 비교문화적 해석은 긴요한 것이다.   


2. 체질 및 의료인류학적 연구

북한 현지에서의 직접적인 의료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더욱이 북한 주민의 건강 상태와 아동의 성장발달에 대한 통계적 자료가 전무한 상태에서 체질인류학이나 의료인류학적 연구는 그 출발점에서부터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구적 기준의 엄밀한 과학적 지식 창출만이 학문의 목표가 되기에는 기아의 현실과 극복해야만 할 문제가 너무도 긴박하다.  우선, 제한된 간접 정보를 활용한 기아의 실상 파악과 현실적인 응용인류학적 처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북한의 기근이 사회체제와 생활방식, 한계생존조건과 적응의 문제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 현실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체질 및 의료인류학적 시각과 접근법이 선행되어야 한다.  남한의 질병 개념과 그 처방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더욱 총체적이고 문화상대주의적인 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의 영양, 질병, 환경, 예방, 의료의 총체적 맥락을 이해하고 현실적으로 제한되어있는 자원으로 전략적으로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학, 영양학, 아동발달등 다양한 분야의 학제간 연구는 시급하다.  이때 체질 및 의료인류학적 연구는 대상 인구 집단의 생활 특성을 상대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가장 기본적인 과학적 지식틀을 제공해 줄 것이다.   


3.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구호방법 연구개발

어려운 정치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의 직접․간접적인 현장연구가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자들과 중국에 체류하는 식량난민들에 대한 현장연구는 필수적이다.  아울러 북한을 왕래하는 중국 조선족과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하는 기업관계의 단기체류자들,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국제기구 직원들을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의 정세 변화에 따라서는 북한 현지에서의 단기․장기적인 현장연구의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  문제는 북한 기아문제의 구체적 실상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보다 효율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현장연구의 자세와 방법론이다.  이를 토대로 정치적 제약의 틈새를 열어나가는 창의적 구호방법이 개발될 수 있다.  또한 선의의 구호활동이 야기시킬 수 있는 장기적 부작용을 예측하고 경계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이 긴박하고 구호역량이 제한되어 있을수록 대응 방안은 총체적인 맥락에서 모색되고 기획되어야 한다.  인도와 아프리카, 캄보디아 등의 대기근을 지원했던 기아대책 전문가들은 현지의 자활 역량을 강화하는 수준으로까지 지원의 손길이 미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즉, 치료제에서 식량으로, 일거리로, 생산체제의 복구로, 동시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여성에 대한 집중적이고도 체계적인 지원이 가족과 사회전체의 기아극복에 결정적이라는 사례보고들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은 식량을 준비하고, 가공하고, 먹이는 일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생산체제가 무너졌을 때 가장 적극적이고 활발한 대체식량 생산자이기도 하다는 인류학적인 지적이다. 

예를 들어, 기아지역에 탁아시설을 지원함으로써 여성들이 육아의 짐을 덜고 식량생산 활동을 보다 생산적으로 함으로써 그 지역사회 주민의 전체적 영양상태가 향상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미 상당히 그 기능이 훼손되었다고는 하지만 북한의 경우 탁아소등의 가족지원 사회제도의 하드웨어는 방대한 규모와 설비를 갖추고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지원한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북한 어린이 기아 문제가 오늘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치는 해결과제를 남길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면, 그 지원방안도 인간 발달 전과정에 걸치는 교육적 의미와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복지적 측면을 함께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사회문화적 맥락을 중시하는 인류학적 연구틀과 접근 방법은 이러한 과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2. 한민족 교류와 통합의 시기에 대비한 장기적 연구의 필요성

북한의 대홍수와 그로 인한 대량기근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전 인류적 재앙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남한 정부와 사회는 이러한 민족 내부의 대재앙에 대하여 어떻게 제대로 대응해 보지도 못한  채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였다.  남한사회에서는 90년대의 풍요 속에서도 바로 휴전선 이북의 재난에 대하여 충분히 알고자 하지 않으며, 무관심과 소시민적 이기심에 의한 자기 합리화에 급급하고 있다. 

북녘의 대기근과 이에 대한 남한사회의 냉담한 반응은 그  동안 “민족”과 “통일”이란 당위론적 주장 밑에 가리워져 있던 이질적 사회 현실과 앞으로 장기간에 걸칠 사회 문화적 통합의 지난한 과제를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북녁의 기근은 남북의 이질적 삶의 조건의 차이를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쪽 사회 구성원들은 더욱 더 다른 사회문화적 특징을 내면화할 것이다.  이미 같은 민족이라는 상식적 이미지의 수준을 넘어선 다른 생활방식, 사회관계 뿐만 아니라 체격마저도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인구집단으로 분화되고 있다.

아직도 공식적 담론 차원에서는 “한 핏줄,” “한 민족”이라는 개념이 뚜렸하게 강조되고 있고, 사적인 영역에서도 일천만 이산가족의 혈연적 연결관계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북쪽의 대재앙에 대해 남한 사회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무심한 반응과 냉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가 인류학적으로 의미있는 문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그만큼 서로 멀어졌고, 일상적인 차원에서는 남남인 것이다.

통일 정책과 통일과 관련된 주제는 지금까지 민족 내부의 문제로 사회문화적 차원에서는 일종의 국내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다루어져 왔다. 따라서, 정치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경제적 차이를 보완하는 일이 주된 과제로 설정되어 정치학, 행정학, 경제학, 사회학 분야에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는지 연구하여, 서로 다른 이질적 사회의 이질적 사람과 이질적 문화가 만나는 일로 개념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인류학적 시각과 방법론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1. 한민족 범주와 정체성에 대한 연구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한민족의 범주와 그 경계선의 변화 양상을 재검토해 보아야 한다. 민족에 대한 담론과 일상적 행위의 문제, 민족 범주의 재개념화와 그 경계선 조작의 원리 (중국 조선족과의 접촉 과정에서 이미 그 일단이 드러난 바 있지만) 등의 연구 영역은 인류학이 일차적으로 담당해 주어야 할 주제들이다. 이 문제는 바로 지배집단과 소수집단 간의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로 직결되며, 소수집단의 종족화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교육인류학의 분야에서는 소수집단 아동들의 사회화와 사회적 적응의 문제가 대두될 것이고 교육현장에서의 문화적 헤게모니 문제는 미리 검토되어야 한다.


2. 남북 문화통합 연구

서로 다른 문화간의 만남, 상호이해, 갈등해소, 공존의 삶의 방식 모색등 다문화 복합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은 그 각각의 단계에 폭 넓은 인류학적 연구와 문화상대주의적 훈련이 필요하다.  남북의 차이와 감정의 골을 줄이려는 노력과 아울러 필요한 일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그 “다름”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훈련이다(조혜정, 1995).  즉, 서로 간의 사회적, 문화적, 신체적 다름을 곧바로 우열관계로 인식하는 차별적 사회문화 구조의 변화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성차별, 장애인 차별, 해외거주 한민족 차별, 외국인 차별이 일상화되고 제도화되어 있는 현재의 사회 관행과 가치관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한민족 통합과정에 필수 불가결한 선행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3. 가족․친족 범주와 기능의 변화에 대한 연구

남북한 사회구성원 간의 가장 뚜렸한 접점인 이산가족이란 혈연적 끈은 남북 사회문화 통합 과정에서 어떤 기능을 할 것인지, 이 연결끈이 순기능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의 문화적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할 것인지, 가족 분야의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영역도 대단히 넓을 것이다. 이미 이산가족의 교류와 상봉에 대한 태도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려움을 호소하고 일방적 도움을 청하는 이질화된 북쪽 가족이나 친척에 대한 이산가족 2세, 3세들의 태도는 냉담한 것이기 쉽다. 이는 가족 내부의 갈등과 죄책감을 낳고, 혈연관계에 생존을 걸고있는 북의 가족들에게는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준다 (北海道新聞, 1999.5.2).

이외에도 경제인류학적 측면에서 북한 사회주의 경제체제 내부의 변화를 읽고 그러한 변화가 주민들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 나아갈 것인가를 분석하는 연구가 있을 수 있고, 종교 및 정치인류학 분야에서 북한의 가부장적 유일 지도자 체제의 준종교적 (quasi-religious) 성격을 밝히고 그러한 상징체제 속에서 고난의 의미와 사회질서의 지속성의 문제를 연구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모두 오늘의 기아 상황을 이해하고 내일의 해결방안을 마련하는데 긴요한 인류학적 지식으로 활용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인류학적 시각에서 연구하여 사회적 주제(issue)로 제기하고, 그 실천적 과제를 밝히는 일은 시대적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의 현실적 효과를 위해 정부의 통일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지만, 그 것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정부나 정권의 조직적 생리상 답변확정하기 어려운 과제라 할지라도 정부정책 밖에서 다른 방식의 노력으로 의미있는 참여와 실천이 가능한 영역도 있다. 10)  실제로 그러한 실험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분단시대에 시작하지 않으면 안될 통일과 관련된 인류학적인 일거리들일 것이다.

정책이란 정부가 답변확정해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분단 상황의 기득권 세력인 남과 북의 정권이 장기적인 사회문화 통합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정권에 의존하여 중앙집중적 권력 구조의 힘으로 일거에 많은 일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중앙 중심적 의 환상이기 쉽다.  차라리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인류학적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인 그런 분야의 일도 있는 것이다.  남북 사회문화 통합을 위한 인류학적 연구는 끊임없이 다양한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여, 이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자각을 일깨우고, 그들의 자발적인 운동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게 하는 것만으로도 정부차원의 정책 참여 이상의 효과와 의미가 있는 일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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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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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 1998. 12 > 불교운동본부 2주   년기념 활동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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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1997. 6 ≪도표로 보는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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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한국문화인류학회


▶ 원문 : http://www.koanthro.or.kr/data/data/jg/31/1-2-1.hwp

 

             http://www.koanthro.or.kr/data/data/jg/31/1-2-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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