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다르다고 한다면 다르기는 한데,
기본적인 수요공급의 법칙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구요, 수요공급곡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가 좀 다르긴 합니다.
물가상승을 고려한다는 것은 물건의 가격,
즉 화폐와 물건의 교환비율을 고려한다는 것인데
물가가 상승한다는 말 자체가 화폐가치가 하락한다는 뜻이라 화폐가치 변동의 원인으로 물가 상승을 고려한다는 것은 약간은 어폐가 있구요.
굳이 시카고학파까지 끌어올 이야기는 아닌것 같습니다만
시카고학파는 고전학파 계통의 학파죠.
고전학파는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에 대해
MV = PY
라는 공식으로 설명합니다.
시카고학파도 여기서 계량된 버전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공식으로 설명하구요.
M:통화량
V:통화유통속도
P:물가
Y:거래량
일반적으로 통화유통속도V는 안정적, 즉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거래량 Y의 결정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너무 복잡하니까 여기서는 일단 Y가 고정이라고 가정하면
MV = PY에서
M이 증가하면 P가 증가한다는 간단한 사실이 도출됩니다.
쉽게 말해, 통화량이 늘면 화폐의 희소가치가 떨어지고
이에따라 화폐와 물건의 교환비율인 물가가 오른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만약 Y가 증가한다면 이에 따라 M을 증가시켜주지 않으면 P가 하락합니다. 즉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카고 학파는 이러한 통화량 조절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았기 따문에 통화학파라고도 불립니다.
다만 통회량M을 늘려서 거래량Y를 증가시키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총생산은 기술발전 등 생산력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에 통화량 증대는 장기적으로는 거래량 Y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그대로 물가P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아서, 임의로 통화량을 늘려선 안되고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늘려야 한다는 k%준칙주의를 주장했습니다.
위 식
MV = PY에서 V를 우변으로 이동시키고
M = (1/V)PY
통화량M을 통화수요Md, (1/V)을 k로 바꾸면
화폐잔고방정식
Md = kPY가 되며, 이것이 시키고학파에서 주장한 화폐 수요함수입니다.
여기서 k는 마샬의 k라고 하며, k%준칙의 k와는 관계없습니다.
여기에서 케인즈학파가 주장한 이자율의 영향을 반영해서
Md/P = kY - br
b:화폐수요의 이자율 탄력성
r:이자율
이러한 식으로 나타낼수 있지만 어쨋든 시카고 학파는 이자율은 믿을 수 없는 지표이고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이야기가 길었는데 요점은 간단합니다.
다른게 모두 일정한데 통화량을 늘리면 물가가 상승합니다.
통화량M을 포함한 다른 모든게 일정할때 거래량Y가 감소해도 물가가 상승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수 있죠.
구구절절 이야기가 길었는데...
비트코인을 시카고 학파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비트코인은 '화폐'인가를 먼저 따져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러려면 '화폐'란 대체 무엇인가를 따져야 할 겁니다.
회페는 기본적으로
1)교환 거래의 매개수단
2)부의 저장수단,
3)가치의 척도
로서의 기능을 합니다.
화폐에는 내재가치가 없기 때문에,
부의 저장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이 다소 불안정합니다.
쌀 100가마니를 가지고 있으면 쌀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도 식량으로서의 가치는 없어지지 않죠.
그리고 식량으로서의 본질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에
사겠다는 사람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폐는 그 자체로서는 내재가치가 없죠.
교환가치만이 화폐가치의 근간이 됩니다.
교환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죠.
1) 화폐를 이용한 교환거래가 활발히 발생하는 시장의 존재
2) 언제든 다른 물건으로 바꿔주겠다는 보증
자급자족적인 소규모 사회가 많았던 전근대 시대에는
1)의 조건을 만족하기 어려워 화폐보급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고대에는 내재가치를 갖는 귀금속으로 화폐를 만들어 금화, 은화가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고,
근대에 내재가치가 없는 지폐를 유통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정해진 양의 금으로 바꿔주겠다는 금태환제가 필요했던 것이죠.
거대한 시장이 발달한 현대에는 더이상 금태환제가 필요 없게 된가구요.
어쨋든 정리하면 화폐는 기본적으로 '교환거래의 매개체'라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며, 가치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상화폐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물론 가상화폐를 활발하게 거래하는 시장은 존재하고,
부의 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어느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만,
기존의 화폐를 대체하는 교환거래 매개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식 같은 투자자산으로 본다면 어떨까요.
투자의 이익은 근본적으로 투자의 대상이 가치를 발생시킬때 발생합니다.
기업에 대한 투자는 그 기업이 일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치를 창출하며 돈을 벌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입니다.
물론 당장은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해는데도 투자자들은 돈을 벌기도 하죠.
초창기 페이스북, 쿠팡 같은 회사는 몇년동안이나 연속으로 계속 적자만 보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은 계속 돈을 벌었죠.
그것은 기업의 미래 가능성을 앞으로 땡겨온 것입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지금 엄청난 돈을 쓸어담는 기업이고, 기업의 주인들인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그 돈을 나눠줄 것입니다. 그 전이 일찍이 주식 가격이 올랐을 때 주식을 처분하여 이익을 실현한 사람들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이익만을 가져갔다고 할수 있죠.
가상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수요'가 존재하죠.
가상화폐시장에 도로 내다파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항 수 없는 데이터 조각이 계속 수요가 존재한다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거죠.
아주 근시안적으로 보면 '가격이 계속 올라가니까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그게 가상화폐의 전부라면 이거야 말로 세간에서 말하는 폰지 사기 그 자체입니다.
가치의 근거가 없다면 언젠가 붕괴합니다.
그럼 가상화폐의 가치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화폐로서의 기능을 할 가능성입니다.
가상화폐의 수요곡선이 앞에서 말한 화폐수요곡선이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M = kPY에서
Y가 뭘까요? 보통은 그 나라의 총생산량(ex. GDP)을 말하는데, 정확하게는 그 화폐로 발생하는 모든 거래의 총량을 말하는 겁니다.
원화라면 한국 전체의 GDP,
달러라면 미국 GDP와 전세계에서 달러를 사용해 벌어지는 모든 거래에 해당하겠죠.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비트코인의 시가 총액은 미국 GDP를 초월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달러처럼 지속적인 교환거래 매개수단으로서 가치를 유지하게 되겠죠.
게다가 계속해서 찍어내며 물량을 늘리는 기존의 통화와 달리, 가상화폐들은 그 수량이 고정되어있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각국은 통화가치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경제성장에 맞추어 통화량을 계속 증가시킵니다.
MV= PY에서 Y의 증가에 맞추어 M을 증가시키지 않으면 P가 하락하니까요.
그런데 가상화폐는 총량M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P가 하락할 겁니다. 가상화폐를 보유하고만 있으면 계속해서 돈을 벌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일견 가상화폐의 장점처럼 보일수 있습니다만,
사실은 가상화폐의 치명적인 단점, 가상화폐가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화폐의 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하면, 아무도 돈을 쓰려도 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몇년 전에 피자 한판 사먹는데 썼던 비트코인이 지금 400억원이라고 한다면,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쓸수가 없죠.
만약 널리 쓰이는 통화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면, 그것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디플레이션은 세계대공황같은 경제 위기를 발생시키죠.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없지만, 그런 문제점 때문에 화폐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비트코인이 화폐기능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또 다른 하나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약간 비슷한 맥락이지만 가치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은 내재가치가 없이 막연한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기대값을 측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적정한 가치수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사소한 요소에도 쉽게 흔들립니다.
일럼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던게 그런 것이죠.
게다가 시스템 유지를 위한 에너지와 반도체 가격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워낙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게 많다보니, 하루아침에도 가격이 큭 변하죠.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대체한 세상을 생각해 보세요.
어제 점심값은 10000원이었는데 오늘은 똑같은 메뉴가 5000원, 내일은 20000원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불안해서 살수 있을까요?
물론 실제로 화폐 역할을 하게 될 경우엔 불안정성이 상당히 사라지고 훨씬 안정적이게 될 것이라 그렇게까지 급격한 물가변동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화폐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 먼저 가치가 안정되어야 하는데, 화폐로서 기능하게 되면 가치가 안정될 것이라는 가정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어쨋든 현행 화폐보다는 물가변동이 훨씬 급격할 것입니다.현행 화폐는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량 조절을 하지만, 가상화폐는 그런 장치가 없으니까요.
아무튼 적어도 아직까지는 가상화폐가 주된 화폐로서 자리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화폐의 급격한 가치 상승은 튤립 열풍과 같은 일시적 투기현상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