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염주가 있는 곳은 이 사찰인데, 정확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
보성 대원사 1500년의 연꽃 향기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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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내 곳곳에 있는 빨간모자 쓴 아기부처상 ‘유명’ 티벳박물관내 ‘하늘 만다라’ 형형색색의 모래로 그려져 |
입력시간 : 2007. 08.17.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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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원사에 남아 있는 유일한 건물인 대원사 극락전 앞에 연꽃이 활짝 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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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도 막바지다. 최근 국지성 폭우와 함께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는 변덕스런 날씨로 차분한 휴가를 계획했다면 보성 대원사를 들러보자. 대사찰의 위엄을 뽐내지는 않지만 오밀조밀 볼거리도 많고 사찰 앞쪽에는 시원한 계곡물도 있다. 속세의 일도 잠시 잊어버리고 티벳의 불교정신도 느낄 수 있는 전남 보성 대원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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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전 오른쪽에 석불과 함께 빨간모자를 쓴 아기부처상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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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는 전남 보성군 문덕면 천봉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약 1500여년전 백제 무령왕 3년(503) 신라 승려인 아도화상에 의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대원사는 통일신라 때 5교9산중 열반종의 8대가람으로 교세를 크게 떨쳤다.
고려시대에는 조계산 송광사의 16국사중 제5대 자진원오국사가 극락전을 중심으로 선원과 승방을 크게 중창해 정토신앙과 참선수행을 함께하는 선정쌍수의 대가람으로 중흥시켰다. 1757년 큰 화재로 소실된 후 현정선사가 다시 중창, 12암자를 가진 대가람의 면모를 유지시켜 오던 중 6.25 동란으로 극락전만 남기고 소실되고 말았다. 1990년부터 중창불사를 통해 선원, 요사, 주지실, 일주문 등이 복원되었다.
광주에서 약 45km 떨어진 대원사는 현재는 수자령(낙태나 유산으로 죽은 아기의 영혼)을 위로하는 지장기도 도량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래서 인지 대원사 곳곳에는 아기부처상이 많이 있다.
대원사 들어오기 전 약 4km 구간은 벚꽃터널이 반긴다. 봄에 벚꽃이 필 겨우 하얗게 눈이 쌓인 듯한 터널의 모습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조금은 좁은 듯한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대원사에 다다르면 티벳박물관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 앞쪽 주차장을 지나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대원사다.
대원사에는 일곱 개의 연못이 있다. 50여종의 각종 수생식물이 있어 자연학습장으로 그만인 대원사는 연못을 다 돌면 제대로 참배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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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박물관내에 있는 형형색색의 모래로 만들어진 ‘하늘 만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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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조그마한 일주문 주변으로 전시돼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사철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사철나무에는 커다란 목탁과 염주가 매여져 있다. 한 손으로 도저히 들 수 없는 크기의 목탁은 머리로 치는 왕목탁이다. 왕목탁 옆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져 있다. ‘남이 나에게 했던 나쁜 말이나 행위들을 내 기억속에 간직하고 있으면 그것이 병이 되고 업이 되어 나의 삶이 고통스럽고 불행이 따라다니게 됩니다’ 모든 것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왕목탁을 머리로 세 번 치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하니 한번 시도해봐도 좋을 듯하다. 죄가 많아 한꺼번에 털 욕심으로 너무 세계 치며 왕목탁의 반동으로 더 큰 충격이 오니 조심해야한다. 약 4m 크기의 커다란 염주도 특이하다. 도저히 사람의 손으로는 돌릴 수 없는 염주. 나무 위에 걸려 있는 염주는 그저 마음속으로 돌릴 수 있을 뿐이다.
거대한 염주와 목탁을 지나면 큰 바위들로 구성된 석축기단이 나온다. 이 석축은 대원사 창건 당시 백제시대의 유물이라고 한다.
약 열 개의 계단을 오르면 대원사 극락전이 나온다. 정면 3칸 측면3칸의 다포계 맞배지붕 집으로 현재 대원사에 남아 있는 유일한 건물인 극락전 앞에는 역시나 수생식물이 전시돼 있다. 지금은 연꽃이 지는 시기인지 한 두개의 연꽃만 활짝 펴 있지만 7월경에 올 경우 연꽃을 눈앞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
극락전 오른쪽으로 조그마한 아기보살들이 빨간모자를 쓰고 있다. 빨강색은 어머니를 상징한다고 한다. 빨간모자 동자승은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낙태아의 업을 풀고 새로운 환생을 준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원사 입구에 있는 티벳박물관은 티벳의 정신문화와 예술세계를 소개하고 한국 불교와 영적인 교류를 촉진시키기 위해 2001년 7월에 설립됐다. 박물관 내부에는 대원사 주지 현장스님이 모은 탕카, 만다라, 밀교법구, 민속품 등 천여점이 넘는 미술품과 인도세밀화가 전시돼 있다. 또한 박물관 앞에는 15m 높이의 티벳식 불탑 ‘수미광명탑’이 건립돼 있다.
박물관 1층에는 달라이라마 기념실과 티벳 예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티벳식 법당이 있고 법당 앞에는 ‘하늘 만다라’가 있다. 만다라는 깨달음의 세계를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표현한 것으로 수 많은 불보살과 신들의 세계가 기하학적인 도형 속에 상징적으로 표현돼 있다. 하늘 만다라는 2003년 티벳스님들이 7일간 기도하면서 제작했다고 한다. 형형색색의 모래로 그려진 이 만다라를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마음이 생겨난다고 한다. 하늘 만다라를 볼 때 반드시 무릎을 꿇고 보자. 머리를 숙여 유리관으로 덮혀 있는 만다라를 볼 경우 하늘에 마치 천국이 펼쳐있는 듯 만다라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머리를 숙여 나 자신을 낮추여야만 ‘하늘 만다라’를 볼 수 있으니 티벳의 불교정신을 조금이나마 체험해 볼 수 있다.
글·사진
신광호 기자 s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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