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배경
1889년에 시냑(Paul Signac, 1863-1935)에게 아버지의 존재와 같은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를 카시스(Cassis)로부터 떠나게 했다. 그리고 그는 파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에르블레(Herblay)에서 8월과 9월을 보냈다. 그곳에 당시 점묘법 화가인 막시밀리안 루스(Maximilian Luce, 1858-1941)도 방문하여 몇주간 함께 지내기도 하였다. 지금은 큰 도시로 그 풍경이 많이 변모했지만, 당시 에블레르는 센(Seine)강 연안의 시골 마을이나 다름 없었다. 시냑(Signac)의 친구이자, 작가인 조르주 르콩트 (Georges Lecomte, 1867-1958)는 과거 시냑과 함께 에르블레에서 지냈던 평화로운 나날들을 회상한다. “에르블레에서 일요일, 시냑의 보트는 당시의 상징주의 소설 작가의 그룹을 태우고 아름다운 섬으로 바람을 맞으며 항해했다…” 시냑은 1889년부터 에블레르의 풍경을 소재로 하여 6점의 작품과 3점의 습작을 그렸다.
작품의 구성과 작품비교
에르블레를 그린 작품들 중 하나인 <강가, 에르블레의 센강>에서 그는 강의 하류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위치를 택하여 풍경을 담아내었다. 의도적인 단순한 구성은 시골이라는 소박한 장소의 특징과 프랑스 지역 특유의 빛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데 적합하고, 이는 까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1830~1903)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이 시기는 수학자 샤를 앙리(Charles Henry)의 선과 색의 특징과 관련하여 회화의 기하학적 이론이나 평면적이고 단순한 구성의 일본 판화 등이 회화에 대한 관념을 새롭게 발전시켜 가던 시기였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뱃길과 흰색 집들의 묘사는 <강, 에르블레 (La River, Herblay), 1889>에서도 동일하게 보이지만 그것은 먼 거리의 언덕 꼭대기의 종탑의 위치에서 바라본 것이다. 강을 따라 다니는 작은 보트가 수평선 위로 보이는데, <강, 에르블레 (La River, Herblay), 1889>에서보다 약간 낮은 위치에 있다.
작품의 색채와 기법
이 작품에서 안개는 색을 약화시키고 희석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체 화면에서 파란색과 녹색은 다소 창백하게 보이고 오렌지색은 아예 사라졌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살짝 섞인 흰색 물감만이 화면 전체를 덮어 대상의 정확한 윤곽을 사라지게 만들고 멀리 떨어진 것 같은 매력적인 시각 효과를 내며 태양의 햇빛 아래에서와는 완전히 달라 보인다. 시냑은 화면 안의 대상이나 구도보다는 색으로 표현되는 대기의 효과에 큰 관심을 두었다. 그에게 빛은 작품 전체의 색조를 결정한다. 그의 작품은 비슷한 장소와 비슷한 대상, 비슷한 위치에서 색의 사용에 변화를 주어 작품 전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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